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문화인물] ‘우영우 신드롬’으로 세계인 홀린 박은빈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8 12:05
  • 호수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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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코드 뛰어넘는 감수성이 인기 비결”

[편집자 주]

2022년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겨지고 있다. 후세대에게 2022년은 어떤 한 해로 기억될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미 연준발(發) 고물가·고금리 행진, 10·29 이태원 참사 등 연이어 나오는 우울한 뉴스들은 가뜩이나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쳐 있는 국민을 더 숨막히게 만들었다. 그나마 누리호 2차 발사 성공과 월드컵 16강 진출의 투혼은 숨통을 좀 트이게 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가슴 아픈 일은 가슴 아픈 일대로, 기쁜 일은 기쁜 일대로 정확히 기록에 남기고자 ‘올해의 인물’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의 인물은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첫해부터 매년 송년호에 발표하는 장기 연재기획이다. 특히 2022년에는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시사저널 정기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처음 실시했다. 시사저널 편집국과 본지 정기독자들이 선정한 2022 올해의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편집국 기자들도, 정기독자들도 의견이 일치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통령만큼 우리 사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없는 탓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당선된 첫해,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이 밖에 정치 인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제 인물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회 인물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문화 인물에 ‘우영우’ 신드롬의 박은빈, 국제 인물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IT·의·과학 인물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연예 인물에 BTS, 스포츠 인물에 축구선수 손흥민 등이 선정됐다. 올해의 사건에는 이태원 참사를 선정했다. 

‘우 투더 영 투더 우, 동 투더 그 투더 라미.’

지난 8월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주인공 우영우가 절친인 동그라미와 나누는 인사말이다. 종영 당시 시청률은 17.5%.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도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스코어였다. 이후 웹툰과 도서 등으로 《우영우》가 재생산됐을 정도로 드라마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방송 초기만 해도 《우영우》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첫 회 시청률은 0.9%에 불과했다. ENA라는 낯선 채널에서 방영된 데다, 스토리 역시 다소 기시감이 있는 변호사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우영우’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중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선천성 장애를 극복하고 변호사가 된 후 획기적인 발상으로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어줬기 때문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틀에 박혀 있어 대안을 내지 못하는 다른 변호사들과 달리 새로운 시각으로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우영우의 모습은 그 자체로 대중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다양성 포용이라는 시대적 요구도 충족

시사저널이 ‘올해의 연예 인물’이 아니라 ‘올해의 문화 인물’로 우영우 역할을 맡은 박은빈을 선정한 이유기도 하다. 비영어권 최초로 에미상을 수상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주연배우 이정재, 박찬욱 감독, 피아니스트 임윤찬, 지난 6월 작고한 방송인 송해씨 등이 같이 후보군에 올랐다. 하지만 《우영우》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파장이 컸기에 최종적으로 1위에 올랐다.

실제로 드라마에는 비혼부 아버지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할머니, 부모의 정략결혼에 반대하는 레즈비언 커플, 자립이 어려운 탈북자 범죄, 핵심 기술이 유출돼 폐업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 사교육에 지친 어린이 등이 에피소드 때마다 등장한다.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에게 우영우는 단순한 변호사가 아니라 구세주였다. 다양성 포용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드라마가 충족시킨 것이다.

드라마 성공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받는 데도 성공했다. 우영우와 같은 자폐성 장애인이나 가족들은 그동안 사회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 극한의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KBS 《굿닥터》(2013), JTBC 《라이프》(2018), SBS 《스토브리그》(2019), 넷플릭스 《무브 투 해븐》(2021), tvN 《우리들의 블루스》(2022), 뮤지컬 《아몬드》(2022)와 《킹키부츠》(2022) 등 대중문화 콘텐츠 개발도 이어졌다. 《우영우》의 성공은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한 자폐인 캐릭터들이 서서히 성장해온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은빈 역시 “한국 드라마에서 자폐인 여성을 내세워 누군가의 관찰자가 아니라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인물로 등장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면서 “드라마 인기 이면에는 문화적 코드를 뛰어넘는 감수성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영우》는 ENA 역사상 최고 시청률를 매회 경신했다. ‘K드라마 열풍’도 이어갔다.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전 세계에 소개되자마자 비영어권 드라마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최근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Critics Choice Awards)의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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