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로 공분 산 전세사기 ‘건축왕’, 법관 기피 신청한 이유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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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공판서 “사랑하는 임차인들…희망 잃지 마시라”
사기죄 법정 최고형 15년 구형…변호인은 ‘무죄’ 주장
7일 1심 선고 앞두고 기피 신청…“적의와 유죄 심증 노골적”
'건축왕' 일당이 '범죄단체'로 인정돼도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받는 데 그칠 전망이다. ⓒ 연합뉴스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15년이 구형된 ‘건축왕’이 판결 선고를 앞두고 담당 법관 기피신청을 했다. ⓒ연합뉴스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15년이 구형된 ‘건축왕’이 판결 선고를 앞두고 담당 법관 기피 신청을 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62)씨의 변호인은 최근 “담당 법관으로부터 공정한 판단을 구하기 어려운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천지방법원에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은 “담당 법관은 사건 심리 중 이번 사건과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깡통전세를 예로 들었다”며 “피고인에 대한 적의와 유죄 심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또 현재 2개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 A씨 연루 사건을 병합해서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분리기소 또는 쪼개기 기소로 피고인들은 같은 범죄에 대해 2개 형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며 “위헌적 상황이 명백한데도 담당 판사는 이에 대한 변호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법관에게) 피고인들의 고의와 관련해 금융기관 사실 조회 등 입증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간절히 호소했으나, (법관) 자신의 퇴직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변론을 종결했다”며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한 병합도 거절했는데, 이는 명백하게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전형적인 폰지사기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2000명 이상의 세입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번 사건 피해자는 사회초년생이나 경제적 취약 계층으로, 피고인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피고인의 사기 혐의는 관련 요건에 해당 사항이 없다”며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사랑하는 임차인과 임직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아침저녁으로 피해 복구가 되길 기도하면서 1년 여 간 감옥에서 설거지도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 특별법 (제정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감정가 매수를 진행한다고 하니 임차인 여러분도 희망을 잃지 마시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는 각각 징역 7~10년이 구형됐다. 1심 선고일은 오는 7일이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해 2~5월에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A씨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453억원(563채)에 달하지만, 148억원 관련 혐의에 대한 선고만 앞두고 있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원(372채)과 관련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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