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실거주 의무 유예로 선회…서울 강동부터 전셋값 내리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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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실거주 의무 완화 합의…29일 본회의서 처리 전망
의무 유예로 전세 물량↑…4만9000여 가구 적용 사정권
파급력 회의 시각도…“완전 폐지 아니라 영향력 제한”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유예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존 실거주 의무 적용 신규 분양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나올 수 있게 되면서, 임대차 시장 가격 안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특히 올해 2만 가구 가까이 집들이가 예고된 서울 강동구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출렁일 조짐이다. 단 실거주 의무 완전 폐지가 아닌 3년 유예인 데다 상당수 가구는 실거주 의무를 인지하고 분양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에 합의하면서 관련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에 합의하면서 관련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전망…5만 가구 ‘숨통’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오는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시작으로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될 전망이다. 여야는 2년 단위로 맺는 전세 계약기간을 고려해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을 3년이 아닌 4년으로 늘릴 지를 두고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유예 자체에는 공감대를 이룬 터라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단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4만9000여 가구다. 이 가운데 이미 6544가구가 입주를 마쳤는데, 정치권은 이들 단지에 대해서도 실거주 의무 완화를 소급 적용할지 추가 논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분양 물량의 대다수는 강동구에 몰려있다. 오는 11월 입주를 추진 중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에서만 1만2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이밖에 강동구에선 1299가구의 강동헤리티지자이와 999가구의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등 대단지들이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습 ⓒ 연합뉴스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이자 오는 11월 입주를 추진 중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습 ⓒ 연합뉴스

강동구 ‘들썩’…물량 폭탄에 전세가 안정될 듯

이들 단지에선 전세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의무 유예로 당장의 입주를 면한 집주인 입장에선 일단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러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이 지역 일대에선 전세를 내놓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제 이달 입주를 시작한 상일동 e편한세상고덕어반브릿지는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인데도 전세 매물이 다수 나와 있다. 호가는 6억~8억원 선으로, 전체 593세대 중 30개 세대가 부동산 플랫폼에 전세 매물로 올라왔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지는 게 부동산 시장의 불문율이다. 가령 지난 2019년 9510가구 대규모 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당시 1800여 채의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송파구뿐만 아니라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일대 전셋값이 크게 하락한 바 있다.

특히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대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확정되면, 2년 단위로 계약 연장이 가능한 현행 룰을 깨고 3년 특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호가를 더 낮출 수 있다. 서울 상일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세입자 입장에선 당연히 3년짜리 집보다는 4년 살 수 있는 집이 매력적이지 않겠나”라면서 “수요를 맞추려면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 중심으로 호가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강동구 지역은 물량이 집중된 영향으로 전셋값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하락 전환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5째주부터 강동구 전세가격지수는 0.05% 감소로 돌아섰다. 매매 심리 관망세로 전세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속 상승한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올해 강동구에서만 수 만 가구의 집들이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거나 폐지되면 전세 계약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 전셋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대단지 입주가 예정된 서울 강동구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대단지 입주가 예정된 서울 강동구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실거주 의무 유예 전국 영향력 미미할 지도”

다만 일각에선 실거주 의무 유예에도 불구하고 전세 물량이 기대만큼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청약 시기를 고려하면, 이미 상당수 물량이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 시작 이전에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실거주 의무 폐지 발표 이후 계약된 물량은 무순위 청약을 받은 899가구다.

또 실거주 의무 완전 폐지가 아닌 탓에 시장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 3년 유예에 따라 전세매물이 일부 증가하겠으나, 전체 전세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입주물량이 집중된 지역, 국지적으로는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전체 시장으로는 그렇게 판단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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