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지금 ‘여정공주’는 폭풍 성장 중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6 12: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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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굳힌 김여정 “핵심 권력기관인 조직지도부도 장악했을 가능성 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후계자에 대해 물어봤다. 그랬더니 후보가 2명이라고 하더라. 사진을 보여주며, 자식이 4명 있는데 그중 밑의 둘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며 아들과 딸이라고 했다. (위의 둘인) 정남과 정철은 ‘사업에 열을 올리고 정치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밑의 둘은 한 10년 정도 교육시켜서 둘 중 하나를 후계자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매우 친분이 두터웠던 러시아의 고위 외교관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가 지난 2012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김정일과의 2002년 대화 내용이다. 밑의 둘, 아들과 딸은 김정일의 3남 김정은과 막내딸 김여정을 가리킨다. 풀리코프스키의 증언이 지금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김여정에 대한 아버지 김정일의 평가 때문이다. 김정일은 김여정에 대해 “기민하고 리더십 자질이 충분하다”고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이 평소 자식들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은 ‘김정일의 요리사’로 잘 알려진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일은 차남 김정철에 대해 “여자아이 같은 성격”이라며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반면에 형보다 승부욕이 강했고 리더십이 돋보였던 김정은에게는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여정에 대해서도 “여정공주”로 부르며 매우 아꼈다고 한다. 성혜림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배다른 형제인 장남 김정남은 이미 해외를 떠돌며 김정일의 눈밖에 나 있던 상황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2019년 10월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2019년 10월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일 “내 후계자는 김정은 아니면 김여정”

막내딸 ‘여정공주’가 북한 권력의 ‘2인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의 장례식 때 오빠 김정은 뒤에 서 있던 앳되고 초췌한 모습의 김여정이 10년 만에 폭풍 성장을 한 것이다. 북한 권력구도에서 김여정이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건 2014년 3월이었다. 그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김정은의 수행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함께 유학생활을 한 남매는 꽤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년간 절대 권력자 김정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해 왔다. 

그런 김여정이 올해 들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세 차례 개인 명의의 담화에서 남한을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어느덧 그의 이름 앞엔 ‘후계자’ ‘2인자’ 등의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김정은 유고 시 김여정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 소식에 비교적 정통한 일본 요미우리신문 역시 4월22일 ‘김정은이 사망 등의 이유로 통치를 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한다는 내부 결정을 북한이 지난해 말 내렸다’고 보도했다.

현재 김여정의 공식 직함은 정치국 후보위원과 함께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굳이 우리 직급으로 따지자면 차관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금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은 ‘당 중앙’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5월29일 북한 동향 관련 보고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위와 역할을 ‘당 중앙’ 역할까지 확대해 ‘백두혈통’의 통치권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노동신문은 김 제1부부장을 ‘당 중앙’으로 공식 지칭하고 있다. 당 중앙이란 호칭은 노동신문이 지난 2010년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은을 가리켜 사설에서 사용한 바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월9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은 사실 대내 문제를 총괄하는 데도 지금 힘겨운 실정이다. 민생은 김 위원장이, 외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각각 나눠 맡는 일종의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김여정이 사실상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현재 권력 2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당분간 그의 이런 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지만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김정은의 후계자란 평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다소 불안정한 측면은 있지만, 아직 30대에 불과하다. 후계자보다는 향후 김정은 자식들의 후견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현재로선 김 제1부부장이 악역을 맡고, 김 위원장이 해결사 역할을 맡는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제1부부장은 외교뿐만 아니라 대내 공안 분야까지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당 제1부부장으로 표현되고 있는 그의 직책은 핵심 권력기관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상 공석이나 마찬가지인 조직지도부장을 대신해 그가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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