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사과’ ‘유감’ 없이 “아내가 매정하게 끊지 못한 점 아쉽게 생각”
  • 구민주·변문우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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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공작이자 정치 공작”…직접 ‘유감’ ‘사과’ 표명 없어
‘제2부속실’ 설치엔 “검토 중…예방엔 도움 안 될 것” 미온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KBS 앵커에게 집무실 책상에 놓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물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KBS 앵커에게 집무실 책상에 놓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물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몰카 공작” “정치 공작”이라며 “매정하게 끊지 못한 점이 아쉽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논란이 불거진 뒤 윤 대통령의 첫 공식 입장이 나왔지만 그 안에 직접적인 사과는 담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미니 다큐에 출연해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에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신분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용산 관저로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사저엔 보안을 위한 검색기를 설치할 수 없었다. 그걸 설치하면 복도가 막혀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과 동향이고 친분이 있다고 얘길 하면서 (접근했다). 지하에 사무실도 있다 보니 자꾸 오겠다고 하는 걸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며 “(그 점이) 아쉽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한테 미리 이런 상황을 얘기를 했더라면 저는 26년간 사정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남아있기 때문에 더 단호하게 대했을 것”이라며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상황 때문에 물리치지 못했다. 아쉬운 점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에서 ‘몰카 공작’이라고 하는데 동의하는지’ 묻는 질문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김 여사와 만난 지) 1년이 지나 이렇게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작이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안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드리기엔 지금도 시간이 짧고, 또 직접 제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를 바랄 순 있겠지만 그것이 또 낳을 수 있는 부정적 상황도 있다”면서 “현재 관저에서는 그런 것(보안)이 잘 관리될 뿐 아니라, 선을 분명하게 (긋고) 국민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거듭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리 방안으로 거론되는 제2부속실에는 “비서실에서 검토 중”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별감찰관제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선정해 보내는 것”이라면서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둘 다)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 자꾸 오겠다며 사실상 밀고 들어오는 건데, 제2부속실이 있어도 그럼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밝힐 것이란 여권의 기대가 있었으나, 윤 대통령은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잘랐다.

이날 대담 전부터 세간의 관심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 여부와 메시지 수위에 쏠렸다. 윤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김 여사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과 향후 총선 분위기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이날 윤 대통령이 직접적인 사과 표명 대신 ‘아쉬움’을 드러내고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두고 정치권 내 다양한 평가들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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