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의 자유와 기본권 보장 위해 체포한 날부터 구속기간 계산해
법에서 기간을 계산하는 방식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법리와 취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기간의 시작일, 즉 초일(初日)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초일 산입’과 ‘초일 불산입’으로 나뉘는데, 이는 단순한 계산방식의 차이를 넘어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민법에서는 계약기간 계산 시 초일을 산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민법 제157조). 그러나 ‘사적 자치’가 적용되는 계약에서는 이러한 민법상의 초일 불산입 원칙이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사이에서 초일을 넣어서 기간을 넣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형사법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초일 불산입이 원칙이다.
그러나 ‘오늘부터 1일’, 즉 초일을 반드시 넣어서 기간을 계산하는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나이’ 계산과 ‘구속기간’의 계산이다. 민법은 나이를 계산할 때는 태어난 날을 반드시 산입하여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민법 제158조), 형사소송법은 구속기간 계산에 있어 영장에 의한 체포나 긴급체포, 현행범 체포 후 구속한 경우에는 체포한 날로부터, 미체포 피의자를 구인한 후 구속한 경우에는 구인한 날로부터 구속기간을 계산한다(형사소송법 제203조의2). 이때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함이 없이 1일로 산정하는 것이다(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 단서). 이는 인신의 자유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적 계산방식이다. 태어난 날을 온전히 하루로 계산하여 나이를 인정해주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체포 또는 구속의 경우 설령 23시부터 체포되었다고 할지라도(즉 1시간만 자유가 억압되었다고 할지라도) 해당일 하루를 구속기간의 첫 날로 포함시켜 준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야 한다. 즉 영장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체포한 날’부터 기간을 기산해야 하므로 10일+10일 즉 20일 안에 수사를 하여 기소해야 한다.
여기에 주목해야 할 법적 쟁점들이 있다. 우선, 공수처 검사에게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다는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구속수사 기간은 경찰의 구속수사 기간은 10일(연장 불가), 검사의 구속수사 기간은 10일, 검사는 지방법원판사의 허가를 받아 1차에 한하여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연장할 수 있으므로 최대 10일, 합치면 총 30일이다. 헌법재판소는 고위공직자범죄에 관해서는 기소권 존부를 불문하고 공수처 검사에게 헌법에 규정된 영장청구권이 인정된다고 선언하였으므로, 공수처 검사의 구속수사 기간 역시 10일+10일, 즉 20일이다. 그러나 공수처 검사가 수사를 완료하여 검찰청 검사에게 바로 기록을 건네주었다고 하여 바로 기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수처가 10일, 검찰이 10일 동안 수사를 하기로 실무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구속기간 중에 진행될 수 있는 법원의 심사 또는 심문 절차이다. 수사기관에 의하여 체포․구속된 피의자는 법원에 체포 또는 구속의 적법성 여부 및 그 필요성을 심사하여 석방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적부심). 법원에 청구서가 접수되면 법원은 48시간 이내 피의자를 심문해야 하고, 피의자에 대한 심문이 종료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규정된 절차를 이행하다보면 이미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기간이 도과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사에게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빠지기 때문이다(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13항). 체포가 적법하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되어 피의자의 청구를 기각할 경우 검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고,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없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까지 심문을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이 경우에도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수사 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구속기간에서 제외된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7항).
‘오늘부터 1일’. 이 단순한 말 속에는 법이 추구하는 두 가지 가치가 공존한다. 한편으로는 시간과 상관없이 단 1분의 구속이라도 하루로 인정하여 인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초일 산입’의 취지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수사기관에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고자 각종 심사절차 기간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실무현장에서는 계산 과정에서의 착오로 불법구금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러한 예외마저 적용하지 않은 채 주말과 공휴일도 없이 시간과 싸운다. 자유가 구속된 피의자만큼이나, 한정된 시간 안에 방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치밀한 법리 검토로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검사에게도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구속기간의 계산이라는 법 기술적 문제는, 결국 20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법의 핵심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