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 단합보다 중도에 힘써야…이재명 반사이익은 이제 없다”
  • 구민주·변문우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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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출마자들]서울 동대문갑 출마 예정자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 세상 다 아는 잘못에 침묵했기 때문”
“‘힘에 의한 공천’하면 망해…이낙연‧이준석 신당은 가출정당”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집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와 가족, 우리 동네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시사저널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각 지역구의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부와 핵심 공약, 정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제가 몸담았던 정당의 대통령 두 분이 법정에 섰다.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2019년 이 무렵, 김영우 전 의원은 ‘책임’을 말하며 12년 간 몸담아 온 국회를 떠났다. 당내 그 누구보다도 앞선 결정이었다. 그리고 4년, 야인으로 21대 국회를 지켜봤다. 거대 양당은 서로의 ‘무책임’을 질타하기 바빴고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또 한 번 얻었다. 그가 퇴장하며 바라던 국회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책임’을 지기로 했다. “더 좋아지길 바라며 떠난 당과 정치가 더욱 망가져버린 데 대한 책임”이다. 그는 국민의힘 안전지대인 ‘경기 포천‧가평’을 떠나 험지인 ‘서울 동대문갑’에 새롭게 간판을 내걸었다. 이 또한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하는 ‘책임’”의 일환이다.

김 전 의원은 15일 서울 동대문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양당 모두 강성 지지층만을 향한 ‘해바라기 정치’를 하는 동안 소외됐던 ‘침묵하는 다수’의 뜻을 반영할 것”이라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당을 향한 ‘일침’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당 ‘수도권 위기론’과 관련해 “세상이 다 아는 잘못도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라며 ‘자성과 절박함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당을 이끌고 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도 “이제 당내 단합은 충분히 이뤘으니 총선 디데이까지 매일 ‘중도 확장’을 고심해야 한다. 이재명 반사이익은 더 이상 없다”고 조언했다.

22대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갑 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전 의원이 1월15일 서울 동대문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22대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갑 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전 의원이 1월15일 서울 동대문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다시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말해 달라.

“4년 전, 당의 개혁을 부르짖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리 정치가 좀 더 좋아지길 바람이었다. 그런데 이후 국회는 더 거꾸로 갔다. 혁신은 온 데 간 데 없어졌고 의회 민주주의는 사라졌다. 양당 모두 강성지지층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당’이 돼버렸다. 이게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공당인지, 강성 시민단체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다. 말없는 다수가 완벽하게 소외됐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좀 더 정치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서 의회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침묵하는 다수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치를 만들고자 다시 출마를 결심했다.”

바깥에서 바라본 21대 국회를 총평한다면.

“품격과 상식이 사라졌다. 국민들을 위해서 써야 할 권한으로 매번 방탄 국회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기 바빴다. 22대 국회에선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다선 의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다. 다만 좋은 정치는 절대 혼자서 이뤄낼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뜻 있고 양심 있는 젊은 정치인들과 함께 정치를 해나가고 싶다.”

서울 동대문갑을 택했다. 험지 아닌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1981년 중학교 3학년 때 이 지역 경희중학교로 왔다. 밥솥과 이불만 딱 갖고 회기동 단칸방에서 자취를 했다.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가난해서 택한 유학이었다. 경희고를 거쳐 인근 고려대학교까지 다녔다. ‘동대문 찬스’였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세상이 넓은지 모르며 살았을 것이다. 제 청춘의 고향인 이 곳에서 도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중진으로서 우리 당이 어려운 지역에 나가 단 1석이라도 보탬이 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당장 당내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경쟁해야 한다. 김 전 의원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경험’이다. 동대문의 발전은 아무 경험 없이 국회에 들어가 배워가면서 이뤄낼 시간과 여유가 없다. 일을 해 본 사람, 정책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저는 과거 선배 정치인들이 모두 좌절했던 포천고속도로를 완공시킨 경험이 있다. 정부 부처와 TF(태스크포스)팀까지 구성해 발로 뛰며 이뤄낸 일이었다. 얼마 전 1호선 연천역 연장도 제가 국회의원 시절 관철해낸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선진국의 도시 공간을 접한 경험도 쌓여있다. 동대문을 지나는 철길 위에 지상 공원을 만들고 곳곳에 녹지를 늘릴 것이다. 낙후된 골목골목을 살필 것이다. 공간을 바꿔야 삶의 질도 개선된다.”

