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거름’으로 만들다…美, ‘인간 퇴비’ 장례 시도
  • 이철재 미국변호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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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변호사가 보는 재밌는 미국]
미국의 新 장례 풍속도…환경 위해 화장 넘어 ‘인간 퇴비’ 합법화 논의중

어린 시절 큰 개를 한 마리 키웠다. 당시 단독주택에 살고 있어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하며 길렀다. 다만 단독주택들이 한창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으로 개발되던 시절이라, 우리 집도 언제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 갈지 모를 일이었다. 

자연스레 이런저런 걱정이 생겼다. ‘개가 죽으면 사체는 어찌해야 하나’ 등이었다. 사랑하는 개를 쓰레기통에 넣긴 싫었다. 몸집도 큰 개라 걱정도 더욱 커졌다. 결국 서울시청에 편지를 썼다. 우리나라에도 애견인구가 늘고 있는데 동물의 장례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어린아이의 편지에 서울시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답장은 아직도 받지 못했다.

그 어린 시절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또 하나 있었다. 개의 장례 문제는 걱정하면서 정작 사람들의 장례 문제는 잊었다는 것. 비좁은 땅에 날로 늘어나는 묘지가 걱정거리라는 걸 인식조차 못했다.

인천가족공원의 묘지 시설. 2014.02.27 ⓒ 박은숙 기자
인천가족공원의 묘지 시설 ⓒ 시사저널 박은숙 기자

 

비좁은 땅에 묘지는 날로 늘어가는 한국

장례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오래된 문화다. 어느 민족, 어느 지역이나 죽은 이에 대해 예를 다하는 장례의 문화가 있다. 우리의 장례는 오랜 세월 매장이 주류였다. 25년 전 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집에 사흘간 일가친척들이 모였다. 음식을 만들고 문상객들을 대접하고, 미리 마련한 묘지에 할아버지를 모셨다. 

10년 뒤 나머지 세 분의 조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실 즈음 장례 문화가 바뀌었다. 종합병원의 장의사에게 맡기고 그곳에서 초상을 치렀다. 하지만 여전히 장례는 매장이었다. 그 뒤에도 장례문화는 계속 변해갔다. ‘우리나라도 화장이 대세’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2017년 기준 10명 중 8명이 화장을 택한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미국은 넓어서인지 화장 비율이 50%를 조금 넘는 정도다. 하지만 우리보다 일찍 화장이 보편화 됐다. 근래엔 좀 더 간소하게 영면에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비좁은 땅을 걱정해서 그런 건 아니다. 환경적 이유 때문이다.

매장의 경우 한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데 목재와 금속, 시멘트 등 총 2톤 가량의 물질이 소비된다고 한다. 물론 관 하나가 그렇게 나가진 않는다. 관 짜고 묻고 비석 세우는데 그만큼이 필요하고, 그 중 많은 양이 버려진다. 

게다가 미국의 매장 장례식 땐 관을 열어 문상객들이 시신을 볼 수 있다. 이때 고인의 상한 얼굴을 보고 싶어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시신에 방부처리를 하는 등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화학물질은 땅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래서 친환경적인 장례를 원하는 사람들은 매장보다 화장을 택한다. 숨을 거둔 직후 장의사가 시신을 수습해 즉시 화장하길 원한다. 추모식이 열릴 땐 이미 화장이 끝난 경우가 많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화장터 ' 서울시립 승화원'에서 화장이 끝난 후 수목장으로 안치되는 서울시립 용미리 묘지공원 모습. 2014.02.26. ⓒ 박은숙 기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화장터 ' 서울시립 승화원'에서 화장이 끝난 후 수목장으로 안치되는 서울시립 용미리 묘지공원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기자

 

환경 위해 매장보다 화장 택하는 미국

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를 뿌리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수목장(樹木葬)과 같은 개념이다. 단 미국은 아직도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따로 장지를 찾진 않는다. 그냥 뒷마당에 땅을 파고 재를 뿌린 후, 그 위에 나무를 심는다. 

이런 기업도 있다. 화장한 재를 넣을 생분해성(biodegradable) 화분과 묘목 등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나중에 화분을 통째로 양지바른 곳에 심으면 화분은 흙 속에서 분해돼 없어지고, 나무는 재를 양분으로 자란다. 미국에선 화장도 공해산업이란 인식이 점점 퍼지고 있다. 시신을 태울 때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온실 기체의 총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줄이려고 화장을 안 할 순 없다. 그래도 여러 시도들은 있다. 

워싱턴 주립대 린 카펜터-보그스(Lynne Carpenter-Boggs) 교수팀은 시신을 관 없이 흙 속에서 급속히 부패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를 휴먼 콤포스트(Human Compost)라고 한다. 직역하면, 조금 혐오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간 퇴비’다. 워싱턴 주의회 상원의원 제이미 페더슨(Jamie Pedersen)이 인간 퇴비 합법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통과되면 2020년 5월1일자로 워싱턴은 미국 최초로 인간 퇴비를 합법화 하는 주가 된다. 간소하고 친환경적인 장례를 원하는 추세를 간파한 장례업계가 적극 지원에 나서 이 법안은 통과될 걸로 보인다. 

ⓒ 이철재

 

워싱턴주, 미국 최초 ‘인간 퇴비’ 합법 될 듯

인간 퇴비 장례를 우리 현실에 대입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유교적 전통 속에 시신에 대한 예를 갖추는 걸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시신으로 퇴비를 만든다는 게 불경스럽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수목장 등 자연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40%를 넘는 현재, 화장을 생략한 자연장이라 생각하면 거부감을 덜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중국 발 미세먼지와 싸우며 살아있는 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 자체 내에서 나오는 공해라도 줄여야 생존의 위협을 줄일 수 있다. 이 시점에 과연 고결하게 죽어가는 길이 무엇인가 한번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땅에 나무로 자란다면 고결한 죽음 아닌가”

죽을 때 부귀영화를 싸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불교에선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한다. 기독교에선 “인간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빈손으로 흙에서 나와 빈손으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데 꼭 고결한 죽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이 땅에 한줌 무기질이 되어 나무로 자라난다면, 그 또한 고결한 죽음이지 않을까. 돌고 도는 우주 생명의 큰 원에 순종하는 아름다운 죽음이 되지 않을까. 내 자식과 손자, 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지구를 물려준다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 우리 장례문화가 짧은 기간에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뀐 것을 보면, 언젠간 인간 퇴비도 공론화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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