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람을 보면 전쟁이 보인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11.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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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이슬람 매파' 전진 배치는 안보 강경노선을 예고 중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권을 꾸릴 인사를 단행 중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클 플린 퇴역 중장, 법무장관에 내정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안보 브레인으로 불리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 3명은 이슬람에 매우 강경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연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의 측근과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뉴욕 중심의 트럼프 타워 사저에서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강경파 3인의 임명도 이곳에서 도출됐다. 

 

백악관의 사령탑인 비서실장에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이 결정된 이후 가장 주목 받았던 자리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줄 국가안보보좌관에 앉을 그 누군가였다. 이 자리는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콘돌리자 라이스와 같은 거물급이 맡았던 중요한 직책이다.

 

트럼프의 안보 브레인으로 불리는 강경파 마이클 플린(왼쪽)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됐다. © AP연합

"이슬람은 암이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매일 대통령에게 국제 정세를 브리핑하고 언제 어떤 때라도 긴급한 사항을 대통령에 직보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서도 대통령과 직접 면담할 수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안보 정책과 관련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리다.

 

그런 자리에 임명된 플린 내정자를 뜯어보면 사실 이 사람만큼 군인 신분으로 물의를 많이 일으킨 사람도 찾기 어렵다. 플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보 장교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2~2014년 사이 국방부 정보국장이라는 요직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너무 솔직하고 거친 말로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은 게 문제였다. 펜타곤의 상층부와 충돌하던 플린은 결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됐다.

 

그는 거듭 말해왔다. "이슬람은 악성 암이다"라고. 그는 반(反)이슬람적인 태도를 확신에 찬 어조로 펼쳐왔다. "이슬람에 대한 공포는 이치에 맞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이 미국 전체에 퍼져있는 등 반 이슬람 자세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

 

펜타곤에서 해임되자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플린은 지난해 러시아 정부가 후원하는 TV 방송사인 '러시아 투데이'의 강연 요청을 수락했고, 모스크바에서 주최한 파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트럼프처럼 러시아에 우호적이며 러시아와 손잡고 IS(이슬람국가)를 격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건 그가 민주당원이라는 점.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전면전을 피해온 걸 비판하면서 오히려 트럼프 캠프에 일찍부터 합류해 외교·군사 자문으로 참여했다.

 

어찌 보면 그의 강한 반 이슬람 주의가 트럼프가 표현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나 입국 거부 등의 주장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트럼프가 내비치는 푸틴에 대한 호감도 플린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견해도 있다. 플린의 국가안보보좌관 임명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다.

 

법무장관에 지명된 세션스 의원 역시 무슬림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트럼프가 선거 기간 동안 말해온 정책인 '무슬림 일시 입국 금지'정책을 그는 강하게 지지한다. 심지어 그는 "이슬람의 뿌리에는 유해한 사상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 무슬림을 엄청나게 자극하는 발언이었다. 폼페오 차기 CIA 국장도 하원의원 시절 사실상 중동의 현실 정치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심지어 CIA가 포로를 고문하는 것을 두고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세션스는 1986년 당시 상원 사법위원회위원회에서 연방판사로 지명되기 위한 승인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 문제가 됐고 백인 우월주의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에 대해서 관대한 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 트럼프 정부 대외 정책의 중심 멤버는 매파, 그것도 엄청 강경한 매파들로 꾸려졌다.

 

다음번에는 누가 관심을 모을까. 일단 차기 국무장관 자리에 눈이 쏠린다. 11월19일 트럼프는 뉴저지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장에서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를 만났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롬니는 선거 기간에 트럼프를 엄청나게 비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장관 후보 중 한 명으로 검토되고 있었다.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볼튼 전 유엔대사,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이름도 국무장관직에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을 좌우할 이런 인사들보다 더 주목을 받는 이는 트럼프의 딸 이반카의 남편인 맏사위 재러드 쿠시너의 움직임이다. 쿠시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정권인수위 위원장에서 경질할 때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트럼프의 신뢰가 두텁다.

 

그는 원래 선거 종료 후 재계에 복귀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백악관에 잔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만약 그가 백악관에 들어갈 경우 선임 보좌관이나 특별 고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점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의 가족이 공직에 임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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