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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와 검사 파면제 신설 등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고, 이제 그 구체적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을 논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개혁의 방향이 특정 기관의 권한 축소나 조직 간 세력 재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수사권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수사권은 본질적으로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은 일상에서 말을 아끼는 지혜를 가르치지만, 수사 과정에서의 침묵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닌 헌법이 보장하는 엄연한 권리다. 뉴스에서 우리는 검찰과 경찰의 날 선 질문과 이에 대한 피의자들의 무거운 침묵을 종종 목격한다. 그러나 이런 장면이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라고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수사의 그림자는 언제든 우리 일상에도 드리울 수 있다.대부분 “나는 법 위반 없이 살았으니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상의 사소한 분쟁, 교통사고, SNS에 남긴 댓글 하나, 심지어 관련자와
개인의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위치정보, 금융거래 내역, 심지어 의료기록까지 이 모든 정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크웹에서 불과 몇천원으로 한 사람의 디지털 정체성이 매매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고도화된 해킹 공격”이라는 변명 뒤에 숨고, 법원은 피해자에게 고작 10만원의 위자료만을 인정한다. 디지털 자아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할까.SKT 사태, 솜방망이 처벌이 만드는 악순환이번에 벌어진 SK텔레콤의 가입자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건은 국민
4월4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 전원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역사적 순간을 경험했다.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장순욱 변호사가 마지막 변론을 하면서 인용한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노랫말처럼, 우리는 헌법적 가치가 아름답게 재확인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그러나 법치주의 회복이 곧 모든 상처의 치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들, 진상 규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들이 우리 앞에 여전히 무겁게 놓여 있다.탄핵 결정 당일 시민들이 응원봉을
야근 중 고요한 검사실에 유선전화벨이 울렸다. 오늘은 당직도 아닌데 왜 당직실에서 전화를 할까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아보았다. “검사님, 댁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오신다고 하시곤 안 오셔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기셨나 걱정하셨다고요.” 밤 열두 시쯤 이제 퇴근한다며 집에 연락하고는, ‘여기까지만 하고 가야지’ 하다가 새벽 네 시를 넘긴 것이다. 무음으로 해둔 휴대전화엔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임신 중인 와이프가 퇴근길에 사고라도 난 것이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에 남편이 당직실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시아버지는 물으셨
하루 평균 1400여 건. 약 1분마다 한 건씩 누군가의 일상이 압수수색 영장으로 뒤흔들린다. 국회가 대검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 사건 압수수색 영장은 52만9830건, 검찰 사건은 5085건이 청구되었다. 법원에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일 전국에서 수천 명의 평범한 일상이 갑작스레 중단된다고 볼 수 있다.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 낯선 이들의 방문, 그리고 건네지는 두툼한 서류들, 법의 이름으로 사생활이 침범당하는 순간이다.트렌드 코리아가 뽑은 2025년의 키워드
수사기관이 가진 권한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체포와 구속 같은 강제 수사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수사의 시작과 끝을 결정할 수 있는 ‘수사종결권’이야말로 수사권력의 핵심이다. 수사를 종결하는 결정에는 크게 범죄 혐의가 인정되어 재판에 부치는 ‘기소(공소제기)’,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재판에 부치지 않고 수사를 끝내겠다는 ‘불기소’로 구분된다. 이러한 수사종결은 사건 관계인들의 법적 지위와 일상을 결정짓는 매우 중대한 처분이다. 피의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갑작스
법에서 기간을 계산하는 방식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법리와 취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기간의 시작일, 즉 초일(初日)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초일 산입’과 ‘초일 불산입’으로 나뉘는데, 이는 단순한 계산방식의 차이를 넘어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민법에서는 계약기간 계산 시 초일을 산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민법 제157조). 그러나 ‘사적 자치’가 적용되는 계약에서는 이러한 민법상의 초일 불산입 원칙이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사이에서 초일을 넣어서 기간을 넣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
시사저널은 새해부터 ‘김숙정의 권리장전’을 새롭게 연재합니다. 새 연재에서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짚어줄 수 있는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 또는 여성·노인·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층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해법을 함께 고민해볼 예정입니다. 필자 김숙정 변호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공수처 검사 등을 지냈고, 현재 법무법인 동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내란죄 수사를 둘러싼 법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변화된 법체계 속에서 검찰·경찰·공수처의 권한 범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