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옹호에서 서민정당 탈바꿈해야 정권교체 100% 성공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정국의 한가운데 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권은 요동을 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다. 정가의 관심이 청와대가 있는 광화문이 아닌, 그가 있는 대한발전전략연구소(광화문 인근 소재)로 향해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는 물론이고 현재, 차기 권력 모두 그의 입을 주목하는 것은 왜일까. 일단 두 번의 대선 승리라는 결과물이 이러한 정치적 무게감을 말해 준다. 차기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언제 어떤 형식으로 만날지는 여전히 정가의 뜨거운 관심사다. 김 전 위원장은 올 초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대선 도전)이 올 것을 예견한 바 있다.
“차기 대선은 일대일 구도, 제3지대란 없다”
김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5월17일 그의 사무실에서 있었다. 탁자 위에는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가 쓴 《넥스트 프레지던트》가 놓여 있었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으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한 차례 받았다”면서 “대선은 여야 일대일 구도로 진행되겠지만 윤 전 총장이 꼭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경우에 따라선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에 새판이 짜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 달 새로 뽑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젊은 피로 바뀌는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잠재적 대선주자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거론했다. 김 전 부총리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개인적으로 잘 알기에 가끔 만나고 생각도 잘 안다”면서 “본인이 대권의 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후 준비를 꽤 많이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 사무실 창가에는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이 놓여 있다. 조부 사진 바로 옆에 ‘아버지 부시’인 조지 H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쓴 친필 글귀와 액자사진이 있다. 거기에 쓰여 있는 글귀가 눈에 띈다. “앞으로의 노력에 행운을 빕니다(Best luck in your future endeavors).”
지금 국민의힘이 잘하고 있다고 보나.
“진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지금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당 대표 출마자들이 10명 가까이 되는데 옛날과 달리 젊은 세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 같다. 나이 사십도 안 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두권에 있다는 여론조사도 있고…. 그게 바로 민심이 국민의힘에 바라는 바 아니겠는가.”
결국 정당 혁신의 기본은 인적 쇄신이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중요한 게 그거다. 사실은 국가 경영도, 정당도, 사업도 그렇다. 변화 없이 위기가 기회로 만들어질 수 없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대 젊은 층이 오세훈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표를 주지 않았나.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 민심이 저렇게 가면 당심도 뒤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홍준표 전 대표 복당 논란은 어떻게 보는가.
“새 지도부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서둘러 되는 일이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
당 고문이나 중진들 생각은 다른 것 같은데, 초선이 대표가 되면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초선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초선이라서 정치를 모른다고 단정하는 게 잘못된 판단이다. 시대가 바뀌면 국민 정서가 바뀐다. 정당도 거기에 따라 변화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집권은 불가능하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권교체의 70%는 갖춰졌다고 했다. 나머지 30%는 뭔가.
“더 많이 변화해 국민들에게 저 당(국민의힘)이 과거 당이 아닌 새로운 당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국민들은 국민의힘을 기득권층이나 재벌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봤는데, 앞으로는 약자와 동행하는, 저소득층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文, 조국에 집착해 지지율 하락 초래”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 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대통령 사법처리에 대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 본인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법률에 기반해 사건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과거 군사정부처럼 독재성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아집이 너무 강하다”고 비판했다. 단적으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권 말기 여권 내 분열과 관련해서도 김 전 위원장은 “지금은 원팀을 강조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갈등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민주당 마크를 붙이지 않고 선거운동한 게 단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매우 영리하고 현실 적응력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재정 능력을 초과하면서까지 기본소득을 강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