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SON’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
  •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6 16:33
  • 호수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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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경제·사회·문화적 가치, 고액연봉·국위선양·광고계약 등 기존 계산법으론 측정 어려워

한때 세계 격투기의 최강자였던 효도르 예멜리야넨코는 ‘60억분의 1’로 통했다. 60억 인구 중에 최고 파이터라는 뜻이다. 그 강렬한 표현을 슬쩍 빌리자면, 이제 손흥민은 ‘77억분의 1’, 즉 월드클래스다. 물론 그의 부친 손웅정씨는 2020년에 “흥민이는 월드클래스가 아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아마도 손씨의 부정(否定)은 자식을 향한 한없는 부정(父情)이었을 게다. 

이제 손흥민은 명과 실이 상부하는 월드클래스다. 그런 만큼 손흥민의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가치는 어제보다 오늘 상승했으며, 이제 내일부터 더 화려하게 빛날 것이다. 이미 2020년에 문체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를 바탕으로 손흥민의 국내외 경제적 유발효과가 무려 ‘1조9885억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 근거와 데이터와 계산 방식은 논외로 하더라도, 1조원은 너끈히 넘고 2조원에 바짝 다가서는 엄청난 수치는 손흥민이 더 이상 국가대표 중 한 명이거나 여러 스타 중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5월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5월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손흥민의 경제적 유발효과, 2년 전에 이미 ‘2조원’

생산활동(손흥민의 클럽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 즉 ‘경제 효과’와 이로 인해 파생하는 ‘유발효과’는 일정한 인과관계를 갖는다. 물론 유발 가치에 연관되는 항목이나 그 계산법이 때로는 고무줄과도 같아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처럼 해당 지자체의 주관적 욕망이 과도하게 투사되어 비현실적인 수치로 부풀려지기도 했다. 지금 인천의 거대한 경기장과 평창과 강릉 일대의 시설은 막대한 관리비용을 들이면서도 1년 내내 텅 비어있거나 철거되기도 했다. 반면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지난 2001년 5월 ‘2002 한일월드컵 경제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서, 월드컵 유치 결정(1996년)과 개최 준비 및 대회 운영 이후까지 최소 6년가량의 사회적 요인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상당한 ‘경제 유발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체험한 바와 같이 ‘4강 신화’와 맞물리면서 그 유발효과는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바로 그런 지점에 손흥민이 서있다. 우선 토트넘 소속 선수로 활약하면서 받는 연봉 그 자체로 경제 효과를 확인해 보자. 손흥민은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 유소년팀에 입단해 2010년에 연봉 57만2000유로(약 8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그 후, 우리 모두가 목격한 손흥민이 되면서 연봉이 상승했다. 2013년 이적료 1250만 유로(약 168억원)에 연봉 300만 유로(약 40억원)로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2시즌, 87경기, 29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안에서만 성실하고 유능한 게 아니었다. 그라운드 밖에서, 팀 동료들과, 지역 주민들과, SNS로 맺어진 수많은 현지 팬과 소통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한국에 체류 중인 독일인들이 손흥민의 독일어 인터뷰를 보면서 놀라는 동영상이 있다. 독일인만큼이나 독일어를 잘하고 어떤 단어나 표현은 독일인보다 더 정확하다는 총평이다. 그가 단지 공만 보고 달리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잉글랜드로 넘어간다. 2015년, 토트넘은 이적료 3000만 유로(약 403억원)를 레버쿠젠에 재빨리 계좌이체했고, 손흥민에게는 442만 파운드(약 70억원)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 금액은 2018년에 연봉 728만 파운드(약 116억원)로 상승했고, 현재 주급 20만 파운드(연봉 약 150억원), 그러니까 하루 일당 4400여만원을 받는 선수가 되었다. 하루 8시간쯤 자고 있을 때도 1500만원을 번다. 

이렇게 그의 생산활동 자체만 해도 10여 년 동안 20배 이상 올랐고 ‘아직도’ 1992년생이므로 만 29세인 그가 최소 5년가량 더 활약한다고 할 때, 선수 활동 자체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는 더 상승하고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 ‘유발’ 가치는?

 

개인 브랜드 상표등록…조직적이고 글로벌한 전개

6개월 전, 손흥민의 시장가치는 8500만 유로(약 1155억원) 정도였다. 유럽 각 구단이 선수들의 이적료를 매길 때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 독일의 선수 가치 전문 평가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의 발표다. 1억 유로는 넘어야 초특급 평가를 받는데 킬리안 음바페(1억6000만 유로), 해리 케인(1억2000만 유로), 살라(1억 유로), 네이마르(1억 유로) 등이 그들이다. 아마 다음 발표에서 손흥민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경기 외 주요 수입원인 광고 출연료는 2019년 10억원에서 2022년에는 약 80억원으로 치솟았다. 아디다스와 하나은행을 주축으로 남성미용, 식품, 안마의자 등 손흥민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 한 해 약 60억원 이상의 추정 수익으로 계산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싱가포르 타이거맥주 등과도 새로 계약했다. 

여기에 더해 주목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5월24일 입국하면서 손흥민은, 명품을 선호하는 평소와는 달리 흰색 셔츠를 입었는데 왼쪽 가슴에 ‘NOS7’이 찍혀 있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NOS7’이라는 브랜드가 전파된 것이다. 올해 1월에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개인 브랜드로 ‘손·흥·민’이라는 세 글자를 통한 야심 찬 사업이 오래전부터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등의 ‘가족회사’와 다르고 스포츠 에이전시의 새 장을 개척한 김연아 관련 회사 ‘올댓스포츠’와도 다른, 더 조직적이며 더 글로벌한 전개다.

유럽 전역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에서도 득점왕 손흥민의 사회적·문화적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층 복잡해진 동북아 정세 와중에 주한 중국대사관이 공식 SNS에 ‘아시아인의 자랑’이라며 두 차례나 축하를 했고, 일본 축구 사이트에는 연일 손흥민을 ‘추앙’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EPL을 자국 리그 이상으로 뜨겁게 관전하는 동남아 일대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손흥민의 가치는 ‘국위를 선양’했다거나 ‘한국이 낳은’ 딸이거나 아들이라는 식의 이전 프레임을 초월해 전개되고 있다. 칸을 거쳐 아카데미까지 직항한 봉준호의 영화가 그렇듯이,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세계 전역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울려 퍼지고 있을 BTS가 그렇듯이, 손흥민 또한 ‘한국이 낳은 손세이셔널’을 넘어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으로 세계 곳곳의 축구팬들과 유무형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로 연결되고 있다. 

‘고액연봉’에 ‘국위선양’을 반 큰술 넣고 ‘광고계약’ 반 큰술 더 넣어 추정하던 이전 계산법은, 더 이상 손흥민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손흥민은 서구가 설정해 놓은 글로벌 스탠더드 한복판으로 들어가 그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더 확장되고 있는 브랜드다. 그러니 일국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그의 가치는 새로 계산돼야 한다. 추정컨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일 것이며, 그 자체의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증거하는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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