3선인 김영우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9년 12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선인 김영우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9년 12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까지 당을 이끌게 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평균치는 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큰데 아직은 적응기로 보인다, 전국을 열심히 다니면서 당을 단합시키는 데 성공은 한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 승리를 위해선 중도 확장이 필수 요건이다. 한 위원장이 앞으로 총선 당일까지 매일 고민해야 할 건 바로 중도 확장 전략이다. 한동훈다운 공정과 상식, 그리고 신선함을 어떻게 입증해낼지, 이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시간이다.”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여전히 영남당 이미지가 강하고 절박함이 부족한 ‘웰빙 정당’이란 인식도 강한 것 같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도 보여준 게 없잖나. 초선들은 김기현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나서기 바빴고, 그 누구도 공천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말을 못했다. 왜 세상 모두가 다 아는 잘못, 팩트를 말 못하나. 공천 잘못됐다, 당정관계 잘못됐다는 얘길 왜 못하나. 이런 모습 때문에 위기론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당이 좀 더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이 맞다. 하지만 그것을 야당이 왜 추진할 수 있었겠나. 과반 의석을 갖고 있어서도 있겠지만, 민심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정국에 있어선 국민의힘이 민심 정치에서 패배한 것이다. 이걸 뒤집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보나.

“특검을 받을 순 없다. 선거 내내 에너지 소모가 불가피해진다. 어쩔 수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특단의 조치는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금 제2부속실 설치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국민이 원하면 한다’는 정도 메시지로는 안 된다. ‘무조건, 당장 하겠다’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특별감찰관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국회에서 임명 해주면 한다’는 건 아무 효과도 주지 못한다. 대통령실과 당이 주도적으로 하는 자세를 보여야 조금이나마 ‘당이 좀 바뀌었네’하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끌려가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총선에서 ‘윤심 공천’ ‘검사 공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천에 대한 걱정은 없나.

“전략 공천으로 하면 총선은 망한다. 반드시 경선을 해야 한다. 검사라고 해서, 대통령과 가깝다고 해서 정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주어진 룰에 따라, 경선을 통해 이긴다면 누가 뭐라 하겠나.”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원했다. 그때도 ‘윤심’이 논란이 되지 않았나. 당시 상황이 총선에서도 연출될 가능성 없을까.

“총선은 전당대회보다 윤심이 직접적으로 발휘되기 쉽진 않을 것이다. 지역마다 민심도 제각각이어서 그러한 힘이 크게 작용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러한 논란이 재현될 경우 총선 전체에 끼칠 악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에 다들 신경쓸 것이라고 본다.”

안철수 후보를 도왔던 전당대회를 돌아봤을 때 아쉬움은 없나.

“물론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선거였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많이 배웠다. 당시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으며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건 우리 당 내 좀 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마음에서였다. 정치적으로 얻은 게 많은 시간이었다.”

국민의힘을 떠난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포함해 제3지대 결집 흐름에 대해 어떻게 보나.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침묵하는 다수의 민심을 읽어내지 못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 제3지대에 모인 인물들이 정말 좋은 정치, 차별화된 정치를 펼칠까. 매우 비관적이다. 이준석‧이낙연 이들의 신당은 사실 ‘가출정당’에 가깝다. 기존 정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음에도 갈등만 벌이다가 당을 떠났다. 신당에서 어떤 정치를 하려는 것인지도 아직은 잘 안 보인다. 단순히 반윤(反윤석열) 반명(反 이재명) 연대로 보인다. 앞으로 그들끼리도 굉장한 갈등을 빚을 것이다. 그럼 ‘거대 양당과 다를 것 없네’ ‘야합이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 갈등 상황은 어떻게 보았나.

“이 전 대표로선 개인적으로 당에 섭섭함이 있을 순 있겠지만 그걸 당 안에서 풀어내려는 노력들을 좀 더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우리 당이 이탈하려는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남은 기간 ‘이건 꼭 해선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민심에 위배되는 ‘힘에 의한 공천’은 절대 안 된다. 공천 개혁이 아닌 공천 파동으로 가면 필패한다. 과거 경험상 공천 논란이 더 컸던 당이 무조건 졌다.”

민주당의 총선 준비 상황은 어떻게 보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있는 한 바뀔 가능성은 없다. 우리가 개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이 정도면 안 된다. 더 확실하게 다른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이재명에 대한 반사이익은 없다. 기대해선 안 된다.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가 아무리 문제 있어도 갑자기 국민의힘을 예쁘게 보지 않는다. 우리가 더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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