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치매에 걸릴까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5 11: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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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른 이상행동 반복하면 수의사와 상담해야

반려인들의 인식 개선, 수의학 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등한시됐던 반려동물 치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종종 보호자들로부터 반려동물도 치매에 걸리는지,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신체와 각종 장기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도 마찬가지로 손상되고 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반려동물도 사람의 치매와 유사한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다. 반려동물 치매로 불리는 인지기능저하증은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발병 기전이 유사하다. 뇌세포의 손상, 활성산소로 인해 유발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플라크의 축적, 뇌세포의 신경섬유다발 형성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가 특징이다. 반려동물 치매 증상은 크게 방향감각 상실, 상호작용 변화, 수면 주기 변화, 배변 실수, 활동성 변화로 분류한다. 방향감각의 상실로 벽이나 바닥을 멍하니 쳐다보거나 집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상호작용의 변화는 평소 보호자가 외출 후 돌아왔을 때 반기던 행동이 없어진다거나 긴장도, 공격성 등이 높아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수면 주기의 변화는 전체적인 수면 시간 증가와 낮과 밤이 바뀐 듯한 모습,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모습, 하울링을 하거나 이유 없이 짖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 배변 장소를 잘 찾지 못하는 등 배변 실수가 점점 잦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활력이 저하된 모습이 관찰된다. 

안타깝게도 이미 손상된 뇌 신경은 되돌릴 수 없기에 회복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순 있다.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치매도 활성산소에 의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과 뇌세포 사멸로 인해 유발된다. 이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제 투여가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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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속도 늦출 순 있어 

실제 많은 동물병원에서 치매 증상을 보이는 반려동물에게 항산화제가 포함된 약물 또는 영양제를 처방하고 있다.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이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이며 일반적으로 과일이나 야채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런 자연식품 중 반려동물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피해 급여하는 것도 좋고 이런 항산화 성분이 잘 배합돼 있는 제품을 먹이는 것도 추천한다. 여러 가지 감각기관과 행동학적 자극을 줄 수 있는 노즈워크 같은 놀이나 꾸준한 산책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좋다. 

치매 증상은 사실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자연적인 노화가 아닌 두개골 내에 생긴 종양의 뇌 압박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뇌와 전혀 관련 없이 청력이나 시력의 감소로 인해 유사한 행동의 변화가 보여지거나 배뇨기계 자체의 문제로 배변 실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신체적인 원인이 아닌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의 변화로 인한 심리적인 원인이 이런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행동에서 평소와 다른 변화가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면 수의사와 상담해 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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