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낙제점”…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 달군 ‘말말말’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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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과 정쟁에 얼룩진 국감…‘민생 실종’ 비판 한 목소리
줄줄이 파행에 시정연설 보이콧까지…與野 정쟁 최절정으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20일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렸다. 여야는 당초 이번 국정감사를 여론 반전의 기회로 삼고 민생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정 정국의 확산에 따른 정쟁과 각종 막말로 얼룩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도 야도 모두 낙제점이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국감을 달군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아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텅 빈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텅 빈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1. 尹대통령의 ‘이XX’ 발언이 촉발한 극렬 대치

이번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삐끗’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정감사 시작 직전이던 지난 9월 말께 윤 대통령의 북미 순방길에서 비속어 논란이 터지면서다. 윤 대통령의 “이XX”라는 비속어가 야당을 향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논란은 증폭됐다.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야당과 침묵하는 대통령실 간 기 싸움이 시작됐고, 해당 이슈는 야당 단독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는 데 이르렀다. 여야의 신경전에 불을 댕긴 사건이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국정감사 종료 시점까지 이어졌다. 24일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된 이후 25일 윤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예산 정국에 돌입한 상태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사과를 촉구하며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윤 대통령이 사과에 응하지 않아, 야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여야의 극렬 대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 시사저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 시사저널

2. ‘빨갱이’부터 ‘혀 깨물고 죽어라’까지…또 터진 막말 논란

이번 국감은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주효한 평가다. 의원들과 정부 인사들의 각종 ‘막말’이 주목받으면서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지난 12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은 김일성주의자”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극우보수주의자 같다”는 논란을 촉발했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어졌다. 야당이 김 위원장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고 사퇴를 촉구한 이유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 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 “혀 깨물고 죽지 뭐하나”라고 하거나,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7일 교육위 국감에서 “개나 줘버려”라고 한 것도 논란에 휩싸였다. 의원들은 물론 증인까지 막말 행렬에 동참하면서 윤리위 제소에 고발도 잇따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의 법무부 등 종합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의 법무부 등 종합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3. 이번에도 스포트라이트는 한동훈 ‘독식’?

인물 면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 시작 전부터 복수의 여야 인사들은 시사저널에 “이번에도 스포트라이트는 한 장관에 쏠리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예상대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장관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쏟아졌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의 미국 출장이나 청담동 유흥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세의 고삐를 쥐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의욕이 앞섰다”는 평가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로 야권이 연루된 ‘대북 코인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야권 내에서도 “김 의원이 내부 고발했다”는 자조가 나왔다. 특히 국감 마지막 날 진행된 법사위 국감에서는 김 의원이 “한 장관과 윤 대통령이 청담동 주점에서 새벽시간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도 다 걸겠다. 김 의원도 걸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이슈는 국감 종료 이후까지 이어지며 여론의 조명을 받는 중이다.

국감장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존재감이 상당했던 인물도 있다. 김건희 여사 이야기다. 여야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 등에 대한 특검 도입으로 지난한 신경전을 벌였다. 야당은 현재까지 여권에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을 촉구하고 있어, 향후에도 관련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떠난 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떠난 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4. 본격 시작된 尹정부판 ‘사정 정국’…“협치‧민생 실종됐다”

국감의 마지막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검찰의 속도전을 계기로 여야의 신경전에 불이 붙었다. 국감 중간 검찰의 이례적인 민주당사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정치권의 극렬 대치 국면이 열린 상태다. 민주당은 당초 국감 전면 보이콧까지 고려했으나, 여론을 의식해 국감장에 복귀했다. 대신 민주당은 여권 인사까지 포함한 ‘대장동 특검’을 단독으로라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가 주도하는 사정 정국의 칼날은 전방위를 향하는 중이다. 지난 13일 감사원이 서해피격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월북몰이’ 결론을 내리면서, 서울 전 국방부 장관 등 전임 정부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날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 한 주요 배경도 이 같은 사정정국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을 ‘기획 수사’와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향후 전개될 예산 정국도 험난한 대치 국면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두고 “너무 부족하고 무성의한 연설(김성환 정책위의장)”이라고 평가했고, “정부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이재명 대표)”고 했다.

이처럼 이번 국감에 대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여야 간 정쟁과 사정 정국으로 쏠렸다보니, “민생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진영 내부에서 모두 “준비가 부족했다” “낙제 수준이다”라는 자조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출신 인사는 “민생에 드라이브를 걸어도 부족한 시점에 사정 정국에 매몰돼 야권에 끌려 다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고, 민주당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사법리스크 이외에는 남는 게 없는 국감이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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