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울리면 불출마‧험지출마? ‘이재명 전화’에 떠는 野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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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추미애 험지-인재근 불출마 요청…“새 술은 새 부대에”
민주, ‘컷오프 통보’ 초읽기…野후보 “떨어질라” 전전긍긍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영입 인사들의 소개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영입 인사들의 소개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공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야 내 미묘한 김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모습이다. 이 대표가 최근 직접 당내 전·현직 의원들을 접촉해 불출마 등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권 후보들은 이 대표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압박’이 자신을 향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 대한 통보를 준비하고 있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은 경선 득표수의 20%, 최하위 10%는 30%가 감산된다. 이 때문에 최하위 10% 대상자는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로 평가된다.

당이 컷오프를 예고하면서 22대 총선 출마를 노리는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돈다. 앞서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친명(친이재명) 세력이 ‘자객 공천’ 등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에 ‘어느 지역’의 ‘누가’ 컷오프되느냐에 따라 당내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 대표가 직접 현역 3선인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을 비롯해 5선 출신의 이종걸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험지 출마를 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대표는 직접 회동을 요청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후보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확한 통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총선 승리’ ‘대의’를 위해 몇 몇 후보자들에게 지역구 조정 및 불출마 등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심 끝에 이 대표의 의중을 따르겠다는 후보자도 나왔다. 인재근 의원은 이 대표와 면담 후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 의원의 지역구인 도봉갑에는 민주당 총선 인재 영입 10호인 김남근 변호사와 이동진 전 도봉구청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당사자의 거친 반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공천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 불출마 등을 압박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문학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선의 농간에 흔들리는 당”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재명 ‘친위부대’를 꽂으려다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두고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하고 있다”며 “당이 지금이라도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 광주을에 공천을 신청한 문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적합도 조사 결과를 전하며 총선 불출마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이 해당 조사에서 1위 후보 보다 20% 이상 뒤진 것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당대표가 직접 불출마를 권유하면 후보자로서는 마땅히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분란이 일기 전 교통정리를 한다는 의미겠으나 (이 대표의) 전화를 받으면 무언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자들의 반발에도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당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결과 통합을 통해서 민주당 역량을 하나로 묶겠다”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리 안의 과거를 극복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서 양보해야 한다”며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드리는 총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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