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이 말하는 이낙연-이준석 갈등의 서막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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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우려 이낙연 ‘저속’ 걱정 이준석…리더십 차이 선명
정책 이견에 ‘핵관’ 갈등까지 발발…당 일각 “이대로면 공멸”

야심차게 닻을 올린 제 3지대 ‘빅 텐트’가 항해 10일 만에 좌초 위기에 몰렸다. 여야 거대 정당에서 빠져나온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3지대 4개 세력이 ‘정책 결정권’을 두고 갈등에 휩싸이면서다. 이준석 공동대표가 선거 정책 결정권을 요구하자, 이낙연 공동대표를 비롯한 민주당계 인사들이 크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두 대표의 상반된 리더십에, 계파 간 감정싸움까지 빚어지면서 제 3지대의 분열이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개혁신당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인가” “태평한 인식”…내홍 격화

19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 사이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건 설 연휴 직후인 13일부터다. 설 연휴기간 이준석 대표 측은 핵심 공약을 설계하고 홍보 전략 등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책 초안을 두고 양측의 이견이 첨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이준석 대표 측이 ▲여성가족부 및 통일부 폐합 등 정부조직 개편 ▲위성정당 출현 금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의 정치개혁안을 이낙연 대표 측에 전달했으나, 이낙연 대표가 대선 결선투표제 외 두 안에 대해서는 쉽사리 수긍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일부 정책의 경우 위헌적 요소가 있을 수 있고, 당원들의 의견을 취합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낙연계 핵심 관계자는 “위성정당 금지 자체는 헌법상 정당의 자유 측면에서 법률로 막을 경우 위헌 요소가 있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낙연 대표가 무리수가 크다는 취지로 양측 회동 자리에서 직접 밝혔다”고 전했다. 관련 상황에 대해 이준석계 핵심 관계자는 “특정 안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며 “언제까지 검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대표 측이 ‘과속 리스크’를 우려했으나,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속도조절’에 나서는 건 안이한 판단이라는 게 이준석 대표 측의 진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불만이 극에 달한 이준석 대표가 ‘총선 정책‧홍보전략 결정 전권’을 요구했으나, 이낙연 대표가 다시금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준석 대표가 17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잡은 뒤 회견 1시간 전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이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재자를 자처했지만, 양측의 갈등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국 폭발했다. 선거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대표에게 위임하자는 안건에 반발한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회의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은 “전두환한테 나라 운명을 맡겨달라는 반민주적 의사결정을 어떻게 같이 하느냐”라며 이준석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이낙연 대표 측은 개혁신당이 아닌 ‘새로운미래’ 명의로 성명을 내놨다. 새로운미래 측은 “오늘 개혁신당 최고위는 ‘이준석 사당’을 공식적으로 의결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사당화를 관철하였다면,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공식적 절차를 앞세워 사당화를 의결하고 인정하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심판과 야당교체에 대한 국민의 여망과 제3지대 통합 정신을 깨뜨리는 어떠한 비민주적 절차와 내용에도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 대표 등이 2월9일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 대표 등이 2월9일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지붕 두 리더십’에…이낙연계 홀로설까

정치개혁 의제 및 의사결정 권한 문제 외에도 ‘고령층 무임승차 폐지’ 정책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문제를 두고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명단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개혁신당은 지역구 및 비례대표 공천에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이다.

양측 모두 분열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그 가능성은 열어두는 모습이다. 이낙연‧이준석 대표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일각에선 개혁신당이 합당 절차를 마무리 짓기도 전 바른미래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당권을 둔 내부 갈등 끝에 네 갈래로 갈라졌다.

이낙연계 핵심 관계자는 “빅 텐트의 판을 깨고, 안 깨는 것은 이준석 대표한테 달려있다. 만약 이걸 깬다면 정치 생명에 큰 영향을 주는 바보짓이고, 정말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준석계 핵심 관계자는 “당명이 개혁신당인데 이낙연 대표는 맨날 검토만 하자한다. 태평신당”이라고 지적한 뒤 “너무 답답하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낙연 대표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 대해 “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통합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크게는 5개의 세력이 합쳐져서 개혁신당이 이뤄졌는데 새로운 미래(이낙연 대표 측)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은 조금 더 강하고 속도감 있는 리더십을 원한다”며 “이낙연 공동대표의 의사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선거 전반에 대한 주도를) 추진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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