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정우 향한 ‘포스코 자사주 매입’ 의혹, 중앙지검 반부패3부에서 재수사 착수
  • 공성윤·조해수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9.30 10:0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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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내려보낸 포항 시민단체 탄원서, 대검이 강백신 부장검사팀에 배당
전 정권에서 중지된 수사, 9월 들어 본격 재개…포스코, 친윤 변호사 김강욱·김영종 영입

지지부진했던 ‘포스코 자사주 매입’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9월 들어 재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때 압수수색까지 벌였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던 사건이 윤석열 정부 들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포스코가 윤 대통령 당선 뒤부터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잇따라 영입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 방어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이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출신 여권 고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 주변에 영입된 인사들이 수사의 흐름을 방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고강도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포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위원장 강창호)는 7월29일 대통령실에 탄원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포스코 자사주 매입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통령실은 탄원서를 대검찰청으로 넘겼다. 이후 대검은 8월4일 범대위에 “(탄원서 내용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부해 처리하게 했다”고 통보했다. 최종적으로 이 사건은 8월24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에 배당됐고, 9월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담당 검사실 관계자는 “사건을 새로 배당받은 건 사실이나 조사 중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포스코 본사ⓒ시사저널 임준선

강백신 반부패3부 부장검사, ‘조국’ ‘대장동’ 맡은 특수통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소위 ‘윤석열 라인’이 포진한 부서다. 반부패수사3부의 강백신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줄곧 반대해온 ‘검수완박’ 법안을 앞장서서 비판한 인물이다. 또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참여했고, 지금도 1심 공소 유지를 맡고 있다. 그 밖에 반부패수사3부는 ‘대장동 게이트’의 주범들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혐의를 추적하고 있다. 

반부패수사3부의 지휘라인은 고형곤 4차장이다. 고 차장 역시 윤석열 사단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반부패수사2부장으로서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이끌다 좌천됐지만,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에서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 영전했다. 

포스코 자사주 매입 의혹 사건에는 최정우 포스코 홀딩스 회장을 비롯한 임원 64명이 개입돼 있다. 이들은 2020년 3월 12~27일 포스코 주식 1만9209주(약 32억6000만원)를 사들였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은 3월17일 615주(약 1억원)를 장내 매수했다. 20여 일 뒤인 2020년 4월10일 포스코는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의결하고 세상에 공개했다.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호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포스코 주가는 1만3500원 뛰었고, 오름세는 사흘간 지속됐다.

그때만 해도 임원들의 주식 매입과 뒤이은 매입 의결은 주가 방어 차원에서 해석됐다. 그러나 해가 바뀌자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2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 출석한 최정우 회장을 향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건 회장이니 당연히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백하게 상법상 배임, 내부자 거래, 부당이득이고 금감원에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연합뉴스

최 회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포스코 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등이 2021년 3월 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임원들이 주가 하락 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호재성 공시 직전에 매입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매수 수량도 마치 미리 공모한 것처럼 100~300주 내외로 유사해 사전에 동일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그해 8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으나 그 이상 진전은 없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 뒤 자사주 매입 의혹이 반부패수사부에 배당되면서 분위기가 전과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최근 포스코 주가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사주 매입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주가 추이와는 별개로 포스코 임원들의 행각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임원 64명, 자사주 매각 발표 전에 장내 거래…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상황의 변화에 대해 포스코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검찰 조직개편으로 사건 담당이 바뀌었을 뿐 수사 재개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주식 매입일로부터 무려 1년이나 지난 후에 회사 정기주총을 앞두고 회사를 흔들려는 불순한 고발이 이뤄진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 계획이 외부에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도 주식 처분을 통해 이익을 실현한 임원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 강도가 지난 정부 때와는 다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최 회장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사람이다. 당시 청와대는 “민간기업 인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임인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해외방문 경제사절단에 번번이 빠지며 ‘교체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더니 결국 중도 낙마했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국민연금공단(올 7월 기준 지분율 8.72%)이란 점에서 여전히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남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와 발걸음을 맞췄다.

문재인 전 대통령, 유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함께 부산 출신인 최 회장은 2021년 3월, 2024년까지 3년 추가 연임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정권교체기의 전임 회장들처럼 최 회장의 심정이 썩 편하지만은 않다고 포스코에 정통한 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9월초 태풍 힌남노가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휩쓸어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대형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에 대한 사전 대비책이나 사후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여권 핵심부의 불만이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포스코 경영진을 향해 “대비책 마련에 소홀한 것이 드러나면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정우 회장에게 우호적인 민주당에선 “경영진 교체를 위한 트집 잡기인지 강한 의심이 든다(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는 반응이 나왔다.

포스코홀딩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한 달여 만인 4월말 김영종 변호사를 부사장급 법무팀장으로 영입했다. 김 법무팀장은 윤 대통령과 사법고시 동기(사법연수원 23기)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등을 거쳤다. 김 법무팀장은 2003년 3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주최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대통령에게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하시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어 유명세를 치렀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 법무팀장의 언행을 두고 ‘목불인견(目不忍見·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음)’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김 법무팀장은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며 검복을 벗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윤리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을 지냈다.

포스코홀딩스가 5월2일 김강욱 변호사를 법무·대외협력 담당 사장급 고문으로 위촉한 데에는 더 깊은 관심이 쏠린다. 대전고검장을 지낸 김강욱 고문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선배다. 두 사람은 늦깎이 사법시험 통과자로 동병상련을 나눈 사이라고 한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감찰본부에 함께 몸담은 이력이 있다. 김 고문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맡은 점을 근거로 용산 대통령실의 친이(親李)계를 포섭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김 고문과 같은 시기에 이명박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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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6일 새벽 폭우로 침수된 포항제철소ⓒ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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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협력사 임직원들이 포항제철소 연주공장 에서 태풍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정부 관계자 “최 회장, 태풍 예고 때 골프… 침수 대처 제대로 못 해”

그 밖에도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ICT는 3월21일 김호원 전 특허청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김호원 사외이사 역시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국무총리실 실장과 특허청장을 역임했다. 김 이사는 최 회장의 고등학교(부산 동래고)·대학교(부산대 경제학과) 1년 후배다.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측은 영입 인사에 관한 정치적 해석을 부인했다. 김영종 법무팀장과 김강욱 고문의 영입에 대해선 “외부의 복수 후보 중에 전문가를 뽑은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김호원 사외이사의 경우 “회장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선임됐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김 사외이사는 오랜 공직 근무를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와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타사(롯데건설 등) 사외이사 역임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국무총리실, 특허청 등을 거치며 IT 업계 및 산업 전반과 지적재산 분야에서 상당한 업무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시각이 썩 고운 것만은 아니다. 포스코 측은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4월2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점을 좋은 신호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9월7일 수해 피해지인 포항을 방문하면서 지척 거리에 있던 포스코 공장을 찾아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최 회장이 태풍이 예고된 기간에 주말 골프를 친 것으로 파악됐고, 포스코 피해를 전후해 정직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최 회장의 골프 일정은) 개인 일정이라 확인해 주기 어렵다. 다만 정부 관계자와는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9월7일 최 회장의 동선에 관해서는 “전날인 9월6일 수해 현장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그날 저녁까지 상황을 점검했고, 9월7일에는 서울로 올라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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