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기 좋은 아이템과 나쁜 아이템은?
  • 김상훈 창업통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0 11:00
  • 호수 158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익성과 지속성, 창업자 행복지수 삼박자 맞아떨어져야 좋아

1차 베이비붐 세대(1963~55년생) 714만 명의 은퇴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연달아 2차 베이비붐 세대(1968~74년생) 606만 명의 은퇴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베이비부머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세대다. 이들이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퇴직기에 들어가면서 창업시장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소상공인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50·60대 창업자가 전체 창업자의 58%에 달한다.

중장년 창업자일수록 창업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 때문에 ‘아이템’ 선택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이들은 퇴직 시점이 점점 다가올수록 많은 아이템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게 된다. 창업박람회장에 가 보면 아이템 사냥을 하는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의 발걸음을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아이템이 좋고, 어떤 아이템이 나쁜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창업자 입장에서 좋은 아이템과 나쁜 아이템 판별법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도쿄의 골목상권과 자영업 성공 사례들 ⓒ김상훈 제공
도쿄의 골목상권과 자영업 성공 사례들 ⓒ김상훈 제공

안정적 수익 담보하는 장수 아이템

창업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창업시장에서 좋은 아이템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투자 대비 수익성 높은 아이템’을 먼저 떠올린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최소 투자로 최대의 부가가치를 내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한다. 창업시장에서 적어도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소위 ‘선수 창업자’를 대상으로 투자 수익성에 대한 기준을 물으면 비교적 단순하게 응답한다. ‘다다익선. 많이 벌면 좋겠지만, 요즘 창업시장의 온도와 결부한다면 투자금액 대비 월 2부 이자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말한다. 즉, 투자금액 대비 월 2% 수익률만 나온다면 일단 굴러가는 아이템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실제 창업시장에서 한국 창업자들의 평균 창업자금은 1억원이며, 평균 수익성은 200만원 남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 달 200만원 벌이를 목표로 하는 창업자는 별로 없다, 투자금액과 별개로 최소한 월 300만~400만원 이상, 많게는 월 1000만원 정도는 벌어야 한다는 목표로 창업시장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좋은 아이템의 두 번째 기준을 얘기해야 한다. 창업자가 오픈하고 처음엔 고수익성을 담보하지만, 금방 식어버리는 ‘반짝 아이템’은 결코 좋은 아이템일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템은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면서 동시에 장수 아이템이어야 한다.  즉, 오픈 초기 3~6개월, 1년 정도까지는 고수익을 올리는 좋은 아이템이지만, 이내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짝 아이템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보 창업자 입장에서는 요즘 시대의 장수 아이템의 구비조건도 살펴야 한다. 장수 아이템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무나 창업할 수 없는 아이템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창업한다면 금방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단명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창업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외식 아이템을 예로 들자면, 출점 콘셉트의 변별력, 식재료 및 레시피의 변별력과 함께 창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아이템이 좋은 조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세 번째 조건은 창업자 입장에서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이라고 판단한다. 수익성 좋고, 장수 아이템이긴 하지만 창업자 입장에서 행복지수가 떨어진다면 결코 좋은 아이템이라고 규정하긴 힘들다. 돈은 많이 벌었는데,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로 병을 얻은 창업자들도 종종 상권 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쁜 아이템의 다른 말은 창업자 입장에서는 가급적 피해야 할 아이템이다. 앞서 언급한 좋은 아이템의 반대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나쁜 아이템은 이문이 적은 아이템이다. 요즘 창업시장에서는 장사는 참 잘되는데 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 아이템이 의외로 많다. 남들 보기엔 줄 서는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뒤돌아서서 수익성을 따져보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아이템이 많다는 얘기다. 나쁜 아이템의 전형이다.

 

이문 적거나 단명한 아이템은 피해야

수익성이 적은 원인은 간단하다. 매출액 대비 원가비율이 높든지, 운영관리상 비용이 높다는 얘기다. 매출액은 높아도 원가와 비용을 빼고 창업자가 손에 쥐는 순이익률이 떨어지는 아이템이야말로 나쁜 아이템의 전형일 수 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이문이 적더라도 판매량이 많아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아이템, 이른바 박리다매 아이템은 나쁜 아이템으로 규정할 순 없다.

두 번째 나쁜 아이템 유형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단명 아이템이다. 최근 창업시장에서 난무하고 있는 치고 빠지는 프랜차이즈 아이템, 이른바 ‘기획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나쁜 아이템의 전형이다. 브랜드 결정 시 해당 브랜드의 라이프사이클을 예단하고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반짝 아이템일지라도 창업자의 역량에 따라서는 좋은 아이템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선수 창업자들의 경우 소위 반짝 아이템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창업을 감행하는 경우가 있다. 남들이 안 할 때 뛰어들었다가 남들이 많이 뛰어들면 출구전략을 통해 빠져나오는 일부 선수 창업자(?)도 존재한다. 이들에겐 반짝 아이템이 결코 나쁜 아이템으로 치부되기 힘들 수 있다. 창업시장의 또 다른 양면성이다. 

세 번째 나쁜 아이템으로 사행성 아이템이나 유흥 아이템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판단 기준으로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사행성 아이템, 유흥 아이템의 경우 결코 좋은 아이템 범주에 넣을 순 없다. 특히 중장년 창업자의 경우 창업 아이템의 선택이 지금까지 쌓아온 사회적 명성과도 무관치 않다.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사행성 아이템의 경우 큰 수익성이 있다 하더라도 나쁜 아이템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좋은 아이템과 나쁜 아이템은 두부 자르듯 명확하진 않다. 창업자의 성향, 가치판단 기준, 스타일에 따라서 좋고 나쁨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창업시장의 기준으로 본다면 좋은 아이템이란 안정적인 투자수익성,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장수 아이템, 그리고 창업자 스스로의 행복가치까지 담보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업 초창기부터 이러한 좋은 아이템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처음에 어려운 아이템, 힘든 아이템이었지만, 관록이 쌓여가면서 좋은 아이템, 행복 아이템으로 안착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