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섭의 the건강] 쉽게 풀어본 ‘노벨의학상 연구’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2 11: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암 완치’ 희망을 준 연구…항암제가 아니라 면역력으로 암 극복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은 두 명의 연구자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습니다.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교수(70)와 타스쿠 혼조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76)가 그들입니다. 

 

많은 언론이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렵습니다. 그들이 무슨 연구를 했기에 노벨상까지 받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암 완치’에 대한 희망을 인류에게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항암제가 독해서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파괴되는 부작용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몸에 있는 면역기능을 최대한 작동해 암을 이겨내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입니다. 

 

왼쪽부터 타스쿠 혼조 교수​와 제임스 앨리슨 교수(아사이신문·​UTNews​)

 

두 교수는 인체 면역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관문 수용체(immune checkpoint receptor)’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했습니다. 명칭은 생소하지만, 면역기능을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면역기능을 일정 시간 작동시켜 인체의 방어기능을 최고로 작동하게 만들어 항암치료 효과가 나게 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면역이 활성화되면 정상 세포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일정 시간만 작동시킵니다. 

 

이 ‘스위치’를 인간이 어떻게 작동시킬까요? 연구자들은 면역관문 수용체를 활성 또는 비활성 시키는 약물을 발견했습니다. 2010년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흑색종을 대상으로 면역관문 억제제(이필리무밥)의 성공적인 효과가 증명됐습니다. 또 2012년 폐암 등에서도 또 다른 면역관문 억제제(니볼루맙과 펨브롤리주맙)가 효과를 냈습니다. 이들 약은 이미 국내에서도 허가됐고, 지난해부터는 폐암 및 흑색종을 포함한 일부 종양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에 따르면, 면역관문 치료제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작용과 장기간의 효과입니다. 따라서 인류는 암에 걸려도 생존 시간을 늘리거나, 암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의학계에서 이 두 연구자의 노벨상 수상은 예견됐을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암 환자에게 이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만, 이번 연구는 인류의 암 치료에 획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