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판’ 中지식인·시민기자, 어디로 사라졌나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5 14:35
  • 호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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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유튜브 감시 심해져…“무조건 비난 막는 정부 너무해” 여론 고개

 

2월4일 밤 시민기자를 자처하는 천추스(陳秋實)가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아밍’이라는 시민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湖北) 우한(武漢)의 현실을 고발했다. 방송 중 천추스는 또 다른 시민기자 팡빈(方斌)과 영상으로 통화했다. 팡빈은 본래 의류 판매업자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미니버스에 시신을 담은 포대 8개가 있는 현장을 영상으로 찍었다. 그는 동영상을 그대로 중국의 각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동영상은 순식간에 퍼져서 수천만 명의 중국인이 시청했다.

팡빈은 영상통화에서 “2월2일 공안 당국이 찾아와 자신의 노트북을 압수했고 영상을 찍은 경위를 심문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집 밖에서 6~7명이 같이 차를 마시며 얘기하자며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팡빈과 통화를 마친 천추스는 아밍과 1시간6분 동안 생방송을 이어 나갔다. 사실 천추스는 우한과 관련 없는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이다. 직업은 변호사로 베이징(北京)에서 활동했다. 법대를 졸업한 뒤 식당과 호텔 종업원, 성우, 경찰매체 기자, TV 편집PD, MC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그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지식재산권과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이런 천추스의 운명을 바꾼 건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였다. 천추스는 지난해 10월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개설했다. 처음에는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에 대한 변호사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그러다가 점차 민주주의 및 민생 문제를 짚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천추스는 공안 당국의 요주의 감시 대상에 올랐다. 한때 출국 금지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1월23일 코로나19 사태로 우한이 전면 봉쇄되자, 천추스는 우한에 들어갔다. 그 뒤 시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우한의 진상을 알렸다. 천추스가 우한에서 올린 동영상은 18개로, 2월4일 라이브도 그중 하나였다.

2월10일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쓰고 방역 상황을 점검하는 시진핑 국가 주석 ⓒ연합뉴스
2월10일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쓰고 방역 상황을 점검하는 시진핑 국가 주석 ⓒ연합뉴스

해외 거주 중국인들도 입막음 당해

그러나 2월6일 천추스의 채널에 중년 여성이 올린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천추스의 엄마”라고 밝힌 그는 “저녁에 병원 취재를 간 천추스가 새벽이 넘어서도 연락되지 않는다”며 “우한 시민들은 그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2월8일에는 천추스의 친구가 영상에 등장해 “천추스가 당국에 의해 강제로 격리됐다”고 밝혔다. 천추스와 영상통화를 했던 팡빈도 사라졌다. 팡빈은 2월9일 SNS 라이브에서 “사복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시민이 저항한다. 인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라’고 적힌 종이를 펼친 뒤 방송이 끊겼다.

중국에서 갑자기 실종된 이는 두 시민기자뿐만이 아니다. 이번에는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淸華大) 쉬장룬(許章潤) 교수가 2월10일 이후 소식이 끊겼다. 그는 이달 초 해외 여러 웹사이트에 ‘분노하는 인민은 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의료계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당국이 이를 억눌렀다”면서 “공적인 논의가 완전히 봉쇄돼 조기 경보를 울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재 아래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무너졌고, (중략) 정부는 관료들의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중시한다”고 비난했다.

쉬 교수는 2018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비판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 뒤 그는 출국 금지와 저작물 발행 금지 처분까지 받았다. 따라서 그의 지인들은 쉬 교수가 기고로 인해 신변에 더 큰 위협을 당할까 걱정했었다. 2월15일에는 광둥성에서 법학자 쉬즈융(許志永)과 그를 숨겨준 인권변호사 양빈(楊斌)이 체포됐다. 쉬즈융도 이달 초 온라인에 “무역전쟁, 홍콩 민주화 시위, 코로나19 확산 등 주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진핑 주석은 물러나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현재 양빈은 풀려났으나 쉬즈융의 행방은 묘연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입막음을 당하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 연수 중인 양페이(가명)는 위챗 모멘트(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고향 황강(黃岡)의 소식을 올렸다. 황강은 우한 옆 도시로 코로나19 환자가 3번째로 많은 도시다. 양페이는 1월24일부터 가족과 친척, 친구 등에게 들은 현지 소식을 전달했다. 하지만 3일 뒤 예전에 일했던 기관의 동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더 이상 쓸데없는 소식을 퍼뜨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양페이는 한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지만, 이전에는 베이징공안국에서 경찰 공무원으로 일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비판해 온 시민기자 천추스 ⓒAP연합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비판해 온 시민기자 천추스 ⓒAP연합

‘反시진핑 여론’ 확산되자 지방정부 책임 돌려

물론 중국 정부가 현재 벌어지는 코로나19 사태의 진실을 모두 막는 건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책임론이 지방정부에 쏠리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2월7일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 알렸던 리원량이 사망했다. 리원량은 지난해 12월30일 병원 문건을 입수해 대학 동창 의사 7명에게 알렸다. 하지만 1월3일 공안이 그와 7명을 데리고 가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질서를 해쳤다”면서 ‘훈계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 뒤 리원량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입원했다. 1월31일에는 웨이보(微博)로 전후 사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리원량이 죽은 뒤 웨이보의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다. 심지어 중국 언론매체는 앞다투어 그를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리원량을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고 훈계서를 받은 기관이 지방 공안 당국이기 때문이다. 이는 2월7일자 글로벌타임스 논평에 잘 드러난다. 글로벌타임스는 “많은 사람이 8명의 ‘내부 고발자’의 일은 지방 당국이 무능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환구시보의 영문판이고,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두 신문은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어느 매체보다 열렬히 중국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런 추세에 합류하듯, 중국 정부는 국가감찰위원회 조사팀을 보내 리원량 문제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또한 2월13일에는 지방 실권자인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성 당서기와 마궈창(馬國强) 우한시 당서기를 경질했다. 실생활과 온라인에서 리원량을 추모하는 움직임도 막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과 중앙정부를 비판하고 도전하는 인사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실제로 실종된 천추스, 팡빈, 쉬장룬 등이 비판했던 것은 ‘중국 체제’와 시진핑이었다. 심각한 문제는 그들의 용감한 행동과 노력이 대다수 중국인들과는 유리돼 있는 현실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해외의 메신저, SNS, 뉴스 등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다. 가상사설망(VPN)을 구동시켜야 구글, 다음, 카카오톡, 라인,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해외 언론 등을 접속할 수 있다. 따라서 천추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45만 명을 넘어섰으나, 중국 내에서 그의 존재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 팡빈의 동영상을 본 이들은 많으나, 그의 이름조차 모른다. 다만 아주 작지만 약간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인 필자에게 “이번에 공산당과 지도자에게 너무나 실망했다”고 공공연하게 토로하는 중국인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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