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거래일 만에 시총 10조원 ‘쑥’…현대차에 무슨 일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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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저PBR’ 흐름 타고 신고가 행렬
경쟁사 부진 속 ‘인도 상장’ 기대감까지
강세 이어갈지는 미지수…‘피크 아웃’ 우려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보는 ‘저PBR주’(주가순자산비율 1 미만 기업) 선호 심리가 확산하면서, 현대차에 투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31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해 신고가 행렬을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에만 시가총액은 10조원 불어났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 인도 법인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의 호재가 계속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현대차 주가가 ‘저PBR주’ 선호 심리를 타고 신고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현대차 주가가 ‘저PBR주’ 선호 심리를 타고 신고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저PBR주’ 수혜 톡톡…현대차 주가 ‘빨간 기둥’

6일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5% 내린 23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하루 동안 4.85% 크게 오른 이후 숨고르기에 나선 분위기다. 현대차는 전날 코스피 지수가 0.92% 내리고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파란 불이 켜진 동안, 시총 상위 50위권 중 유일하게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차 주가가 상승 동력을 이어가는 배경엔 국내 증시를 휘감은 ‘저PBR주’ 선호 심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PBR은 이날 기준 0.68배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장부가치에 비해 30%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구상을 밝힌 지난 17일 이후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기간 현대차 주가는 30% 올랐고, 시가총액은 12조원 늘었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주가가 2배 이상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측은 현대차가 갖고 있는 현금 19조원 중 8조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매입하고 소각시키면 연간 7000억원의 배당금을 절약할 수 있고, 부동산 등 자산 매각 등을 약속하면 주가가 50만원으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월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요타 품질 부정에 테슬라 실적 부진…현대차는 ‘최고 실적’

이에 더해 내부 호재도 전해졌다. 현대차는 올해 말 인도 법인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초기 단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 법인은 250억~300억 달러(약 33조3400억~40조원) 규모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주식 일부를 상장해 최소 30억 달러(약 4조원)를 조달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IPO가 확정되면 인도 시장 최대 주식 공모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이 저조한 실적을 보인 점도 현대차엔 호재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률 8.2%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5조원을 넘겼다. 형제 기업인 기아와 합산 영업이익률은 10.2%로, 테슬라(9.2%)보다 높다.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10.5%로 높은 편이지만, 최근 품질 인증 부정 문제에 휩싸였다. 결국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이 문제로 일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일부 증권가에선 현대차의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증권과 삼성증권 등이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29만원으로 높였고, 메리츠증권과 교보증권 등도 28만원을 제시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현대차 목표주가 평균치는 27만2500원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최근 주가 급등은 지난해 손실자산 정리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정부의 밸류업 정책으로 저평가 해소 기대감 등이 작용한 결과”라며 “올해 추정 실적 기준으로 목표 PER(주가수익률)은 7배까지 상향 가능하고, 현대차의 적정 PBR은 0.89배로 이를 대입한 적정 주가는 34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 주가가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주가가 단기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실현 압력이 높아진 데다, 현대차의 실적이 향후 더 성장할지 미지수란 이유에서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수요 성장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해져 올해 판매 증가를 통한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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