당 안팎의 불출마 압박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선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이 의원도 이르면 7월 초 공식 출마 선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내 ‘어대명’ 기류가 확산하면서, 당 지도체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이 의원의 당권 가능성이 높다면, 최고위원 자리라도 친문(친문재인)계가 차지해 당 대표를 견제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친문계가 최고위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지도체제 개편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마저도 “효과적인 저지 수단은 아닐 것”이란 평가를 받는 처지라, 이 의원의 ‘당권 드라이브’에 힘이 실린다.
불출마 압박에도 이재명은 ‘마이웨이’
6월29일 현재 민주당 내에선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의 출마를 당연시하는 기류가 읽힌다. 이 의원 출마 선언의 구체적 시점도 거론된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100%”라며 “민주당 후보 등록일이 7월17일이니까, 7월4~6일쯤 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초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이 의원과 경쟁 구도를 형성한 친문계는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 이 의원의 ‘동반 불출마’를 압박하는 카드로 보이지만, 결국 통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 22일 전해철 의원에 이어 28일 홍영표 의원이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는데도 이 의원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의 공식 입장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것이지만, 당 원로들이나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여성 지지층)’로 불리는 지지층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세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의원이 실제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평가받는다. 당 대표 후보군 가운데 이 의원만큼의 체급을 갖춘 경쟁자가 없어서다. 유력 경쟁자였던 친문계는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나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에선 우후죽순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출마할 것으로 예측되는 주자들만 10여 명 남짓이다. 후보자 간 세력이 분산될수록, 상대적으로 이 의원의 존재감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친문, 지도체제에 눈길…최고위서 견제
친문계는 당 대표보다 최고위원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분위기다. ‘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면, 최고위원에라도 친문계가 약진해 권력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최고위에 친문계가 다수 포진할 경우, 향후 이 의원의 당권에 적절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구상이다. 친문계가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 지도체제 개편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친문계는 당 대표 후보자 중 최다 득표자에 대표직을 주고 나머지로 최고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득표순으로 지도부를 꾸리는 만큼, 특정 계파가 권력을 싹쓸이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데, 상대적으로 ‘마이너리그’로 취급받는 최고위원 경선에 친명계 의원들이 대거 출마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친문계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전준위 내 기류는 이미 ‘현행 유지’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민주당에 어떤 지도체제가 적합한지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전준위 내에선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대표‧최고위원 분리선출)가 우세한 기류”라고 말했다. 친문계 일각의 주장 대신 현행 지도체제 유지에 힘을 실은 발언이다.
여느 때보다 전대 갈등이 극심한 이유
대신 전준위는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고위의 기능을 강화해 당 대표의 권한을 제약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 것이다. 그 중심엔 공천권이 있다. 현행 당규상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공직자후보자검증위원회 인선은 최고위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하는데, 여기서 최고위의 ‘동의’ 절차를 ‘필수’로 바꾸는 구상이 거론된다. 사실상 당 대표 독단적으로 공천권을 휘두를 수 없게 제동을 거는 장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절충안’마저도 이 의원으로의 권력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권력 패권에 따라 움직이는 법”이라며 “친문계에서도 결국 ‘이재명’에 투항하는 의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전 교수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민주당 분당설’과 관련해선 “분당을 하려면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친문계는) 그런 형편이 못 된다. 가능성 없다”고 선을 긋고 “결국 공천권 쥔 사람 중심으로 (권력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