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군’인가 ‘자객’인가…이재명의 ‘조국 딜레마’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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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 후보 시절 ‘조국 사태’에 “내로남불 사과”
野 의견 분분…“결국 함께 가야” vs “연대대상 아냐”

“조국신당, 선거연합 대상으로 고려 안한다.” (박홍근 민주연합 추진단장)

“현실정치 참여 결단·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정청래 최고위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사표에 더불어민주당이 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조 전 장관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영과 ‘손절’해야 한다는 세력이 선명하게 나뉘면서다. 공천을 두고 친문재인(친문)계와 친이재명(친명)계 간의 파열음이 이는 가운데, ‘조국의 강’까지 다시 흐르자 이재명 대표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야권 일각에선 조 전 장관이 이 대표의 원군이 아닌 당권‧대권을 위협할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포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포토

조국의 출사표…갈리는 민주당 두 시선

14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지난해 연말부터 ‘신당 창당’을 고민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조 전 장관에게 출마를 강하게 권유하면서다. 다만 연초까지만 해도 조 전 장관은 집필 및 강연 등의 활동에만 매진하며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준연동형제 비례대표제를 택한 뒤 ‘통합비례정당’을 띄우자, 조 전 장관이 창당을 전격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전날(13일) 고향인 부산의 민주공원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은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고, 정적 제거와 정치 혐오만 부추기는 검찰 독재정치, 민생을 외면하는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미약한 힘이지만 국민들을 위해 큰 돌을 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창당에 앞서 이재명 대표가 아닌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결심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12일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전 대통령도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민주당과 야권 전체가 승리하길 기대한다”며 화답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의 출마를 바라보는 민주당 내 시선은 엇갈린다. “민주당과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상황”(고민정 최고위원)이라는 분석과 “전체적으로 ‘이번 선거의 전략과 구도의 면에서 조 전 장관의 신당과 같이 가는 게 맞냐’는 부분은 또 다른 판단의 영역”(박성준 대변인)이라는 신중론이 우선 지배적이다.

동시에 “어떤 모양으로 같이 할 지는 모르겠으나 정권 심판의 큰 바다에서 함께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정청래 최고위원)는 낙관론과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결코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박홍근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단장)이라는 비관론이 맞부딪히는 양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손을 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측 제공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손을 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측 제공

‘조국 사태’ 사과했는데…이재명의 선택은

일각에는 이재명 대표가 ‘조국 신당’으로 딜레마에 처했다는 시각도 있다. ‘반윤(반윤석열) 빅텐트’를 구상하고 있는 이 대표에게 조 전 장관은 분명한 우군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조 전 장관을 띄우려면 대선 발언을 번복해야 하는 ‘리스크’를 져야 한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사과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내로남불’로 국민들의 공정성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을 시켜드렸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가 조 전 장관 창당에 침묵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국의 강’이 재현될 경우 민주당의 총선 구호인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퇴색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정치 데뷔를 결심한 조 전 장관이 이 대표의 당권‧대권을 위협하는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 전 장관이 지금의 본인 상황을 직시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진보진영에도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지금 잘해서가 아니라 정권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는 오히려 윤석열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반작용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3일 방송된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진정 민주당을 위했다면 (창당 대신) 가만히 있었어야 하는데, 오로지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출마하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딜레마”라며 “조 전 장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이 당의 헤게모니를 잡으면 이재명은 그대로 끝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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