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앞으로!] 양산의 문재인, 달성의 박근혜…영남 판세 존재감은 얼마나?
  • 서진석·이승표 영남본부 기자,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5 10:05
  • 호수 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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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영남에서 압도적 승리” 자신하는 가운데 ‘낙동강벨트’와 ‘친박 결집’에 신경

노무현과 문재인, 박근혜와 윤석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에선 전·현직 대통령들의 이름이 줄줄이 소환된다. 우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PK(부산·울산·경남)는 민주당에 정치적 의미가 크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부산 사상구(34%)와 경남 김해(39.7%) 등 낙동강을 낀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으면서 제1막이 시작됐다. 이후 ‘낙동강벨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이 지역은 진보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대승을 거뒀던 2020년 총선에서도 PK 지역에선 전체 40석 가운데 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시사저널 포토·페이스북 캡처

주진우·장예찬 등 윤핵관들 부산 투입 가능성

그런데 지난해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경남 양산으로 귀향하면서 낙동강벨트의 부활이라는 제2막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부산에서 9석, 경남에서 7석을 목표로 내륙 진출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민주당은 PK 지역에서 현역 의원 외에 눈에 띌 정도의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과거 PK에 파괴력 있는 인사를 깜짝 투입해 선거에 바람을 일으켜 왔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그러한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문제는 그럴 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점이다.

PK 지역에서 깃발을 가장 높이 들고 있는 건 최근 이재명 대표의 대체자로 거론되기도 한 김두관 의원이다. 경남지사를 지냈고, 재선 의원으로 현재 민주당 양산시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에 정착하신 좋은 사례로 양산이 김해에 이어 민주당의 제2 거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양산 2석을 포함해 최대 6~7석을 확보해 경남의 정치지형을 바꾸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해갑의 민홍철 의원은 현재 3선으로 한 번 더 당선하면 4선 중진 고지를 밟는다. 김해을 지역구의 김정호 의원도 3선에 도전할 전망이다.

상징성이 있는 만큼 경남에선 친문(親문재인)계에서 무게감을 지닌 인사가 투입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된 ‘친문 적자’ 김경수 전 지사의 귀환도 예상됐으나 복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총선 출마는 불가능해졌다. 다만 현재 영국 유학 중인 김 전 지사가 돌아와 경남 지역 선거에서 조력자 혹은 구심점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 현역 전재수·최인호·박재호 의원은 모두 친문 인사들로 한 번 더 지역을 사수하면 나란히 3선에 오른다. 이 외에도 각종 논란 끝에 국민의힘에서 탈당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황보승희 의원의 중·영도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출신인 김비오 전 지역위원장, 김철훈 전 영도구청장 등이 출마해 탈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명계 인사로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산진갑에 출마해 6선에 도전하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과 경쟁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효과’를 평가절하했다. 한옥문 국민의힘 양산당협위원장은 “대부분의 시민은 내년 총선을 문 전 대통령과 연결 짓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형두 의원은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당인 민주당에 밀려 국정 운영조차 힘겨워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내년 총선에서 바로잡을 수 있도록 경남 도민들에게 겸허하게 호소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PK의 기존 점유 지역 사수는 물론 낙동강벨트 등 아직 남은 민주당 지역까지 완전 탈환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 대통령의 최측근들인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내년 총선 때 부산 공천의 주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우선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부산 사상에서 4선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에서 이 지역에 배재정 지역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두 사람은 세 번째 맞대결을 치르게 된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일원으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도 일찍부터 부산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는 초선인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 출마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그는 수영구 인근의 남구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윤 대통령의 1호 청년 참모로 알려진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또한 이 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만큼 출마 후보군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장 위원이 민주당의 전재수 의원이 있는 북·강서갑에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를 잡고 있는 해운대갑에서는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 이름과 함께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후 해양수산부 차관에 임명된 박성훈 차관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 외에도 대통령실 참모 중에서 이창진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꿰차고 있는 연제구에 도전할 전망이다. 정호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지키는 사하갑 탈환에 나설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 이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도 요직에 기용된 정 행정관은 4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페이스북 캡처

최경환·우병우·유영하 등 친박계, TK 출마 저울질

이러한 대진이 더 많이 짜일 경우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PK에선 윤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즉 신구(新舊) 권력의 대리전이 곳곳에서 펼쳐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핵관의 대거 투입 가능성과 신구 권력 경합 등의 특성으로 인해 PK 지역의 핵심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총 6석에 불과하지만 여당의 싹쓸이냐, 진보의 대반격이냐를 놓고 부딪칠 울산도 PK 지역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1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다음 총선에선 3석 이상이 목표라며 공격적 전략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김기현 대표(남을)를 주축으로 기존 의석 사수는 물론 민주당이 차지했던 북구까지 포함한 전체 의석 석권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선 내년 총선에서도 별다른 이변 없이 진보진영의 전멸이 예측된다. 다만 보수진영 내에서 미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박(親박근혜)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유영하 변호사 등이 내년 총선에서 TK 출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현재 대구 달성군에 머무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소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방문한 김기현 대표와 만나는 등 공개 행보를 재개하면서 그가 TK 지역 민심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구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탄핵 반대 당시와는 외형적 열기가 다를 뿐 지역민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동정론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거나 “이미 정치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겠다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닌 고유한 영향력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이 TK의 대체적 민심”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나오는 친박계 귀환설에 대해 국민의힘 일각에선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여전한 탄핵의 기억으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선 여권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고, 친박 신당 등의 분열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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