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를 위한 세 가지 조건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0 16:00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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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하락·단계적 접근·항바이러스제 확보가 관건

‘위드 코로나’(with covid-19)가 국내외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집단면역은 의학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존 방역의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다.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과학적 조건을 충족하면서 단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과학적 조건은 치명률 하락, 항바이러스제 확보, 단계적 접근으로 압축할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싱가포르 초등학생들이 5월18일 수 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마스크 착용과 영업시간 제한을 유지하는 등 점진적인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모색 중이다.ⓒXinhua

당초 계획은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를 종식하는 것이었다. 집단면역의 조건은 백신 접종 완료율 70%였다. 일반적으로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백신을 맞으면 사회적 면역이 형성돼 감염병 확산이 줄어든다. 그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강해졌고 백신의 예방 효과도 낮아졌다. 이에 따라 집단면역을 위한 백신 접종 완료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학적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8월3일 미국감염병학회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집단면역 문턱이 80%를 넘어섰으며 잠재적으로 90%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9월 들어서는 아예 집단면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9월3일 온라인으로 열린 코로나19 국회 간담회에 참석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초기 코로나바이러스보다 2~3배 높은 전파력을 보이고 백신(화이자 백신 기준)의 감염 예방효과도 79%(15% 감소)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백신 접종 완료율이 120%라는 비현실적인 수치가 나온다. 모든 국민이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은 어렵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4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도 사라졌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의 연구를 통해 4차 유행 이후 방역을 강하게 해도 인구 이동이나 감염자 수가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된 사회적 피해와 국민의 피로감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김윤 교수는 “그동안 방역망을 촘촘하게 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만 기계적으로 올려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19 1차 유행 때는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효과는 별로 없고 피해만 큰 방역이어서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종식이 불가능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의 효과가 한계를 맞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 위드 코로나라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감염자가 어느 정도 발생하더라도 감내하는 대신 의료진은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그렇다고 위드 코로나를 모든 방역을 풀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임의로 만든 이론일 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과 공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다. 또 위드 코로나라고 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도 마스크 착용은 병행한다고 한다. 모순이다”고 설명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4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덴마크를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8월8일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축구 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AP 연합

[조건 1] 독감보다 낮은 치명률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으므로 코로나19와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렇다고 누적된 경제 피해와 피로감을 해결하기 위해 섣불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조건은 백신 접종 완료율을 높여 치명률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백신 접종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증 예방과 사망률 하락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사망률 상승이 둔화한다. 일각에서는 치명률을 독감(0.1%)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독감은 시시한 병이 아니다. 감기와 달라서 독감은 호흡곤란증후군이나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가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유행인데 이때 약 5000만 명이 사망했다. 2009년 신종플루(H1N1) 유행 때도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를 약 1만8000명으로 집계했으나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최대 57만 명으로 추산했다. 

2019년 미국에서 독감 환자가 3500만 명 발생했고 3만4147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약 0.1%로 집계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는 9월8일 기준 세계적으로 약 2억2000만 명이고 이 가운데 약 451만 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는 치명률이 약 2%로 독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한 감염병이다.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2020년 6월 약 2.3%에서 2021년 9월 현재 0.9%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독감 치명률 0.1%보다 9배 높은 수치다. 특히 50대 이상의 치명률은 독감보다 높으며 특히 80대는 17.4%에 달한다. 

물론 코로나19 사망자 대다수는 유행 초기에 발생했고 지금은 백신 접종 등으로 통제할 만한 수준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접종률이 높은 영국, 미국, 이스라엘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9월8일 현재 국내 백신 접종 완료율이 약 36%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낮아졌으므로 방역을 완화해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주장은 섣부르다. 이런 주장은 자칫 ‘부작용 위험이 크므로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이 좋다’는 주장을 부추길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통제 가능한 코로나19 고위험군 치명률 수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건 2] 단계적 접근 

