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의총서 또 고성…표적은 ‘탄핵 찬성파’ 김상욱
“뜻이 안 맞으면 같이 안 하면 돼” “정치 잘못 배웠다” 비난
정성국 등 친한계 의원들 항의 후 의총장 집단 퇴장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또 다시 고성과 충돌이 빚어졌다. 친윤(親윤석열)계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쌍특검법(내란‧김건희)에 찬성 목소리를 내온 김상욱 의원에게 “우리가 히틀러고, 김상욱은 유대인이냐. 뜻이 안 맞으면 같이 안 하는 거다”라고 공개 비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듣고 있던 친한(親한동훈)계 의원들은 항의 후 자리를 떴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야당이 국회 재표결에서 폐기된 ‘내란 특검법’ 재발의를 추진하자, 이에 맞서 ‘자체 특검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김상욱 의원이 특검법 발의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계엄·탄핵 등을 언급한 것이 언쟁의 발단이 됐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상욱 의원은 “지금이라도 자체 내란 특검법을 발의해야 한다”며 “당이 계엄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서는 안 된다”고 공개 발언했다.
그러자 이에 친윤 이철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의원들을 계엄 찬성으로 몰고 가지 말라. 여기 계엄에 찬성한 사람들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대식 의원은 연단으로 나와 “우리가 전두환 추종세력인가, 우리는 히틀러이고 김상욱은 유대인인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전두환 추종세력’, ‘히틀러·유대인’ 등은 김상욱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계엄 사태 이후 당내 상황을 비판하면서 사용한 표현을 되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대식 의원은 그러면서 “당이 정한 당론을 따르는 게 당인”이라며 “김상욱 의원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고도 하지 말라”고 쏘아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김상욱 의원은 김대식 의원에게 ‘형님’이라고 편히 불러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친한(親한동훈)계인 고동진‧정성국‧한지아 의원 등이 “인신 모독”이라고 외치는 등 거세게 항의하다가 결국 도중에 의총장을 떠났다. 김상욱 의원도 머잖아 먼저 의총장을 떠났다.
김상욱 의원은 의총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직접적으로 탈당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생각이 다르면 같이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대식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이 얼마든지 자기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전두환 추종세력’ 같은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형으로서 충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친한계 중진 조경태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어제 그런 소란은 요즘에 유치원생들도 그렇게 수준 낮게 안 한다. 민주 정당이라면 상대를 인정하면서 가야 된다”며 “우리 당은 지금 내란당, 계엄당의 부정적 이미지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수의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조금 더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국면인 지난해 12월12일과 14일에도 친윤 의원들과 한동훈 전 대표 사이 고성과 항의를 주고 받다가 사실상 파행을 빚은 바 있다.
한편 전날 의총에서 주진우 의원이 수사대상과 기간을 축소하는 자체 ‘내란 특검법’ 발의에 대해 언급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보수궤멸법”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패악질하면서 법치주의를 농락했다”며 “헌법에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할 수 있다’는 내용 포함돼 있다. 절차적 과정 잘못됐다는 건 있지만 계엄 선포자체가 헌정질서 중단과 위법이 맞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