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준석 신당’부터 ‘비명-비윤 빅텐트’설까지 거론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6 07:35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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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공천 리스트’까지 돈 野…신당 촉발할 변수 셋 ①공천학살 ②연합 ③선거제

총선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선거판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요 변수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분열과 파급력 있는 신당의 출현 여부다.

정치권에선 주요 선거를 앞두고 신당이 생겨나기 위한 현실적인 마지노선을 100일 정도라고 본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올해 안으로 뭔가 구체적인 그림이 나와야 하는 셈인데, 밑에서 끓고 있던 신당설이 폭발해 끝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최근 여야 각 진영에선 주요 정치인들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이미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있다. 시사저널은 정치권의 분열과 신당 창당, 그리고 정계개편을 결정적으로 촉발할 수 있는 세 가지 변수를 짚어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연합뉴스

①공천학살: 여야 모두에서 커지는 공포심

“많은 정치인이 창당을 말할 때 여러 명분을 얘기하지만, 결국 최대 핵심은 선거에서의 생존, 즉 공천이다. (공천 탈락으로 인한) 생존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무소속 출마 의지 혹은 신당 합류 의지를 강력하게 불러일으킨다.” 과거 신당에 몸담았던 한 야권 인사의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에서는 공천권을 두고 친이(親이명박)계와 친박(親박근혜)계 간 갈등이 벌어지자 친박계 인사가 대거 탈당해 각각 친박연대 및 친박 무소속 연대로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이들 세력은 실제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 상당수의 당선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례는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흔한 장면이기도 하다.

현재도 여야 모두 총선을 150일 앞두고 공천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구속영장 기각 후폭풍으로 비명계에 대한 친명계의 비토 분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이른바 비명계에 대한 자객공천설까지 돌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체포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에 원외 친명계 인사들이 투입돼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당내 일각에서 거론된 것이다. 단식 후 회복을 마치고 복귀한 이재명 대표가 ‘화합’을 강조하며 갈등이 일시 봉합되나 싶었지만, 비명계 송갑석 의원이 사퇴한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이 대표가 10월28일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정현 최고위원을 새롭게 임명하면서 갈등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박 최고위원은 친낙(親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대덕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에 이른바 ‘민주당 자객공천 리스트’가 돌기도 했다. ‘비명 지역구 자객 경선 리스트업’이란 이름의 명단엔 20여 명의 비명계 의원 지역구와 이름, 그리고 해당 지역구에 출마자로 거론되는 친명계 원외 인사의 이름이 일일이 적혀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상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구엔 이경 당 부대변인이, 이원욱 의원의 경기 화성 동탄을엔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가, 윤영찬 의원의 경기 성남 중원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설훈 의원의 지역인 경기 부천을엔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실제로 친명계에서 만들었거나 그런 명단이 아닌 걸로 안다. 그냥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을 적어놓은 지라시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은 이미 시스템 공천이 다 갖춰져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공천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비명계 의원은 “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말뿐인 화합이다. (자객공천설 등에 대해) 이 대표는 모르는 척할 것이고, 비명계에 대한 공천 불이익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공천 공포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화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폭풍으로 임명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을 꺼내들면서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TK(대구·경북) 지역구 의원은 “특정 지역에 대한 압박이 이뤄지는 건 불공정하다”며 “수도권도 잃고 영남도 잃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 일각에선 험지 출마로 빈 영남권 지역구에 이른바 ‘검사 공천’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인 위원장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부인했다. 정치권에선 만일 비주류에 대한 공천학살이나 불이익이 가해질 경우 분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당설이 도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②연합: 유승민-이준석 혹은 ‘빅텐트’ 이뤄질까

여야 각 진영에선 디테일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큰 그림으로 보면 비슷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당내 통합이 제1의 과제로 거론되고 있으나 원심력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상황과 마찬가지다. 인요한 혁신위가 제1호 혁신 안건으로 여권 통합을 위해 당내 징계를 풀어주는 ‘대사면’ 카드를 꺼냈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모습이다. 대상자에 포함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오히려 불쾌함을 드러내며 거부했다.

특히 당내 대표적인 비윤(非윤석열) 인사인 이 전 대표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그는 최근 신당 창당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38쪽 딸린 기사 참조).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며 창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던 그는 최근엔 “(신당 창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달라진 기류를 내비쳤다.

그의 행보도 주목됐다. 징계 취소 등으로 손을 내미는 인요한 혁신위에 대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이 전 대표는 11월1일 멘토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30분가량 면담했다. 이 전 대표는 “중요한 행동 전에 자문을 구하는 분”이라고 김 전 위원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중요한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으나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등 다음 행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전 대표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각을 세워온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떠나는 것, 신당을 한다는 것은 늘 열려 있는 선택지이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손잡고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 박근혜 탄핵 정국이던 2017년 두 사람은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에서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도 함께 한 바 있다. 현재는 가깝게 교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 사람은 앞으로의 연대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10% 후반대에서 20%를 넘는 결과까지 나와 거대 양당에 상당히 위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최근 인 위원장이 유 전 의원을 만난 사실을 밝히면서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각에선 진영을 넘어선 ‘빅텐트’가 쳐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의 연대라는 더 큰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 외에도 현재 정치권엔 일찌감치 신당 창당에 나선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뿐만 아니라 당내 분열로 여러 갈래의 신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정의당, ‘이준석계’로 분류됐으나 먼저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선 신인규 전 부대변인 등 청년 정치인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세력들이 서로 연대해 빅텐트를 치거나, 각각의 작은 규모 연대를 통해 ‘스몰텐트’를 구성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11월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시 빅텐트 결성 가능성에 대해 “신당을 한다면 무조건 수권 정당을 해야 한다”며 “정당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유권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스펙트럼을 최대한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③선거제 개편: 또 위성정당 탄생 혹은 회귀?

선거제 개편 여부는 신당들의 운명을 결정할 주요 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20대 총선까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취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개편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좀 더 다양한 소수 정당들의 국회 입성을 기대하게 했지만 오히려 거대 양 진영의 꼼수로 위성정당을 탄생시켰다. 그러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곧 위성정당 비례대표제란 꼬리표가 붙어버렸다. 상대적으로 거대 양 진영에 비해 금전적으로나 규모로나 열세일 수밖에 없는 신당들이 의석을 얻기 위해선 위성정당을 탄생시키지 않으면서 비례대표제가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망은 회의적이다. 이미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의 법정 시한인 총선 1년 전을 한참 지나쳤고, 논의가 진행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원래 활동 기한(10월31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여야는 정개특위 활동을 연장해 논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선거제 개편에 대해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자리냐 회귀냐를 두고 평행선 논의가 이뤄진다. 여당에선 원래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야권에선 과거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현재가 더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선 제1당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들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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