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에 보복 예고한 야쿠자 두목…발칵 뒤집힌 일본 열도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6 11:00
  • 호수 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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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초의 야쿠자 두목 사형 판결 ‘구도카이 사건’의 전말
두목 노무라, 판사 향해 “평생 후회할 것” 발언

8월24일 일본 후쿠오카 지방법원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야쿠자 조직 ‘구도카이(工藤会)’의 두목 노무라 사토루(74)에게 사형이 선고된 직후였다. 조직의 2인자로 불리는 다노우에 후미오(65)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야쿠자 조직의 우두머리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 구도카이 사례가 최초였다. 일본 법원이 이례적으로 노무라에게 극형을 선고한 것은 구도카이 조직원이 저지른 일반 시민 및 퇴직 경찰관에 대한 살인 및 살인 미수 범행에 노무라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판결 직후 노무라가 판사를 향해 “평생 후회할 거다”라고 소리친 것이다. 마치 보복을 예고하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일본 내에서 크게 화제를 일으켰다. 미디어에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일본 FNN 방송이 야쿠자 조직 구도카이의 두목 노무라 사토루 (가운데)에 대한 사형 판결 보도를 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일본 유일의 ‘특정위험 지정폭력단’ 구도카이

야쿠자로 알려진 일본의 조직폭력배는 ‘폭력단’ ‘지정폭력단’ ‘특정항쟁 지정폭력단’ ‘특정위험 지정폭력단’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1991년 시행된 일본의 ‘폭력단 대책법’에 따르면, 어떤 단체의 구성원이 집단적 혹은 학습적으로 살인·강도·폭행 등 폭력적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위험이 있을 때 이 단체를 폭력단이라고 한다. 폭력단 중에서 범죄경력이 있는 구성원이 일정 비율 이상이고, 폭력적·위압적 행동으로 생계유지 및 사업수행을 위한 자금을 축적하며, 하나의 단체 아래 복수의 단체 및 구성원이 계층적으로 존재하는 경우 지정폭력단으로 분류된다.

지정폭력단들 사이에 대립이 발생해 그 과정에서 일반 시민에게도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지정폭력단들은 특정항쟁 지정폭력단으로 규정된다. 일본 최대 규모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에 화제가 되고 있는 구도카이의 경우 가장 높은 단계인 ‘특정위험 지정폭력단’으로 분류된다. 일본에서 특정위험 지정폭력단으로 지정된 단체는 구도카이가 유일하다. 이는 구도카이가 다른 야쿠자 조직과 달리 나이트클럽에 사제 수류탄을 투척하는 등 일반 시민 및 기업을 대상으로 잔인한 폭력 행위를 일삼기 때문이다.

후쿠오카 지방법원의 8월24일 판결에서도 일반 시민을 습격해 살해하는 흉악한 폭력 사건이 초점이 됐다. 법원은 구도카이 조직원이 자행한 어업협동조합장 사살(1998년), 경찰관을 향한 총격 테러(2012년), 간호사 흉기 테러(2013년), 치과의사 흉기 테러(2014년) 등 네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두목 노무라 사토루의 의사에 따라 실시됐다고 추인된다”고 판단했다.

먼저 어업협동조합장 살인 사건은 1998년 2월18일 기타큐슈시에서 구도카이 조직원 3명이 전 어업협동조합장 가지와라 구니오(당시 70세)에게 권총 네 발을 발사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기타큐슈시 와카마쓰구에서는 거대 항만정비사업이 진행돼 지역 어업협동조합이 수십억 엔의 어업보조금을 수령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구도카이가 항만정비에 개입해 이익을 취하려 하자 해당 조합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일본 법원은 항만정비사업 개입을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구도카이가 어업협동조합장 사살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구도카이와 가지와라 가족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살해당한 가지와라 구니오의 손자인 치과의사(당시 29세)가 2014년 5월26일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치과의사 흉기 테러로 알려진 이 사건은 구니오의 장남이 부친을 따라 해당 어업협동조합 간부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2014년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었던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구도카이의 관여를 거절했던 가지와라가(家)에서 다시 조합장이 나와 구도카이의 이권 취득을 방해하는 것을 조직에서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나, 2014년 새로 조합장 선거를 해야 했던 이유는 전년도 12월 당시의 조합장이 자택 근처에서 살해당해 조합장 자리가 공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본 검찰은 2013년 12월 조합장 살해 사건 역시 구도카이 조직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현재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4월19일 경찰관 총격 테러는 과거에 구도카이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관(당시 61세)이 퇴임 후 1년 만에 구도카이 조직원으로부터 총격을 당한 사건이다. 공권력이 보복을 당한 셈이어서 이 사건은 일본을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이 사건은 오전 7시경 주택가 한복판에서 발생해 근처에 있던 시민이 총격 직후 119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폭력단 수사를 담당하던 경찰관이 퇴임 후 습격을 당한 사건은 2010년에도 발생한 바 있어 해당 경찰관은 후쿠오카 현경(縣警)의 보호 대상이었다.

2013년 1월 간호사 흉기 테러는 구도카이의 두목 노무라의 개인적 감정이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피해자는 노무라의 탈모 치료 및 음경확대술을 담당한 여성 간호사로 날카로운 흉기로 머리와 가슴을 세 군데나 찔리는 상해를 입었다. 노무라는 자신에 대한 간호사의 태도와 수술 결과에 크게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범행을 저지른 구도카이 조직원의 통신기록을 조회해 구도카이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범죄임을 입증했다.

 

구도카이의 향방을 두고 엇갈린 전망

위의 네 사건에 대한 노무라의 관여가 인정돼 극형이 선고된 이후 일본 국내에서는 “국민 상식에 맞는 판단이다” “사법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판결이다” 등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노무라의 위협적인 발언에 따른 구도카이의 조직적인 보복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구도카이 수사에 관여해 왔던 한 형사는 온라인 매체 아메바 타임즈(8월30일자)와의 인터뷰에서 “폭력단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결코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세력이 약화된 지금의 구도카이로서는 무리가 아닐까”라는 견해를 밝혔다.

조직은 과연 보스의 예고처럼 보복을 실행할 수 있을까. 현재 일본 경찰은 일본 최대 규모의 야쿠자 조직 야마구치구미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구도카이의 세력 약화에 따라 야마구치구미가 규슈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8월30일자)에 따르면, 8월24일 판결 직후 수사 관계자가 “ 조직원을 야마구치구미가 흡수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003년 파친코 총기난사 사건으로 수감 중이었던 의 고위 간부 3명이 연내 출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노무라를 대신해 의 우두머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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