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와 손잡은 조카…주총 앞둔 금호석화 또 시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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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2년 만에 주주제안…횟수로는 세 번째
시류 맞춰 ‘자사주 소각’ 전면에…개미 표 흔들까
차파트너스에 권리 일임…2전3기 결말에 관심 집중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나선 박철완 전 상무가 지난 2021년 3월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나선 박철완 전 상무가 지난 2021년 3월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카의 난’을 통해 경영권 분쟁에 나서왔던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이번엔 행동주의 펀드와 손을 잡았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전문성을 보유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권리를 위임하며 세 번째 표 대결에 나선 것이다. 박 전 상무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움직임 속에 이번 주총에선 안건 통과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2년 만의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권 분쟁에 다시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9.10%)인 박 전 상무는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다. 앞서 그는 2021년과 2022년에는 직접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지만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 두 차례 주주제안에서 박 전 상무는 높은 배당금과 이사회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 주주제안은 이전과는 다소 다른 접근이라는 평가다.

그가 내건 주주제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이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이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와, 이러한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 또한 독립성이 결여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사회 구성으로 인해 저평가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은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잇따라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781만 주(지분율 4.2%)와 우선주 전량인 16만주(지분율 9.8%) 등 약 1조원 규모 소각 방침을 결정했다. 자사주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약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492만 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6년 만의 주주환원 정책이자 2011년 창립 이후 첫 자사주 소각이다.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때문이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 중 주주환원 확대 전략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공표하고, 자사주 소각 등에 적극적인 기업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부 내용은 오는 26일 발표한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주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박 전 상무의 이번 주주제안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솔깃한 자사주 소각…행동주의 펀드, 표 결집 가능할까

자사주 소각은 경영권을 가진 박찬구 회장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사안이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이를 백기사에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나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다.

과거와는 달리 박 전 상무는 이번 주주제안에는 행동주의 펀드와 손을 잡았다. 그는 지난 15일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을 특별관계자로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박 전 상무는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 소액주주 권리 보장,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차파트너스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주주로서 차파트너스가 금호석유화학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차파트너스는 앞서 맥쿼리인프라, 남양유업, 사조오양 등을 대상으로 행동주의에 나선 바 있다.

과거 박 전 상무는 직접 주주제안 캠페인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주주환원정책 강화 흐름 속에서 ‘주주행동주의’에 다수 경험이 있는 차파트너스가 전면에 나서는 이번엔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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