위드 코로나 정책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과 싱가포르다. 그러나 두 나라의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영국은 7월19일 자유의 날을 선포하고 거리 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모임 제한 등 방역규칙을 전면 해제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이 열린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6만4000여 명의 ‘노 마스크’ 인파가 몰리면서 총 9402명의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의 위중증환자는 7월19일 이후 61% 증가했고 일주일 평균 사망자는 2배 이상 늘어났다. 영국의 하루 감염자 수는 4~5월 2000명대였으나 6월 1만 명을 넘기더니 9월6일 4만10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사망자는 하루 100명 안팎이다. 영국 방역 당국이 의료체계 붕괴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단계적 접근법을 채택했다. 5인 사적 모임을 허용하고 500인 이상의 종교·체육·문화행사도 허가하는 등 방역 강도를 낮췄지만 여전히 마스크 착용 의무와 영업시간 제한은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백신 접종률 80%를 달성한 후에야 추가적인 완화 방침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하루 감염자는 100~200명 선이고 사망자는 1~3명 수준이다. 중증환자는 10명 선이고 사망률이 독감 수준인 0.1% 정도로 떨어졌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9월6일 기준 영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64%이고 싱가포르는 77%다. 접종 완료율이 70%는 넘어야 치명률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가 위드 코로나 도입을 시사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백신 접종 완료율은 각각 31%와 28%다. 늦은 백신 확보, 낮은 백신 접종률,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 등 자국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만일 호주와 뉴질랜드가 당장 방역을 풀면 영국 사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김우주 교수는 “미국은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발표했고, 영국은 7월19일 프리덤 데이(자유의 날)를 선언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축구경기장에서 수많은 관중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용감하거나 무모한 행동이다. 실제로 감염자가 영국에서 4만 명씩, 미국에서 10만 명씩 발생하고 있다. 이를 위드 코로나로 착각하면 안 된다. 위드 코로나를 지향하는 싱가포르도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같은 단계적 접근이 우리에게 필요한 둘째 조건이다. 단계적 접근을 위해 TTI(검사·추적·격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TTI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정부는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집중했으나 TTI 역량을 높이는 데는 비교적 소홀했다. 김윤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방역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역이다. 아무리 효과가 없더라도 기존 방역을 갑자기 풀면 리바운드(감염자 폭증)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TTI 역량과 연동해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특히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은 가장 늦게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TTI 역량을 강화하려면 방역 인력과 디지털 추적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감염자가 늘어날수록 접촉자를 추적하는 방역 인력도 늘려야 한다. 그리고 방역 인력이 접촉자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 앱 등을 활용한 디지털 추적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덧붙여서 don’t(규제 중심) 방역에서 do(참여 중심) 방역으로 변경해야 한다. 예컨대 마스크 착용, 환기, 호흡위생을 강조하고 국민의 자발적 동선 기부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감염자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즉 방역망 내로 감염자가 들어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오주환 교수는 “방역망 내 관리비율(신규 확진자 중 자가격리 상태에서 확진된 사람의 비율)을 보면 일주일 후를 전망할 수 있다. 이 비율이 30%일 때 일주일 후 1000~2000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50%일 때 200~300명으로 감소한다. 이 비율이 7월 40%대일 때 120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8월 30%대로 떨어지면서 2000명대로 증가했다. 앞으로 신규 확진자 수보다 방역망 내 관리비율을 우선해서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건 3] 항바이러스제 확보

셋째 조건은 항바이러스제 확보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시기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그해 11월 신종플루 유행이 정점을 이뤘는데 타미플루를 대량 투여하면서 유행을 줄일 수 있었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도 백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항바이러스제 투여로 극복해야 한다. 머크, 로슈, 화이자 등 여러 제약사가 임상시험 중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약 1조3800억원 규모의 선구매 계약을 마쳤다. 우리도 선구매 예산 5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아는데 선구매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치명률을 낮추고 TTI 역량을 강화하며 항바이러스제를 확보하는 등 전제조건이 필요하므로 위드 코로나는 어느 한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수개월의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방역지침을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을 10월말로 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월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월말까지는 최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10월말부터는) 위드 코로나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빨라야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윤 교수는 “단계별로 최소 4주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올겨울 5차 유행도 고려해야 하므로 기존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데 4~6개월이 필요하다. 11월에 시작해도 2022년 4월에나 완료된다. 나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50%에 도달하는 10월초에 시작해도 된다고 본다. 접종 완료율이 70%에 도달하는 11월과 비교할 때 사회적 면역은 약 7%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통제할 수준”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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