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이상민 경질’ 망설이는 이유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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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일각, 예산정국 앞두고 ‘행안부 수장 공백’ 우려 목소리
尹대통령과의 오랜 인연도 주목…대통령실 ‘여론 살피고 있다’ 관측도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참사 관련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면피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거세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 장관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 사퇴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은 왜 여야의 반발을 산 이 장관을 바로 쳐내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정국 앞두고 ‘행정 공백’ 우려?

윤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그 전에 경질성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질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윤희근 경찰청장이다. 참사 전 112신고센터로 압사를 우려하는 신고 전화가 있었지만, 경찰의 대응이 미진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윤 청장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행정부 수장인 이 장관도 코너에 몰렸다.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이 주도한 ‘경찰국 신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 인사권을 갖게 됐다. 경찰에 대한 직접적 통제권을 행안부 장관이 가진 셈”이라면서 “모든 책임을 이 장관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포스트 이상민’이 부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이 장관을 대체할 후보군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예산심사와 관련 법안심사, 내년 부처 사업계획 수립 등을 고려하면 행안부 장관을 공석으로 두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예산정국을 앞두고 행안부 수장을 공석으로 두는 것은 월드컵 앞두고 감독을 경질하는 것과 같다”며 “대통령실이 대안도 없이 (이 장관을) 경질부터 시킨다면, 그게 더 무책임한 처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 아직 이 장관에게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상당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 장관 경질에 쏠려있지 않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함께 4차례에 걸쳐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것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었다.

이 장관과 윤 대통령의 오랜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 4년 후배다. 사석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따로 볼만큼 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정국 밑그림을 그린 ‘최측근 인사’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핵심 ‘인재풀’로 꼽히는 경제사회연구원(경사연)을 안대희 전 대법관과 함께 창립했다. 당선인 특별보좌역을 맡았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경사연 회원,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신범철 전 국립외교원 교수가 경사연 외교안보센터장 출신이다. 이 장관이 인수위의 대외협력특보와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사회위원장을 지낸 것도 이 같은 인맥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소식에 능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경질론이 제기된 뒤 대통령도 고민이 깊겠지만, 그전까지 이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굉장히 두터웠다”며 “사람을 끝까지 믿는 대통령 인사 스타일상 경질을 확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리얼미터
ⓒ리얼미터

민심 ‘세월호 참사’ 때와 다르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민심’을 주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득세하고 있지만, 보수층 ‘집토끼’의 민심 이반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론의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실이 정국 주도권을 쉽사리 야권에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4.2%, 부정 평가는 62.4%로 각각 나타났다. 전주 보다 긍정 평가는 1.5%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0.7%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보수층 응답자의 경우 전주 대비 긍정 평가가 되레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가 급격히 하락했던 ‘세월호 참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첫 사과 시점인 4월 5주차 조사 기준으로 11.8%포인트 급락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대형 인명 사고는 그 자체로 정부와 여당에는 대형 악재 성격으로,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세월호 참사 당시 대비 국정 지지)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북한의 사상 최초 NLL(북방한계선) 이하 미사일 도발 등 안보 이슈도 동시에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장관이 경질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조사 기간 내 일간 지표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 1일 35.7%에서 2일 34.9%, 3일 32.9%, 4일 32.5%로 하락세를 보였다. 반대로 부정 평가는 1일 61.6%에서 2일 62.0%, 3일 63.3%, 4일 63.6%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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