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 불만 “검찰보다 ‘감찰’이 더 권력화 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7 13: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찰 현장자문단 ‘두드림’, “감찰 개혁안은 13만 경찰가족을 또 다시 울리는 요식 행위일 뿐”

경찰청은 지난 9월26일, 감찰관에 대한 사전 통제장치 강화, 별건 감찰 금지, 감찰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 감찰-징계 업무 분리 등의 내용을 담은 '감사관실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감찰관의 권한을 제한함으로써, 감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경찰청 감사관실에서 일선 경찰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만든 현장 자문단 ‘두드림’은 9월27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선언문을 통해 “이번 개혁안은 감찰 내부의 보이지 않는 저항이며 13만 경찰가족을 또 다시 울리는 행정 행위일 뿐, 감찰혁신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감찰부서 근무 총량제만 확실하게 시행된다면 감찰 개혁은 자연스럽게 완성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드림은 “총량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감찰혁신 회의는 형식적이었고 두드림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혁신회의를 불참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근창 폴네티앙 회장이 지난해 11월28일 경찰청 본청을 방문, 충북지역 여성 경찰관 '강압감찰' 논란과 관련해 감찰에 관여한 당시 충북경찰청 감찰 담당자 등 6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청의 감찰 개혁안에 따르면, 감찰관들은 감찰 기간과 비위 내용, 감찰 방법 등을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감찰 과정에서 다른 비위가 확인되더라도 ‘별건 감찰’은 하지 못한다.

 

감찰과 징계 업무도 분리했다. 지금까지는 감찰부서에서 조사와 이에 대한 징계까지 도맡아 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사는 감찰담당관실이, 징계는 감사담당관실이 맡도록 했다.

 

감찰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진술 기회를 동등하게 주고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하며, 증인심문 신청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감찰부서에서 작성하는 ‘인사 참고자료’는 사생활 등에 대한 풍문을 배제하고 직무수행 역량에 초점을 맞추도록 정비했다.

 

 

“감찰부서 3년 근무 후 반드시 타부서 전출”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개혁안이 핵심을 비껴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감찰관들은 집단적으로 세력화돼 현장 경찰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깨기 위해서는 ‘감찰부서 근무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드림은 “감찰부서 3년 이상 근무자는 반드시 타부서로 전출시키고, 전출 후 2년간 감사실 재 발령을 금지해야 한다”면서 “또한 감찰 인력을 축소하기 위해 인접 경찰서 간의 감찰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량제와 감찰 인력 감축은 일선 경찰관들이 꾸준히 주장해왔던 것이다. 경찰 최대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이 지난해 ‘시민과 경찰의 인권개선을 위한 전국 경찰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에서도 감찰 제도 개선은 뜨거운 감자였다.

 

‘경찰조직의 민주적 통제방안’의 발표를 맡은 이장표 경감은 “현재 경찰관 1인당 담당 국민은 400~500명인데 반해, 감찰 1인당 담당 경찰관 수는 100~200명에 이른다”면서 “감찰 조직이 너무 비대해져 있으며, 이는 경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비논리적인 인력 구조”라고 비판했다.

 

감찰이 마치 검찰처럼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억지 비위 사실로 징계 후, 징계를 위한 비위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밝혀지는 경우 담당 감찰관에게 페널티를 부여하는 감찰 책임제 명문화 ▲억지 징계를 위해 허위 또는 과장 감찰보고서를 작성했을 경우 감찰관의 위법 행위 엄벌 ▲외부위원들에게 증거 열람권을 보장하는 외부징계위원들의 활동 실질화 등의 방안들이 논의됐다.

 

유근창 폴네티앙 회장은 “감찰이 권위적으로 동료들을 사찰하고, 지휘관 입맛에 맞게 실적 위주의 활동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감찰을 심각하게 불신하고, 실제 목숨을 버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면서 “경찰청의 개혁안을 매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장 경찰관의 사기를 올릴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