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러쉬에 놀란 이준석, 편지 통한 지지층 달래기 먹힐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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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핵심 지지층, 이낙연 등과 합당에 “보수 가치 버렸다”
이준석 편지 통해 사과…“심려 끼쳐 죄송, 더 나은 소통 노력”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60일 전이자 설 연휴 첫 날인 지난 9일 제3지대가 전격 합당을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지지층 사이 이탈 조짐이 연일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이 대표가 내세워 온 합리적 개혁 보수와 다른 길을 택한 데다,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이 대표는 13일 장문의 편지를 통해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과했다.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이 손을 잡은 직후부터 개혁신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합당 결정을 비판하거나 ‘탈당’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글 1000여 개가 게재됐다. 이 대표 지지층이 주를 이룬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선 “입당 한 달만에 탈당한다”는 등 당원‧지지자들의 ‘탈당 인증’과 ‘지지 철회’ 글이 쏟아지고 있다.

탈당과 지지 철회를 밝힌 데에는 이 대표가 ‘보수’의 가치와 정체성을 버렸다는 이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과 한 배를 탔다는 점 자체로 이 대표의 정체성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젠더‧페미니즘’ 이슈로 대립해 온 정의당 출신 류호정 전 의원과 함께한다는 점에서도 그동안 이 대표의 기조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합당 과정에서 ‘당명’ 외에 뚜렷한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고도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커뮤니티에선 ‘보수에는 엄격하고 진보에게 자애롭다’거나 이 대표를 ‘이제 개혁보수는 끝났다’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합당을 하는 이유와 가정을 사전에 설득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 또한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개혁신당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 과정에서 소통 절차의 미흡함으로 소외감을 느끼시고 우려를 하게 되신 당원과 지지자께 죄송하다는 사과와 잘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밝혔다. ‘보수 정체성’ 상실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CBS라디오에서 “개혁신당의 기존 구성원 중 누구도 개혁 보수적 가치관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과거 바른미래당 때도 유승민과 이준석이 갑자기 진보가 됐던 건 아니다”라고 달래기에 나섰다.

이어 전날 이 대표는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유를 불문하고 통합과정에서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당 대표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새로 합류하는 구성원들과의 이념적 차이에 대한 당원과 지지자의 걱정은 충분히 타당하다”면서 “생각의 스펙트럼은 개혁신당이 장기적으로 수권세력이 되기 위해 확대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합리적인 대화를 기반으로 갈등을 조정해나가는 것에 대한 동경이 항상 있었다”며 “그래서 누군가 저를 여성혐오와 장애인 혐오로 아무리 몰아가도, 오히려 그런 낙인찍기에 의연히 대처하며 그것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에 합류를 희망한 몇몇 인사들의 과거 행적이나 발언으로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이기에, 우리에게 합류하기 위한 여러 세력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개혁신당의 어떤 가치에 동의해서 함께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이 가졌던 생각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들의 당적이 개혁신당으로 바뀌다 하더라도, 그럴 용기가 없는 인사들에게 개혁신당 지지자들의 마음이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했다.

그는 통합 이후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구현하는 정당이 됐으면 한다”며 “지지층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과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보여준 자신감도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 총재와 이기택 총재에게 보였던 통 큰 결합의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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