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한 손흥민, 도약하는 이강인·김민재…韓축구 ‘트로이카’ 시대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1 16:05
  • 호수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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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인]
손흥민 ‘6년 연속 1위’…‘문체부 차관’으로 돌아온 장미란 첫 10위권 진입

시사저널-한국갤럽, 전문가·일반국민 1000명 설문조사…‘시대의 희망·요구·과제’ 상징하는 ‘대한민국 권력 지도’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움직이고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이 가리키는 시대의 희망과 과제도 찾아낼 수 있다. 마침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가장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들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4년째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영향력 조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스포츠계의 ‘간판’은 여전히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었다. 그는 시사저널의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로 꼽혔다. 69.6%의 지목률, 같은 조사 6년 연속 1위였다. 스포츠계 영향력 조사에서 동일 인물이 6년 연속 1위에 오른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그의 영향력은 스포츠계를 넘어선다. 그는 이번 조사의 대한민국 전체 영향력에서도 당당히 8위(6.2%)에 올랐다.

세계 축구 최고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지지난 시즌(2021~22) 아시아 최초 득점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우뚝 섰던 손흥민에게 지난 시즌(2022~23)은 다사다난했던 게 사실이다.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으며, 그가 시즌 동안에 스포츠 탈장으로 고통을 겪어왔다는 사실이 시즌 종료 직후 수술 소식과 함께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최근 영국 언론을 통해 “사실 지난 시즌은 매 순간 고통이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기록도 예년보다는 좋지 못했다. 득점왕 시즌엔 리그에서 23골을 넣었지만, 지난 시즌엔 리그 10골에 그쳤다. 여러 외신과 국내 언론들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그의 부진을 다뤘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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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아시아인 최초 EPL 100골 넘겨

그러나 손흥민이 지난 시즌 대한민국 국민과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보여준 건 진정한 책임감이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직전 안와골절 부상을 입어 수술 후 회복 기간이 필요했으나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뛰는 투혼을 보였다. 캡틴(주장)으로서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진 모습이었다. 그는 탈장 수술을 시즌 종료까지 미뤘던 것에 대해 “저는 제가 좋거나 나쁠 때 모두 책임감을 느낀다. 제 고통 때문에 팀이 힘든 시기에 무작정 떠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팬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EPL 통산 100골 고지를 밟은 것. 역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다. 득점 기록도 예년에 비해 낮았을 뿐이지 EPL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93.2%의 압도적인 지목률을 얻었던 지난해 조사에 비해 올해 조사에서는 지목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으나 그는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응원하고 기대하는 선수다. 전문가 조사뿐만 아니라 일반국민 조사에서도 손흥민은 67.2% 지목률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로 뽑혔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건 손흥민만이 아니다. 손흥민과 함께, 또 손흥민 이후에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 3위(23.6%)와 4위(13.2%)에 올랐다. 지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프랑스와 독일 1부 리그의 최강팀으로 각각 둥지를 옮긴 두 선수는 시사저널 영향력 조사 첫 10위권 진입에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랭크됐다.

22세의 어린 나이인 이강인은 지난 시즌까지 스페인 라리가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차세대 축구 스타이자 한국 축구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소속팀 SSC 나폴리의 주전 수비수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리그 최우수 수비수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김민재는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하면서 손흥민을 넘어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5000만 유로)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강인과 김민재의 도약으로 손흥민을 선두로 한국 축구의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PENTA PRESS·연합뉴스·EPA 연합
ⓒPENTA PRESS·연합뉴스·EPA 연합

김연아·박지성 등 영향력 여전한 ‘전설’들

은퇴했음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는 ‘레전드’들도 이번 조사에서 어김없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은퇴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 ‘피겨 여제’ 김연아가 31.6%의 지목률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위에 올랐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2024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으며 여전히 한국 동계 스포츠의 얼굴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여러 은퇴 선수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건 전 역도선수 장미란이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는 장미란은 2013년 은퇴한 후 올해 처음으로 10위권(7위, 8.2%)에 진입했다. 이는 그가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돼 취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선수 출신 스포츠 영웅이 국정 업무를 하는 자리에 앉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도 나왔으나, 그가 은퇴 후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로 연구자이자 교육가로서의 자질을 쌓았고, 오히려 체육계 현실을 가장 잘 알기에 성과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주목할 점은 일반국민이 전문가들보다 장미란에게 더 주목했다는 점이다. 일반국민은 13.2%의 지목률로 장미란을 손흥민, 김연아, 이강인에 이어 네 번째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인물에 올렸다. 이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미란에 대한 일반국민의 기대감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축구·골프·야구계의 전설 박지성(공동 5위, 9.2%), 박세리(8위, 6.8%), 박찬호(10위, 3.8%) 등 ‘쓰리박’이 여전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외에 현역 선수 중에는 ‘배구 여제’ 김연경(공동 5위, 9.2%)과 야구 메이저리거 류현진(9위, 5.2%)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김연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장을 낸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으며 류현진은 길었던 부상에서 돌아와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202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지난해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3일부터 7월21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면접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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