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괴담’ 몰이를 중단해야 하는 7가지 이유 [쓴소리 곧은 소리]
  •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bjchung@khu.ac.kr)
  • 승인 2023.06.30 14:05
  • 호수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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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고 때도 우리나라 해역과 어류의 방사성 농도는 변함없어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될 방사성은 그때의 1/1000…30년간 흘린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는 과학적으로는 매우 간단한 문제다. 방류하려는 물이 오염수 배출기준을 충족했는가? 딱 이것만 확인하면 된다. 배출기준을 충족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방사선에 의한 후유증이나 잠재적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그런 것이 배출기준을 정할 때 이미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방사선에 의한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방사선량을 문턱값이라고 하는데 이는 100mSv(밀리시버트)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에 대한 관리기준은 그 1/100인 1mSv다. 방사선량이 90mSv가 되어도 방사선에 의한 문제적 영향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보다 훨씬 낮은 1mSv를 관리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1년간 받는 방사선 피폭치가 3mSv다. 즉 자연에서 일상적으로 받고 사는 값의 1/3로 기준이 정해진 것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면 문제가 생길 턱이 없다. 후유증이나 장기간 피폭에 따른 돌연변이는 모두 괴담이다. 주먹으로 친 것이 아니라 새끼손가락으로 친 것인데 후유증이나 돌연변이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기술검토위원장인 이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6월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 대응 일일 브리핑에서 자연방사선 수치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일염은 고체…삼중수소는 물과 함께 증발

그럼에도 괴담은 퍼진다. 공포의 가장 큰 부분이 무지다. 모르기 때문에 더 무서운 것이다.

“지금은 배출기준 미만이어서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방사성 오염수가 표층수는 미국을 거쳐 오지만 심층수는 빨리 국내로 유입된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 바다와 생선을 오염시킨다” “ALPS 필터가 고장 나면 오염수가 방류된다” 등등. 전부 거짓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될 방사성은 문제가 발생할 수 없는 수준의 미량이다. 배출기준보다 1/40로 낮춰서 배출하는 데다 그나마도 방류관으로부터 3km만 벗어나면 방사성 농도가 우리나라의 강물 수준이 된다.

“선박의 평형수로 실려서 우리나라에도 오염수가 온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기본적으로 평형수는 배의 평형을 잡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항구에 정박 중에 넣거나 빼는 것이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평형수를 넣을 이유가 전혀 없다.

천일염이 방사성물질로 오염될 수도 없다. 배출량이 극미량이고 삼중수소를 제외하고는 걸러진다. 설령 삼중수소가 있다 해도 이는 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천일염을 만들 때 물을 증발시키는 과정에서 삼중수소도 함께 증발한다.

2011년 사고 당시 처리되지 않은 고농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했을 때도 우리나라 해역에서 측정된 방사성 농도와 어류의 방사성 농도는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1/1000도 안 되는 양을 30년에 걸쳐 나눠서 방류하는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은 공상에 가깝다.

괴담을 만들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려 하니 프레임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일본에서 방류하는 것은 오염수를 필터 등으로 걸러 배출기준 이하로 만든 처리수인데 오염수라고 우긴다. 심지어 핵폐수라는 표현도 쓴다.

괴담놀이에 빠지다 보니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과연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일까.

첫째, 만일 배출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성 오염수가 방류되었다면 먼저 피해를 볼 것은 일본 국민이다. 그리고 태평양을 거쳐 1만분의 1 이하로 희석된 영향이 우리나라에 도래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괴담 아닌가?

둘째, 일본 정부의 발표나 국제기구의 발표를 못 믿겠다고 하는 상황은 상식적인가? 국제원자력기구가 일본의 분담금이나 뇌물로 인해 보고서를 왜곡시킨다는 얘기는 상상이 지나쳤다.

셋째, 믿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믿지 못하겠다고 국가 시스템을 움질일 수 있는가? 국가 시스템을 움직여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정부에 항의하려면 근거와 증거가 필요하다. 의혹과 불신만으로는 항의할 수 없다.

넷째, 후쿠시마 방류 이전에 천일염을 사재기한다면 같은 논리로 수산시장은 미어터져야 한다. 그런데 수산물은 안 팔린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 답은 괴담끼리도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돌아다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섯째, 정치인이 과학자를 돌팔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서로 영역과 전문성이 다르다. 그런데 정치인이 과학자를 평가하는 상황이 상식적인가?

여섯째, 규제는 한 국가의 고유 권한이다. 다른 나라의 규제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주권 침해가 된다. 그나마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국제원자력기구가 여러 나라의 규제에 개입할 근거를 만든 것은 큰 진전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 주권 침해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상인가? 오염수를 독자적으로 채취하고 마치 우리나라의 시설과 동일한 수준의 검사 행위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건 제도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길바닥에서 인생을 배운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도권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문제, 반일 관점에서 볼 일 아냐

일곱째, 배출기준을 하회하는 방류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나라나 어느 공장이나 오염수가 발생하면 정화해 배출기준 이하로 배출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다. 방사성 오염수도 마찬가지다. 위험하다면 배출기준을 더 낮추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결정할 일이다. 환경오염도 없고 약속된 배출기준을 하회하는데 문제시하는 그 자체가 더 문제인 것이다.

괴담을 유포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그로 인해 우리 수산업 종사자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비합리적 대처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너무 갔다.

농산물에는 잔류농약이라는 기준이 있다. 기준치보다 낮은 식품이라면 거래도 되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못 믿어서 더 비싼 유기농을 사먹을 사람도 있다. 그건 그의 취향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먹으면 된다. 그런데 잔류농약 기준을 유기농 수준으로 낮추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적으로는 과학적으로 충분한 잔류농약 기준을 제시하면 된다. 유기농 수준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런데 개인의 우려 수준으로 국가 시스템을 맞춰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다.

후쿠시마 문제를 반일이라는 색안경, 정치적 양극화라는 색안경을 끼지 말고 그냥 맨눈으로 봤으면 좋겠다. 먹는 식품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걱정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해소됐는데도 정치적인 이유로 지속된다면 불필요한 소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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