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IT·의·과학 인물] 150년 난제 푼 ‘의사 과학자’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5 12:05
  • 호수 178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최초로 치매 유발하는 ‘뇌 노폐물 배출 경로’ 발견

국내 의과학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은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이다. 1968년 제1회 과학의 날을 기념해 제정한 과학기술상을 모태로 2003년 개편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2003년 첫 시상 이후 지난해까지 총 45명이 이 상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6월30일 발표한 올해 수상자는 고규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이다.

림프관 연구의 리더인 그는 2019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재확인했다. 치매를 유발하는 뇌척수액 노폐물의 주요 배출 경로가 뇌하부 뇌수막 림프관임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뇌척수액 노폐물의 배출 경로는 150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 질환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그는 7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시상식에서 “우리 몸에서 뇌가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은 만큼 노폐물과 독성물질을 많이 생성한다. 이 물질이 150ml의 뇌척수액에 녹아있는데 배출되려면 림프관을 경유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배출 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여서 난제로 남아있었다. 뇌막 림프관을 통해 배출되는 뇌척수액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감소한다. 이때 노폐물이 너무 많이 뇌에 쌓이면 치매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배출을 원활하게 해주면 치매 방지 및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노폐물을 제대로 빼낼 방법을 찾고 있다. 고규영 교수는 “대부분의 발견이 실험동물인 생쥐를 통해 이뤄졌는데 현재는 영장류에서 재현하고 있다. 확증되면 대상 환자를 대상으로 도전하고 싶다. 언젠가는 치매 예방과 치료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규영 교수는 또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처음 밝혔다. 이와 같은 그의 논문 약 230편은 네이처, 사이언스, 캔서셀 등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경암학술상(2011년), 아산의학상(2012년), 호암상 의학부문(2018년), 옥조근정훈장(2023년) 등을 받았다.

 

의학과 과학 중개… “중개·기초연구 필요”

그는 의사 과학자다. 1983년 전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1985년)와 박사(1991년)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와 인디애나주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친 후 전북대 의대 교수(1995~2001년)로 재직했다. 이후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2001~03년)를 거쳐 2003년부터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로 재직 중이고, 2015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고 교수는 “(의사 과학자는) 순수 기초과학을 하시는 분과 임상하는 분의 중간에서 연계하는 포지션의 전문인이다. 연구를 어떻게 응용할지를 머릿속에서 생각하기에 성공률이 높고 사회가 요구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대, 치의대, 한의대를 합해 4000명의 졸업생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1%만 중개연구와 기초연구를 한다면 블록버스터 신약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리더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모더나나 화이자 등의 백신 개발도 의사 과학자가 선도해 이룬 성과다. 의사 과학자들이 연구할 분위기가 안 돼서 임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선정 ‘올해의 인물’ 1989년 창간 이후 35회째…‘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
손흥민, 스포츠 인물로는 역대 두 번째 ‘올해의 인물’로 선정…정치 한동훈·경제 정의선 등도 두각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인물은 손흥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영원한 캡틴’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쟁만 거듭하는 정치, 고물가·고금리에 시름하는 경제, 팬데믹과 인구절벽으로 우울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 폭풍 질주로 골네트를 시원하게 가르는 손흥민의 활약은 그나마 통쾌함을 선사하는 위안이었다. 

스포츠 인물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1997년 차범근 축구 국가대표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차 감독은 대한민국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면서 크게 각광받았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12월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도 역시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와 정기독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올해의 인물을 비롯한 총 9개 분야에 걸쳐 한 해 동안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인물들을 선정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각 분야별로는 정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경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회 신준호 안산지청 차장, 국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문화 한강 작가, IT·의·과학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연예 임영웅 가수, 스포츠 페이커 등이 선정됐다.   

 ☞ 특집 ‘2023 올해의 인물’ 연관기사
시사저널 선정 ‘2023 올해의 인물’…1989년 창간 이후 35회째, ‘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
[올해의 인물] 세계 무대 향해 힘찬 슛 날린 손흥민 
[올해의 정치 인물] 새 길 열겠다는 한동훈, ‘별의 순간’ 잡을까
[올해의 경제 인물] ‘총수 3년 차’ 정의선 현대차 회장, 승부수 통했다 
[올해의 사회 인물] ‘MZ조폭 모임’에 분노…조폭·마약 잡는 신준호 검사
[올해의 국제 인물] ‘안보맨’의 추락…중동 화약고 중심에 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올해의 문화 인물] 가장 한국적인 서사로 세계인 사로잡은 한강 작가
[올해의 IT·의·과학 인물] 150년 난제 푼 ‘의사 과학자’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올해의 연예 인물] 왜 ‘국민가수’인지 끊임없이 증명하는 임영웅
[올해의 스포츠 인물] 오타니·메시와 어깨 나란히 한 ‘페이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