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친명(親이재명)-친문(親문재인)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직접 통합 행보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화합을 강조하며 서로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이 대표는 친문계가 요구해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단했다. 그러나 ‘공천 경쟁’ 서막이 오르면서 당 물밑에선 긴장감이 감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분란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尹집권 책임론’ 설전까지…“文 만났다고 봉합 안 돼”

이 대표는 지도부와 함께 4일 평산마을의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정치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명문(이재명-문재인)정당으로서 총선승리를 위해 단결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또 현 정부여당이 민생을 방치하고 통합을 외면하는 점에 대해서도 함께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당내 계파 프레임 분열에 대한 우려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우리가 다 같이 하나 돼서 왔는데 총선에 즈음해서 친문과 친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며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도 “민주당은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선거제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발언도 회동에서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 다 함께 힘을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며 사실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힘을 싣는 조언을 했다. 이에 이 대표도 5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당론으로 선언하고 “정권심판에 동의하는 세력과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의 이 같은 ‘통합’ 행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내홍이 쉽사리 봉합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친명계 인사들이 친문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연이어 도전장을 던지면서 ‘자객 공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다른 지역구 출마로 당 검증위원회를 통과한 친명 후보들이 돌연 지역구를 바꾸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친문계 의원들의 정체성을 두고 “민주당과 결이 다르다”며 공개 저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도 오는 6일부터 진행하는 종합심사 결과 발표에 앞서 하위 20%에 속한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성적표를 통보한다. 해당 결과에 따라 사실상 컷오프 대상인 하위 10%와 감산 대상자 명단이 나온다. 이들 중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될 경우 ‘공천 학살’ 명분으로 당 내홍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최근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탈당 러시’가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정권교체 책임론’도 당내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동력을 얻기 위해선 지난 대선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불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당초 친문계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돌연 노선을 환승하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문재인 정부 출신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게 각을 세우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친문계 인사들도 친명계의 최근 행태가 ‘도를 넘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총선 후보도 통화에서 “정권이 교체된 책임을 온전히 친문에만 뒤집어씌우려는 프레임이다. 본인(친명 인사)들은 잘못이 없는 줄 안다”며 “이재명 대표도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약속한 ‘단결’ 메시지가 허상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가 보다 강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헌기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만으로 (봉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당은 내부 권력 결속을 위해 계속 쪼개지고 서로 공격한다. ‘친문-친명’에 이어 ‘진명(眞이재명) 갈등’까지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직접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권을 바라보고 있다면 사이다같은 리더십과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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