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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공수처의 수사 경쟁과 체포영장의 청구·집행 논란 등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시사저널은 새해부터 ‘김숙정의 권리장전’을 새롭게 연재합니다. 새 연재에서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짚어줄 수 있는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 또는 여성·노인·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층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해법을 함께 고민해볼 예정입니다. 필자 김숙정 변호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공수처 검사 등을 지냈고, 현재 법무법인 동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내란죄 수사를 둘러싼 법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변화된 법체계 속에서 검찰·경찰·공수처의 권한 범위와 한계, 체포영장의 청구 및 집행의 절차적 정당성까지 복잡한 법리가 얽혀 있다. 전에 없던 상황이 시시각각 발생하면서 뉴스를 보는 일반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 법사위에서 “법률상 (내란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해석상 많은 논란이 있으나,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현행 수사체계의 복잡한 단면을 드러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1월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던 경찰 병력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1월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던 경찰 병력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 수사 범위 일부 제한돼

2021년 1월 시행된 수사권 조정으로 우리 형사사법의 지형도는 크게 변화했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검사의 수사 범위에 법령상 제한이 없었고, 검사는 경찰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으며, 경찰은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했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검사가 최종적으로 판단해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에 의해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가 일부 제한되었고, 검찰과 경찰은 수직적 지휘·복종 관계에서 수평적 상호협력 관계로 재편되었다.

특히 지금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불거진 ‘내란죄’ 수사권이 뜨거운 쟁점인데, 그 논쟁의 핵심은 ‘수사개시의 범위’에 있다. 현행법상 경찰은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므로 내란죄 수사가 당연히 가능하다. 반면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에는 내란죄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검찰청법’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중 ‘부패범죄’에는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포함된다. 검찰청 검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라고 인정될 경우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공수처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졌다. 공수처법 제2조에 의하면 공수처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은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범죄’로 구분되고, 이 둘을 합쳐 ‘고위공직자범죄 등’이라 한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명시적으로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므로, 내란죄를 ‘관련범죄’라 볼 수 있다면 공수처에도 수사권이 인정된다.

내란죄에 대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권에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의 ‘직접 관련성’ 인정 여부가 핵심이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키도록 군·경찰 등에 의무에 없는 일을 강요했다면 그 자체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전형적 사례이자 내란죄의 핵심 요소를 내포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공수처가 ‘수사를 할 수 있는 인적 범위’와 ‘기소를 할 수 있는 인적 범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수사를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판검사,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공무원, 특별·광역시장, 도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이른바 고위직 공무원이 포함된다. 그러나 공수처의 기소권은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으로 제한된다. 고위공직자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사는 할 수 있더라도 기소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현행법상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한 경찰·검찰·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구도가 된다. 

공정성 위한 수사권 배분이 기관 간 다툼으로 변질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가 서울서부지법으로 향한 것을 두고 ‘법원 쇼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법리적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 제31조는 공수처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 등 사건의 제1심 관할을 서울중앙지법으로 규정하면서 다만, 범죄지와 증거의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해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수사와 기소가 모두 공수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반면 공수처법은 공수처에 수사권은 있으나 기소권이 없는 경우의 영장 청구 관할에 대해서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법률의 공백은 형사소송법의 일반원칙으로 보완된다고 공수처법 제47조는 밝히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4조 제1항의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 관할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주소지인 한남동이 서울서부지법 관할인 이상,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영장 청구는 오히려 형사소송법 일반원칙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의 경찰력 동원은 이원적 법적 근거를 갖는다. 첫째, 공수처법 제17조 제4항이 규정하는 수사 협조 요청권이다. 처장은 대검찰청·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 등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활동 지원 등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휘·감독’이 아닌 ‘협조 요청’이라는 형식이다. 이는 각 기관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법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다.

둘째, 행정절차법 제8조의 행정응원 원칙이다. 행정청은 인원·장비의 부족 등 사실상의 이유로 독자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 다른 행정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사인력이 한정된 공수처로서는 현장 질서 유지, 혼잡 경비까지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현행법 체계에서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는 각 수사기관의 권한 범위와 상호 견제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의 이첩요청권 행사로 현재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가 진행하고 있으나, 상설특검이나 개별특검이 설치되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수사의 종결권은 검찰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사권의 복잡한 배분은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설계되었으나, 현실에서는 검찰·경찰·공수처가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며 경쟁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지적했듯이 수사기관들의 관할권 경쟁은 재판 절차의 적법성과 증거 능력 문제로 직결된다. 이는 단순한 기관 간 다툼을 넘어 형사사법 절차 전반의 정당성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수사기관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되, 위법 수사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은 수사권 조정 이후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숙정 변호사
김숙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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