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 쟁탈전’으로 달아오르는 FA시장 스토브리그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6 13:05
  • 호수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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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박동원·유강남 등 대어급들 시장에 나와
“올해가 각 팀 전력 강화할 마지막 기회” 분석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가까워졌다. FA(자유계약) 전쟁이 임박했다. KBO는 한국시리즈 종료 5일 뒤 FA 자격 선수를 공시한다. 2018년부터 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몸값 협상은 보통 대리인이 하게 된다. 선수 입장에서 아무래도 구단과의 직접적 소통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대리인 제도가 정착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예전보다 올라간 감도 없지는 않다.

(왼쪽부터)양의지(NC 다이노스), 유강남(LG 트윈스), 박동원(KIA 타이거즈), 채은성(LG 트윈스), 박민우(NC 다이노스)ⓒ연합뉴스

계약자유 얻은 주전 포수들 즐비…롯데·한화 등 돈지갑 만지작

올해는 각 구단의 ‘안방마님’이라 불리는 주전 포수들이 대거 FA 자격을 갖게 됐다. 양의지(35·NC 다이노스), 박동원(32·KIA 타이거즈), 유강남(30·LG 트윈스), 박세혁(32·두산 베어스), 이재원(34·SSG 랜더스) 등이다. 이들 중 양의지와 이재원은 2018년 말에 이어 두 번째 FA가 된다. 양의지는 당시 두산 베어스에서 NC로 적을 옮기면서 4년 125억원을 받았고, 이재원은 소속팀에 잔류하면서 4년 69억원의 대우를 받았다. 가장 큰 관심사는 양의지의 행선지다. 양의지는 NC 이적 뒤 2020년 팀을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우승 청부사 역할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집행검을 뽑아든 이가 양의지였다. FA 계약 기간 성적도 준수했다. 4년 평균 타율 0.322, 평균 홈런 25.75개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잔부상으로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많이 출전했다. 그런데도 도루 저지율은 10개 구단 포수들 중 최고(0.422)였다.

박동원 또한 매력적인 FA 포수 매물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KIA는 지난 4월말 키움 히어로즈에 내야수 김태진과 2023년 신인선수 2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을 주고 박동원을 데려왔다. 박동원은 올 시즌 타율 0.242, 18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표면적인 성적보다는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한 방’을 장착한 포수라는 점에서 양의지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다.

유강남은 FA로 풀리는 포수들 중 나이가 어리다는 것(30세)이 제일 강점이다. 통산 타율은 0.267, 103홈런 447타점. 유강남은 프레이밍은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도루 저지 등은 아주 약하다. 도루 저지율(0.173)이 이재원(0.098)에 이어 가장 낮았다. 박세혁 또한 도루 저지율(0.221)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현재 포수 구인난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다. 2018년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이적 후 주전 포수를 여태 찾지 못했다. 지시완·정보근·안중열 중 누구도 포수 갈증을 해소해 주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는 주전 포수 최재훈이 있지만 더그아웃 리더가 없어 내심 양의지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다. 손혁 단장 체제로 새롭게 바뀐 뒤 꼴찌 탈출을 벼르는 중이라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줄 FA를 원하고 있다. 이승엽 두산 신임 감독 또한 두산 출신 양의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양의지는 NC 이적 전까지 두산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선수였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자금 사정상 1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지불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의지 측은 현재 첫 번째 FA 때 수준만큼의 대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의지의 보상 등급은 B등급(25인 외 보상선수 1명+직전 연도 연봉의 100% 혹은 직전 연도 연봉의 200%)이다. 즉 10억원+보상선수 1명, 혹은 20억원을 NC에 지불해야만 양의지 영입이 가능하다. NC 또한 양의지 잡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이재원과 김민식을 번갈아 포수로 기용했던 SSG는 한국시리즈 결과에 따라 포수 쟁탈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 샐러리캡 영향으로 양의지보다는 박동원 쪽에 더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유강남의 경우 LG 잔류 확률이 꽤 높은 편이다. LG는 유강남 외에 대안 포수가 없고 타 구단에선 그리 큰 욕심이 없다. 하지만 포수들의 연쇄 이동이 있을 경우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3할대 타자 채은성·박민우, 내야수 서건창·노진혁·김상수에게도 ‘눈독’

포수 외에 가장 관심을 모으는 야수는 채은성(32·LG)과 박민우(29·NC)다. 좌타자가 득세하는 KBO리그에서 채은성은 우타 중장거리포 타자로서의 매력이 있다. 2009년 LG 육성선수로 입단해 2018년부터 올해까지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투고타저였던 올 시즌에도 그는 타율 0.296, 12홈런 83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키움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4할(15타수 6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통산 타율이 0.320에 이르는 박민우 또한 대어로 꼽힌다. 2루수가 부족한 팀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최근 타격이 하향세인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박민우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겨 전반기까지만 뛴 지난해에는 타율 0.261, 올해는 타율 0.267에 그쳤다. 박민우와 함께 내야수 자원으로 2루수 서건창(33·LG), 유격수 노진혁(33·NC) 그리고 2루수와 유격수 둘 다 가능한 김상수(32·삼성)가 시장에 나온다. 서건창은 지난 시즌 뒤 FA 자격을 갖췄으나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FA 신청을 1년 늦췄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입대하는 KT 위즈 등이 내야수 잡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야수들 외에 정찬헌(32), 한현희(29·이상 키움), 임찬규(30·LG), 이재학(32·NC) 등 준척급 투수들도 FA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보상선수 등의 이유로 타 팀의 관심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퓨처스(2군)리그 FA 선수 중에도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다. 바로 우투우타의 이형종(33·LG)이다. 퓨처스리그 FA는 지난해 처음 실행됐는데 전유수 등 3명이 신청했지만 타 구단의 부름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듯하다. 이형종은 외야 자원이 풍부한 LG에서는 1군 출전 기회가 제한됐지만 외야 뎁스가 얕은 팀에서는 충분히 긁어볼 만한 복권이다. 이형종의 1군 통산 성적은 타율 0.281, 63홈런 254타점. 올해는 홈런이 없었지만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FA 시장이 팀 전력을 강화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내년 FA 자격 선수 중에는 최대어급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구단마다 대형 예비 FA 선수들에 대해 미리 다년계약을 체결하는 추세다. 양의지·채은성 등의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FA 시장에서는 선수 간, 구단 간 작용·반작용이 강하게 이뤄진다. 자기 팀 선수를 놓친 구단이 전력 약화 최소화와 팬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다른 팀 선수를 영입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선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기도 한다. 올해는 어떤 깜짝 FA 계약이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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