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도 하위 10%, ‘非明 공천 학살’ 현실화하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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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20%’ 현역 31명 통보에 반발 확산
박용진 기자회견 열고 “과하지욕 견디겠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 의원들에 대한 통보를 시작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평가 결과 낮은 점수를 받은 의원 대부분이 비이재명(비명)계란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재심뿐 아니라 이재명 지도부의 집단사퇴를 요구하거나, 탈당을 선언하는 의원까지 발생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굴욕적인 일” 박용진 ‘친명 공천’ 저격

박용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어제 민주당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되었음을 통보받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자신이 비명계이기 때문에 하위 평가 10%에 속했다고 의심했다. 그는 “저는 단 한 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정치, 패거리 정치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며 “오늘의 이 모욕적인 일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제가 이 치욕을 국민 여러분께 공개하는 이유는 제가 받고 있는 이 굴욕적인 일을 통해 민주당이 지금 어떤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당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경각심을 가지시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을 겨냥해 “힘을 가진 누구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그를 지키겠다는 정치는 정작 국민에게 충성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며 “저는 그런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비록 손발이 다 묶인 경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 남아 승리하여 누가 진짜 민주당을 사랑하는지 보여드리겠다”며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와 사당화의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구당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정풍운동의 각오로 오늘의 이 과하지욕(胯下之辱·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을 견디겠다.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강조했다.

 

비명 반발 속 ‘탈당 러쉬’ 시작될까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이하 해당자에게는 경선 득표의 30%, 하위 10∼20%에는 20%를 각각 감산하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상 하위 20% 대상자가 ‘컷오프’(경선 배제)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하위 20% 명단(31명)의 상당수가 비명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공천 학살’ 의혹이 제기되자 오래 머문 당을 박차고 나가는 인사들도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은 전날 “민주당이 제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 영등포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원욱(3선)·김종민(재선)·조응천(재선) 의원에 이은 4·10 총선 국면에서의 네 번째 탈당이다.

김 의원은 “저는 친명도 반명도 아니다”면서 “그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 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에는 이 대표의 원외 세력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채현일 전 영등포 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일부 의원들은 당의 ‘시스템 공천’이 훼손됐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전날 오후 단체대화방에서 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언주 전 의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 법조 출신 여성 3인을 각각 용산과 중·성동갑,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당의 공천 기준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이 대표와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을 향해 “당 대표와 안 위원장은 더 이상 공천에 능력도 신뢰도 없으니까 2선으로 물러나 달라. 수도권 총선 폭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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