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트윈데믹’ “작년보다 혹독한 겨울 될 것”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3 14: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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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독한 독감 유행으로 ‘겨울 건강’ 비상
위중증·사망 줄이기 위해 ‘더블 접종’ 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 두 가지를 동시에 예방하는 2가 백신(개량 백신) 접종이 10월11일부터 시작됐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상황 탓에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도자가 백신을 접종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서라도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가장 강한 독감 바이러스까지 겹쳐 올겨울은 매우 혹독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경고까지 있는 상황이어서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모두 맞는 ‘더블 접종’이 필요해 보인다.

10월 들어 하루 확진자 수는 약 한 달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2만~3만 명의 감염자가 연일 발생한다. 위중증 환자도 매일 200명씩 나오면서 누적 사망자는 2만8800명을 넘었다. 온 세계가 백신을 접종해도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기 때문에 좀처럼 코로나19 유행이 잡히지 않는 형국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완화와 경각심이 하락한 가운데 10월18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가 한산한 모습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변이의 춘추전국시대…2~3개 변이 유행도

이를 겨냥해 개발한 무기가 2가 백신이다. 2가 백신은 두 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2가 백신은 두 가지가 있는데, 모더나는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 BA.1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한 2가 백신을 개발했고, 화이자는 원형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 BA.4와 BA.5 바이러스를 겨냥한 백신을 내놨다.

일본은 최근 화이자의 2가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우리도 10월11일부터 모더나의 2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종사자, 60세 이상 고령층 등 건강취약계층이 우선 접종 대상이다. 화이자의 2가 백신은 10월13일 국내로 들어왔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월17일 이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질병관리청이 이 백신의 접종계획을 10월말 발표할 예정이어서 11월초부터 화이자 2가 백신 접종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개량 백신이 기존 백신 대비 원형 바이러스에는 1.22배, 변이 바이러스 BA.1에 1.75배 중화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우세종인 BA.5에 1.69배 높은 중화 능력을 보이는데, 기존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69% 높다는 의미다. 중화 능력은 바이러스를 무력화해 감염을 예방하는 능력을 말한다. 개량 백신의 부작용은 기존 백신과 유사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8월 코로나19 유행 후 감염의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북반구에 겨울이 찾아오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내에도 약 한 달 후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10월17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최근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의 패턴을 봤을 때 우리나라도 12월초 정도에 본격적인 재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새롭게 출현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BA.2.75, BQ.1, BQ.1.1 등 수많은 변이가 유행하는 이른바 변이 춘추전국시대다. 이 가운데 어떤 변이가 유행할지가 관건이다. 한 가지가 아니라 2~3가지 변이가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겨울 유행을 앞둔 10월8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 약 105만 명이 몰렸다.ⓒ연합뉴스

코로나19·독감 동시 감염자 사망률 6배 상승

올겨울에는 또 다른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다. 독감 바이러스는 매년 우세종을 달리하며 유행하는데, 올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은 A형(H3N2)이다. H3N2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968년 팬데믹을 선언한 홍콩 독감의 주범이다. 당시 이 독감으로 약 100만 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고 전파 속도도 빠르다. 9월25일~10월1일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중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당 7.1명을 기록해 일주일 만에 45%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에 걸리는 경우다. 동시 감염 시 중증도가 올라가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2020년 영국 공중보건국 조사에 따르면 동시 감염자의 사망률은 미감염자의 6배, 코로나19에만 감염된 사람의 2.3배로 나타났다. 이스라엘도 지난해 코로나19에만 감염됐을 때보다 독감과 함께 감염된 경우 사망 위험이 1.6배 높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수개월 전부터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경고해 왔다. 그러나 국내외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말했고, 방역 당국은 방역의 고삐를 풀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 경각심은 곤두박질쳤다. 10월8일 열린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에 약 105만 명이 몰렸다.

그 결과는 즉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월18일 0시 기준 전국 확진자가 3만324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1만1040명)보다 2만2208명이나 증가했다. 1주일 전인 10월11일(1만5466명)과 비교하면 2.15배다. 신규 확진자가 전주 대비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난 것은 7월18일 이후 정확히 3개월 만이다. 과거 패턴을 보면, 더블링 현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새로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다.

강한 독감이 코로나19와 함께 유행하면서 지난해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맞을 전망이다. 김우주 교수는 “서울불꽃축제에 몰린 인파를 보면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버틴 노력이 하루아침에 또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대로 약 10일이 지난 현재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방역 당국은 12월초부터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것으로 보지만, 사실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델타 바이러스만 유행했다. 지금은 독감까지 같이 유행하고 있어 올겨울은 지난해보다 더 혹독할 것 같다.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될 경우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젊은 환자는 차치하더라도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위중증과 사망이 늘 수 있다. 위중증과 사망 피해를 줄이려면 당장 코로나19와 독감 백신 모두를 접종하는 ‘더블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할지 몰라 국민 혼란

그러나 백신 접종을 피하는 사례가 많다는 허점이 있다. 이미 여러 번의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로감과 백신 자체에 대한 불신이 겹쳤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는 5~6개월이 지나면서 약화돼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져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 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면역 회피 현상으로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추가 백신을 맞는 일이 국민에게는 부담이다.

10월11일 시작한 2가 백신의 접종률(대상자 3949만 명)은 0.8%, 예약률은 1.8%다. 10월17일 정기석 위원장도 “백신 예약률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유행이 안정되자 ‘괜찮겠지’라고 안심하는 것이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7월 시작한 4차 백신 접종률도 10월19일 현재까지 15%를 넘기지 못한 상태다.

백신 종류가 많고 기존 추가 접종(3·4차)에 2가 백신 접종까지 더해져 혼란이 생긴 측면도 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화이자의 2가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이 감염 예방은 못 하더라도 중증이나 사망 예방 효과는 분명히 있다. 백신 접종률이 관건이다. 그런데 4차 백신 접종률은 15% 안팎인 데다 2가 백신 예약률도 1% 정도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또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지, 맞는다면 어떤 것을 맞아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다. 의사조차 4차 백신을 맞을 사람에게 조금 기다렸다가 2가 백신을 맞으라고 할 정도로 혼란이 심각하다. 정부가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소통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말로만 백신 접종을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든 총리든 리더가 나서서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이런 솔선수범이 없는데 국민이 따르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시사저널 이종현

코로나19 백신 맞아도 되나?

김우주 교수 일문일답…“계절독감 백신과 함께 매년 가을철에 접종하는 시나리오 예상”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시작됐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백신 접종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백신 접종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개량 백신 접종은 반드시 필요한가.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유행과 여러 차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국민은 피로를 느낀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에서 확진자가 늘어나 유럽연합이 경고하는 상태다. 우리가 거의 모든 방역을 풀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백신 접종으로 위중증과 사망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지만, 여전히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게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고위험군은 2가 백신 접종으로 방어력을 다시 높여야 한다.”

백신의 지속 기간은 얼마나 되나.

“2가 백신의 효과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은 백신의 종류, 접종자의 나이, 기저질환 또는 면역저하 상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에 따라 효과 지속 기간이 달랐다. 일반적으로 mRNA 백신이 아데노 바이러스벡터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크고 지속 기간이 길지만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서 예방 효과 감소가 나타난다.”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에 걸린 사례가 있어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예방 효과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위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는 있다. 그런데 일부 노인은 자신이 건강하다며 백신 접종을 꺼린다. 또 자녀가 부모를 위해 접종을 예약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떨어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매년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았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도 겨울철에 국한해 발생하는 유행병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커 매년 가을철에 접종하는 계절독감 백신과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시나리오를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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