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3년 유예?…세입자 전세 ‘2+2년 계약’은 어쩌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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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대안으로 ‘3년 유예안’ 거론…野 “자녀 입학 시기 고려”
수분양자 자금난 덜지만 전세 갱신 청구시 분쟁 가능성
“시장 혼란 가중시킨다” 지적에 ‘4년 유예’ 주장도

분양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실거주 의무 폐지에 반대하던 야당이 ‘3년 유예안’을 먼저 꺼내들면서, 이르면 2월 임시국회 내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시장은 벌써 들썩이는 흐름이다. 당장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수분양자 입장에선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를 수 있어 자금 부담을 덜게 된다. 다만 실거주 의무가 완전히 폐지되는 게 아닌 데다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습 ⓒ 연합뉴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습 ⓒ 연합뉴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가닥…野 “자녀 입학 시기 고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현행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미루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아직 상임위 차원의 공식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일정이 잡히고 여야 간사끼리 논의가 진행되면,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는 오는 19일 시작해 29일 마무리된다.

취재를 종합하면, 3년 유예안은 야당에서 먼저 거론됐다. 당초 야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갭 투자를 유발해 투기수요를 자극한다고 보고 반대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찌감치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공언한 상태다. 시장에서도 실거주 의무 폐지를 기대하는 심리가 상당하다. 이에 야당은 무조건적 반대는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판단, 3년 유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예 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것은 자녀의 입학 시기를 고려했기 때문이란 게 야당의 설명이다. 국토위 야당 간사 측은 “갭 투자 수요를 제외하면 실거주가 힘든 경우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이사 때문일 것”이라며 “입학 시기는 3년 단위로 나뉘기 때문에 실거주 유예 기간을 3년으로 둔 것”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되면 전국 76개 단지, 4만9657가구가 적용받을 전망이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만 1만2032가구가 영향을 받는다. 둔촌주공의 입주 시기는 오는 11월이다. 집주인은 입주 시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른 뒤, 3년 뒤에 실입주해 실거주 의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고금리 등으로 자금 마련 방안이 막혔던 수분양자들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분양을 앞둔 강남권 단지들의 수요도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가령 오는 5일 청약을 받는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의 경우 전용 43㎡ 최소 분양가가 12억원대이다. 이 단지에 청약하려면 최소 6억원의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2억원의 계약금만 갖고 있더라도 일단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벌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전세 끼고 계약하면 된다”, “자금 걱정 덜었다”란 반응이 줄 잇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둘째 주(8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05% 하락했다. ⓒ연합뉴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수분양자는 수분양자 입장에선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를 수 있어 자금 부담을 덜게 된다. ⓒ연합뉴스

실거주 의무 사라지는 건 아냐…與野 “추가 논의 필요”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란 조언이 나온다. 실거주 의무를 완전히 폐지하는 게 아니고, 3년이라는 모호한 기간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3년 안에 실거주 의무가 공식 폐지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시장 혼란이 재발할 수 있는데다, 폐지된다 할지라도 소급적용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실거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약한 이들에게까지 혜택을 줄 순 없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추후 세입자의 전세 갱신권 행사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는 기존 계약 2년에 더해 2년을 추가로 갱신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집주인이 실거주한다면 갱신청구권은 거절 가능하다. 때문에 전세 계약시 ‘계약기간 3년’이라는 특약을 걸어둔다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현장에선 3년 유예안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은 주거 안정을 위해 최대 4년의 거주권을 보장하는 입대차보호법의 취지와 상충되기 때문에 나중에 혼란이 생길 게 분명하다”며 “실거주 의무 자체를 폐지하거나, 유예 기간을 전세권 갱신이 만료되는 4년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실거주 의무 폐지나 유예 기간 조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국토위 여당 간사 측은 “야당과 논의 중인 게 없다”라면서도 “유예 기간과 관련한 중재안이 제시되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 관계자는 “유예 기간이 3년이든 4년이든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투기성 수요를 막아야한다는 원칙엔 변함없다”라면서도 “유예 기간 조정과 관련해 상임위 차원의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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