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멍이 잘 생기고 오래간다면…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1 10:05
  • 호수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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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소판 감소증’ 의심해 봐야
약·한약·건강기능식품도 원인

35세 여성이 한 달 전부터 팔다리에 멍이 잘 들고 오래가며, 양치질할 때 피가 자주 나서 병원을 방문했다. 혈액검사상 혈소판 수치가 1㎣당 3만 개로 낮게 나타났으며, 병력 청취와 진찰 결과 면역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았다.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혈소판 수치가 낮다는 판정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혈소판은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혈액세포 중 하나로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혈액을 응고시켜 출혈을 멈추는 역할을 한다. 혈소판 수치의 정상 범위는 1㎣당 15만~45만 개이며, 10만~15만 개는 경도, 5만~9.9만 개는 중등도, 5만 개 미만은 중증 혈소판 감소증으로 판정하게 된다.

경도와 중등도 혈소판 감소증은 대부분 증상이 없으며, 중증 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경우에는 멍이 잘 들고 점상출혈(피부와 점막에 나타나는 붉은색 출혈 자국)이 생기며,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오래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소판 수치가 1㎣당 1만 개 미만인 경우 출혈의 위험이 매우 커 응급치료가 필요하다. 혈소판 감소증은 알코올 사용 장애, 골수 부전, 약물, 간질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등으로 인해 혈소판 생산이나 기능이 저하되거나, 동종면역반응, 헤파린(항응고제) 치료, 감염 등으로 인해 말초 혈소판 파괴가 증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진단자 64%는 혈소판 수치 정상·경도 유지

다른 이상 없이 경도 혈소판 감소증만 있는 217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한 연구에 따르면, 64%는 합병증 없이 혈소판 수치가 정상화되거나 경도 혈소판 감소증 상태로 유지되었다. 12%에서 추가적인 면역 이상이 발생했고, 7%에서 면역혈소판 감소증이 발생했으며, 2%에서만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 발생했는데 이들은 모두 노인층이었다.

다른 이상 없이 혈소판 감소증만 있는 경우 가장 흔한 원인은 면역혈소판 감소증이다. 면역혈소판 감소증은 체내 면역체계가 혈소판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면역혈소판 감소증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출혈 증상이 있거나 혈소판 수치가 기준 이하로 낮을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고용량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투여하고,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한 경우에는 비장절제술, 혈소판 수를 증가시키는 약제 등의 치료를 할 수 있다.

약물 복용이 혈소판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약물 유발 혈소판 감소증은 매년 인구 10만 명당 1건의 비율로 발생하며, 말초 혈소판 파괴나 골수 억제를 통해 발생한다. 이 경우 혈소판 수치가 1㎣당 2만 개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거의 없으며, 약·한약·건강기능식품 복용을 시작한 지 3~10일 만에 혈소판 감소가 시작되면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원인 약물을 끊고 7~10일 경과하면 혈소판 수치가 정상화한다.

만성 간질환자의 64~84%에서 혈소판 감소증이 존재한다. 혈소판 생산에 필수적인 물질인 트롬보포이에틴의 간 내 합성이 줄어드는 게 주된 이유이고, 비장에서의 파괴, 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골수 억제, 그리고 약물도 혈소판 감소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경우 금주와 함께 간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고, 중증인 경우 혈소판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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