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뉴스, 국민은 TV로 보는데 민주당원들은 유튜브로 본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1 10:05
  • 호수 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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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민·당원 인식조사 내부 보고서’ 단독입수
국민은 TV-인터넷-유튜브 순, 당원은 유튜브-인터넷-TV 순

#1.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이재명 대표, 예고했던 10시20분쯤 서울중앙지검 앞에 도착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습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중략)…이 대표의 검찰 출석 뒤에도 지지자들은 이재명 지지 집회를 이어갔고, 인근에선 보수단체들이 이재명 구속 등을 외치면서 맞불 집회를 열었습니다.”(8월17일 KBS 9시 뉴스)

#2. 이재명 출석 중앙지검 앞 보수·진보 집회 현장. [이 대표/까짓 소환조사 100번이라도 받겠습니다] ‘이재명을 구속하라’ ‘검사 독재 박살내자’라는 피켓과 깃발, 풍선을 든 사람들. 스피커를 동원해 “이재명 구속” “이재명 무죄”를 외치는 시위자들의 격앙된 목소리.(유튜브의 다양한 쇼츠 영상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서울지방 검찰청에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가 서울지검 삼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TV와 유튜브, 객관성·사실성에서 차이 나”

8월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이 대표의 출석 소식을 전하는 지상파TV 뉴스 보도와 유튜브에 ‘이재명 검찰 출석’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쇼츠 영상들을 비교해 보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주는 영상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내용을 담고 있다. 아나운서와 기자를 통해 전해진 뉴스는 차분하고 정제된 분위기로 이 대표의 발언과 주변 현장 모습을 축약해 전한 반면, 유튜브 쇼츠 영상들을 통해 접한 현장은 전체의 일부 모습만을 보여주거나 등장 인물들의 다소 격한 표현이나 목소리가 담긴 경우가 많았다. 

시사저널은 앞서 국민과 당원 간 인식 차를 보여주는 더불어민주당 내부 조사 결과를 보도([단독] “민주당은 ‘내로남불 정당’” 응답, 국민은 48%인데 당원은 19.5%)한 데 이어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강성 지지층과 일반 국민 사이의 인식 괴리가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여주는 주요 지표를 확인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민주당 국민·당원·당직자 정치 인식조사 내부 보고서(민주연구원, 2023년 5월)를 보면, 정당 소식을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를 물었을 때 국민과 당원 각각 확연히 다른 답변을 내놨다. 

국민은 1순위가 지상파·종편 TV(35.0%)였고 다음은 인터넷 언론 기사(22.2%), 유튜브(19.4%) 순으로 나온 반면, 당원의 답변은 1순위가 유튜브(34.2%), 다음은 인터넷 언론 기사(17.7%), 지상파·종편 TV(15.3%) 순으로 정반대였다. 정보 수용자의 채널 선택이 더 자유로운 유튜브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것은 당원이 다른 목소리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고, 다른 정당이나 세력에 대해 공격적인 콘텐츠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주로 유튜브를 통해 정당 관련 소식을 많이 접하는 당원에게 확증편향을 증폭시키는 ‘선택적 인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공영방송을 통해 종합적으로 뉴스를 들어 이해하는 것과 짧은 시간 동안 좋아하는 특정 매체에만 귀 기울이는 것은 객관성·사실성·종합성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면서 “매체들이 양극화되어 중간지대가 많이 사라지고 극단적인 진보와 보수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채널은 대체로 일방향적이고 특정 성향을 띠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들의 성향이 더 강화되면서 일반 국민들과의 공감대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 교수는 “유튜브에 나오는 것은 정치 뉴스라기보다는 정치 정보들인데, 정확히 말하면 ‘정쟁’ 정보다. 당원이 일반국민보다 유튜브를 통해 정치 정보를 더 많이 접한다는 것은 정치보다는 정쟁, 당내와 당 간의 정치 역학구도에 골몰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택적 인지’는 사고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미경 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올해 6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편향성의 동원과 부정적 정치 사이클’에 따르면 불안감이 강할수록 소셜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며,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정보 성찰이 비판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불안은 불확실하고 위협적인 현실 인식을 강화해 부정적인 정치 인식을 ‘프레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결과적으로 선별적 뉴스 수용 및 뉴스 회피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민주적인 참정권을 포기하거나 희망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엘리트 권력자의 미혹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유튜브로 결집할수록 중도층 흡수 어려워”

당과 강성 지지층 사이가 공고해질수록 중도·무당층을 흡수하기 힘들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유튜브 내에서의 정치 관련 소통은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발산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내에서 강성 지지층 내 결속력은 강해지지만 그만큼 배타성도 짙어진다. 특정 성향이 강하지 않은 중도·무당층이 들어가기 더 어려운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강성층은 결집을 잘하는 반면, 중도층은 결집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정당과 정치인은 민의를 수용하고 반영해야 하는데, 좌든 우든 특정한 이데올로기, 신념 구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움직인다. (정치인이나 정당 입장에서) 얇고 넓게 설득하기보다 좁고 깊게 설득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지지층이 극성화할수록 중도층은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나 정책 경쟁 없이 일방적으로 떠드는 노이즈 마케팅, 비호감 대결로는 투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유튜브를 통한 소통만으로는 민심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국회의원 중 유튜브 구독자 수가 10위권 안에 드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구독자는 팬덤이고, 조회 수는 관심이라고 판단한다. 중도층은 양쪽 극단의 채널을 ‘눈팅’만 할 뿐 정주행으로 끝까지 보지도 않고 함부로 구독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 휴대폰을 보는 시민들을 살펴보면 정치 뉴스를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대부분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시청한다. 정치는 굉장히 고관여층이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하는 공간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유튜브 정치가 중도층을 증발시키는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대안은 없다고 본다. ‘유튜브 정치=알고리즘 정치’인데 알고리즘은 자본주의와 결합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리즘을 국영화하지 않는 한 확증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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