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판정승? 개혁신당 ‘결별’ 손익계산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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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만에 찢어진 ‘빅텐트’…이낙연‧김종민만 ‘새로운미래’로
‘주도권 싸움’ ‘결별 시기’서 이준석 우위…“lose-lose” 지적도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가 20일 개혁신당과의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왼쪽은 이날 여의도 새로운 미래 당사에서 합당 철회 기자회견 하는 이낙연 대표, 오른쪽은 한 시간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 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가 20일 개혁신당과의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왼쪽은 이날 여의도 새로운 미래 당사에서 합당 철회 기자회견 하는 이낙연 대표, 오른쪽은 한 시간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 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열하루 전 야심차게 세워진 제3지대 빅텐트가 결국 각종 파열음 끝에 다시 두 개의 중텐트로 갈라졌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20일 합당을 철회하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다. 개혁신당을 떠나는 자보다 당에 남는 자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만큼, 당장 이준석 대표가 주도권 싸움의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총선 50일 전 요란한 결별을 맞으면서 제3지대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낙연‧이준석 대표는 1시간 간격으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이 최종 결렬됐음을 선언했다. 지난 갈등 과정에서 서로를 향해 쌓여 있던 감정들을 내비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정책 결정 등 전권을 이준석 대표에게 위임하는 안건이 다수결로 통과된 것과 관련해 “통합 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 측이 일찍부터 통합을 깨고 ‘이낙연 지우기’를 기획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기자회견을 가진 이준석 대표는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며 합당 결렬에 따른 ‘자기 성찰’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회견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이낙연 대표 측의 비판에 대해 “모순된 주장”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그러면서 “어제의 위임 전결 표결 하나가 이런 결과(합당 결렬)까지 낳을 사안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주도권 싸움’의 결과는 4:2?

이들을 결별로 이끈 여러 당내 갈등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이낙연‧이준석 두 수장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모아진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합당을 하고 서로 결이 다른 둘이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권력 충돌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 측은 이준석 대표가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는 기존 합의를 깨고 당을 사당화하려는 ‘본색’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 측은 선대위 구성 전까지 빠르게 총선 준비를 하기 위해 이준석 대표에게 정책‧홍보 전권을 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날 결별의 순간까지 결국 해당 부분에 대해 평행선을 좁히지 못했다.

11일 간 이어진 주도권 다툼에선 일단 이준석 대표가 상대적으로 ‘잃은 게 덜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준석 대표의 판정승이라는 평가다. 당장 결별 후 주요 합당 세력들의 거취만 봐도 대다수가 개혁신당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인 원칙과상식 3인방 중 김종민 의원만이 이낙연 대표와 함께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고, 조응천‧이원욱 의원은 개혁신당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세력 금태섭 최고위원 등 새로운선택 세력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수적 구도는 전날 최고위 회의 표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개혁신당에 남기로 한 주요 인사 측은 이날 통화에서 “이낙연 대표 측과 합당 파기와 관련해 어떤 의견 공유도 한 바가 없다”며 “합당이 결렬된 건 안타깝지만 그냥 갈 길 그대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공동대표와 조응천 최고위원.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공동대표와 조응천 최고위원. ⓒ연합뉴스

결별 늦어질수록 이준석에게 불리했다?

일각에선 거대 양당의 공천 작업이 더 진행되기 전에 결별한 것도 시기적으로 이준석 대표로서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은 비교적 무난한 공천을 이어가는 한편, 민주당은 이른바 ‘비명(非이재명계) 공천 학살’ 논란으로 당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공천 후 현역 의원들의 탈당이 거의 이뤄지지 않을 반면, 민주당에서 연쇄 탈당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혹 복수의 민주당 탈당자들이 추후 개혁신당으로 합류할 경우, 민주당 출신 이낙연 대표와 새로운미래 쪽으로 개혁신당 권력의 무게추가 더욱 기울 수 있었을 거란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합당 후 이준석 대표 열혈 지지층의 이탈이 심상치 않았다는 점도 개혁신당 내 주도권 다툼을 더욱 부추겼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로선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려 하면서 이낙연 대표 측의 불만을 키웠을 거란 지적이다.

 

“양측 모두 새 인물 담을 그릇 작아졌다”

다만 제3지대 전반에 대한 지지세가 부진하던 상황에서 이러한 주도권 싸움의 승패를 정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결별은 결국 이준석‧이낙연 대표 모두에게 ‘루즈-루즈(lose-lose)’, ‘패자만 남은 분열’이라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두 대표의 손익계산을 따지는 게 큰 의미가 없다. 둘 다 (결별로 인해) 얻는 건 거의 없고 잃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또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그의 치명적인 약점이 더 부각됐다. 이낙연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저조하다. 합당을 깨고 독자 노선을 걷기로 한 건데, 현재로선 호남 기반 정당으로 살아남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개혁신당 한 관계자도 이날 시사저널에 “득실을 떠나 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타야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당이 쪼개지게 돼 너무 아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인재 영입에 있어서나 양당서 나온 현역들을 끌어오는 데 있어서 이들을 담을 그릇이 양측 모두 작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결별 후 개혁신당은 빠르게 공천관리위원장 영입해 전열을 가다듬고 환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꾸준히 영입설이 돌았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계속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새롭게 설정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정권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해, 민주당의 자랑스러웠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저희가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끝내 화학적으로 섞이지 못했던 두 세력의 정치적 거리는 이렇게 한발 더 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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