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묻는다, 페미니즘이 뭔가요
  • 노혜경 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07 17:00
  • 호수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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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새로운 ‘평등 운동’으로서 페미니즘 인식할 때

지난 몇 년간 언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어휘로 페미니즘이 빠지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성폭력과 관련된 페미니즘 이슈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백래시도 만만치 않지만, 노벨평화상을 성폭력에 맞서온 사람들에게 수여하기로 한 결정은 문명사회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이 더 이상은 용납될 수 없음을 상징하는 소식이다.

이제 페미니즘의 의미와 그 방향에 대한 새삼스러운 점검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드라마 《SKY캐슬》은 우리 사회 욕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드라마 《SKY캐슬》은 우리 사회 욕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 jtbc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즘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20대 남성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일부 언론의 진단은 번지수를 단단히 잘못 찾은 것이다. 일종의 프로파간다 정치적 선동일 뿐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젊은 남성 특히 20대가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사회적인 몫을 정당하게 누리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정책이 원인이라는 주류 언론의 손가락질은 완고한 기득권층의 탐욕과 그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공정을 가리려는 ‘지록위마’다. 정부의 정책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20대 남성에게서 빼앗아 20대 여성에게 무언가를 주는 정책이 당연히 아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아직 여성들은 성별 분업적 차별 반대라든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등의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페미니즘의 시작은 차별에 대한 저항이었다. 가족과 노동과 섹슈얼리티가 페미니즘의 3대 주제라 할 수 있다. 가족 내 차별, 노동에서의 차별, 성차별. 이 세 축을 관통하는 것이 성별에 따른 차별이다. 한국은 인종차별이 아직 겉으로 심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지역차별과 학력차별이 심하다. 신체의 장애에 대한 차별도 심하다. 소위 말하는 ‘정상’을 벗어나는 모든 존재는 일단 차별하고 보는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런 가운데 여성을 향한 차별이 지닌 보이지 않는 효과는, 노동과 분배에서 남성의 몫이 늘어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남성들끼리 경쟁하는 것도 버거운데 여성들이 진출한다면? 

 

페미니즘은 ‘인간이 되기 위한 싸움’

당연히 지배계층, 기득권들은 자신의 몫을 줄여 분배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게 유지하고 비정규직을 늘려가며 대응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페미니즘은 이런 것을 지적하기 시작하고 있다. 차별은 왜 안 고쳐지는가. 모든 차별은 차별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그 문화를 지배하기 때문에 생겨났고, 또 잘 시정되지 않는다. 페미니즘의 부상은 한국 정치를 오랫동안 지배해 온 지역차별 문제가 희미해지면서 가능해진 새로운 평등운동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각종 차별의 각개격파가 진행 중인 사회다. 한편으론 차별의 윗단으로 가기 위한 욕망의 경연이 벌어진다. 드라마 《SKY캐슬》이 펼쳐 보이는 지옥도는, 코미디이기 때문에 겨우 바라볼 수 있는 잔혹한 현실이다. 차별하는 윗자리로 가기 위한 온갖 술수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 세대의 욕망의 희생물로 차별당하는 줄도 모르고 그 고됨을 또래를 공격하면서 풀고,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바로잡고 맞서 싸우고자 하는 무기가 바로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을 다른 말로 ‘인간이 되기 위한 싸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단순히 휴먼에 남성과 여성을 포함한 모든 젠더가 들어가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페미니즘이 새로운 사회정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 곧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화두를 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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