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이식증’ 원인과 대처법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8 16: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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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말아야 할 것 먹으면 반드시 교정해 줘야

강아지들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눈에 보이는 여러 사물을 물고 씹거나 심하게는 먹는 행동까지 보일 수 있다. 똥을 가지고 놀거나 먹는 행동이 관찰되기도 한다. 특히 이갈이 중인 강아지는 이가 간지러워 주변 사물을 잘근잘근 씹는다. 이런 행동을 발견한 보호자는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하게 마련이다. 다행히 성장 과정에서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게 되면서 이런 행동은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1살이 지났음에도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먹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이식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은 말 그대로 음식이 아닌 것, 소화가 어려운 것, 반려동물이 먹었을 때 위험한 것을 포함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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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증의 원인은 의학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의학적으로 뇌 병변이나 당뇨병, 외분비 췌장기능부전, 갑상선기능항진증, 부신피질기능항진증, 기생충 감염 등 질병이 이식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사료량이 부족하거나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 이식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밖에 심리적으로 지루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이 이식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었을 때 대부분은 배변이나 구토로 배출된다. 그런데 닭뼈와 같이 날카로운 것을 삼키면 위장관에 천공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실이나 긴 끈 같은 선상 이물질을 삼키면 위장관에 염증이나 꼬임을, 큰 씨나 부피가 큰 이물질을 섭취한 경우는 장폐색을 유발할 수 있다. 이식증을 반드시 교정해 줘야 하는 이유다. 

이식증 예방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 줘야 할 일은 반려견이 생활하는 환경의 물건들을 잘 정리해 주는 것이다. 먹지 말아야 할 물건에 반려견이 원천적으로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 할 일은 반려견의 활동량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보호자가 외출이 잦아 집 안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반려견들이 이식증이나 불안감으로 인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보호자와 실내에서 장난감을 이용해 함께 노는 시간을 늘려주고 밖에 나가 산책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되면 지루함과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보호자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경우 많아 

특히 터그놀이를 통해 충분한 시간 동안 장난감을 물고 놀면서 본능적인 욕구와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면 다른 물건을 물어뜯거나 먹는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노즈워크를 통해 집 안 곳곳 냄새를 맡고 간식을 찾아 먹는 즐거움을 느끼면 불안감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먹지 말아야 할 물건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 

질병 때문이 아니라면 이식증의 원인은 대부분 보호자의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거나 반려동물의 영양적인 관리가 부족한 경우, 그리고 평소 무관심한 보호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하나의 표현인 셈이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다고 무작정 혼내기 전에 지금 함께하고 있는 반려동물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관심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고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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