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회 인물] ‘MZ조폭 모임’에 분노…조폭·마약 잡는 신준호 검사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5 09:05
  • 호수 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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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얏트호텔 난동 사건’ 수사로 수노아파 와해시켜
‘학원가 마약 음료’ ‘롤스로이스男’ 등 굵직한 사건 맡아

“○○○파 파이팅!”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선 조직폭력배들의 모임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들은 문신이 새겨진 신체를 드러내며 식당 등에서 거리낌 없이 세를 과시했다. 이른바 ‘MZ(1980~2000년대생)조폭’의 회합 모습이다. 검찰은 이날 ‘수노아파 하얏트호텔 난동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MZ조폭들의 전국적인 단합대회인 ‘또래 모임’ 개최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현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이 6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노아파 하얏트호텔 난동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르르’ 떤 검사 영상에 100만 조회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조폭 영상’만큼 주목받은 검사가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으로서 하얏트호텔 난동 사건 수사를 지휘한 신준호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49·사법연수원 33기)다. 신준호 차장은 ‘조폭 모임’ 영상을 보며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는 등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신 차장의 모습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채널에서 1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현직 검사의 동영상이 이런 정도의 관심을 받은 것은 검찰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폭력조직들이 계파를 초월해 전국 단위로 연대하고 있다.” 신준호 차장이 언론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검찰은 2020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조폭 ‘수노아파’를 일괄 기소했다. 신 차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서울 강남에 숙소가 있다는 점 등을 파악해 대규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서 “현역으로 뛰는 조직원은 이번 수사로 다 기소돼 조직이 사실상 와해됐다”고 설명했다. 호텔 측의 고소 취하 등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사건 발생 3년여 만에 수노아파 해체라는 최대 성과로 마무리된 것이다.

신준호 차장은 명실상부 ‘강력통’ 검사다. 무려 15년여간 조폭과 마약범죄 등 강력 사건을 다뤄왔다. 강력통은 검찰 내에서 ‘귀한 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반부패수사부와 강력범죄수사부가 통합되거나 직접수사 범위가 제한되는 등 강력통의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현재 강력범죄수사부가 있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대구지검, 부산지검 정도다. 대구 출신 신 차장은 광주지검 강력부장,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 인천지검 강력범죄형사부장 등을 지냈다. 조폭뿐만 아니라 마약 역시 신 차장의 전공 분야니만큼, 굵직한 마약 사건 수사를 여러 차례 지휘했다. 올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선 마약 성분이 들어간 음료가 무료 시음 행사에서 유통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를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학생들에게 시음하게 한 후, 이들의 부모에게 “자녀를 마약 투약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신준호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학원가 마약 음료 수사를 지휘,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10월 1심 재판부는 마약 음료 제조책에게 징역 15년, 마약 제공책에게 징역 10년, 조직 모집책에게 징역 7년 등 중형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마약범죄는 ‘악’ 소리 나게 처벌하겠다”는 말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금도 현장에선 촌각을 다투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준호 차장 같은 검사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 차장은 2021년 12월 마약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2급 공인전문검사인 ‘블루벨트’를 받았다. 2022년 6월에는 마약 퇴치에 대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도 수상했다.

 

“나만 일하는 게 아냐…일선에서 최선 다할 것”

‘압구정 롤스로이스 차량 돌진 사건’ 수사도 신준호 차장이 이끌었다. 신아무개씨는 8월2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 A씨를 뇌사 상태에 빠뜨렸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A씨는 11월25일 끝내 사망했다. 신씨는 성형외과에서 수면마취제인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그의 마약 전력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신씨의 사고 직후 행동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차량에 깔린 피해 여성을 구조하지 않고 도주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민들이 여성을 구조하려고 할 때조차 휴대전화를 조작하며 마치 남의 일인 양 행동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지난 9월 신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A씨가 사망하자 도주치사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12월20일 열린 신씨의 결심공판에서 “27세 젊은 나이로 허망하게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신준호 차장은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에서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신 차장은 시사저널 ‘올해의 사회 인물’에 선정된 데 대해 겸연쩍어했다. “나만 일하고 있는 게 아닌데, 너무 과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신 차장은 조폭·마약 범죄와 관련해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폭·마약 범죄에선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현재는 MZ조폭이 대세를 이루는데, 이들은 기존 조폭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마약범죄 역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들어갔다. 조폭·마약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수사 일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최대한 의지를 갖고 더 노력하겠다. 국민들께서도 검찰 수사에 많이 공감해 주시고 도와주시면 좋겠다.”

시사저널 선정 ‘올해의 인물’ 1989년 창간 이후 35회째…‘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
손흥민, 스포츠 인물로는 역대 두 번째 ‘올해의 인물’로 선정…정치 한동훈·경제 정의선 등도 두각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인물은 손흥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영원한 캡틴’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쟁만 거듭하는 정치, 고물가·고금리에 시름하는 경제, 팬데믹과 인구절벽으로 우울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 폭풍 질주로 골네트를 시원하게 가르는 손흥민의 활약은 그나마 통쾌함을 선사하는 위안이었다. 

스포츠 인물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1997년 차범근 축구 국가대표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차 감독은 대한민국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면서 크게 각광받았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12월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도 역시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와 정기독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올해의 인물을 비롯한 총 9개 분야에 걸쳐 한 해 동안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인물들을 선정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각 분야별로는 정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경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회 신준호 안산지청 차장, 국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문화 한강 작가, IT·의·과학 고규영 KAIST 특훈교수, 연예 임영웅 가수, 스포츠 페이커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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