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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S라이프, 허위 정보로 침구 업계 신뢰성 1등 이미지 구축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광고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제품 홍보만을 위함이 아닌, 기업의 인지도를 올리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광고 방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매출을 강조하거나 ‘1위 기업’ 등 타이틀을 붙이는 등의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기업의 상황을 살펴보면 광고 내용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적지 않다.

에이치비에스라이프(HBS라이프)가 그런 경우다. 침구 전문기업 이브자리의 관계사이자 침구 브랜드 ‘슬립앤슬립’을 보유한 HBS라이프는 국내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 병원, 일본 굴지의 침구 업체 니시카와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며 국내 침구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SNS 이용자들에겐 ‘아이유 베개’로 친숙하다.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내세운 주력 상품 ‘깊은잠 베개’를 SNS를 통해 활발히 광고하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 ‘릴스’에 주로 등장하는 광고 내용을 보면 HBS라이프는 “베개 하나로 연 매출 400억원” “4대 백화점 입점 침구류 중 신뢰성 1등” 등의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오픈AI DALL·E 생성형 이미지
ⓒ오픈AI DALL·E 생성형 이미지

신뢰성 1등이라기엔 재무 상태 ‘갸우뚱’

광고만 보면 우량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재무 상태는 그렇지 않았다. HBS라이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2023년 말 기준 매출액은 276억7886만원이었다. 매출을 약 124억원 부풀려 광고한 셈이다. 전년(326억8442만원)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50억원 줄어든 액수다.

빚도 많았다. HBS라이프의 2023년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428%였다. 전년(1333%) 대비 95%포인트가량 상승한 규모다. 부채비율은 회사가 갚아야 할 타인자본(부채)에 대해 자기자본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율로, 재무구조 측정의 핵심 지표 중 하나다. 통상 특정 산업을 제외하고 회사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재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 HBS라이프의 재무 상태가 광고에서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부채비율에 적정 수준은 없다. 따라서 빚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부실기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부채를 상환할 능력만 있으면 빚을 얼마나 지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단기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유동비율이다.

2023년 말 기준 HBS라이프의 유동비율은 108.28%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이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로,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에 대해 1년 안에 마련할 수 있는 현금과 자산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200%가 넘으면 ‘건전’ 수준으로, 100% 이하는 위기 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당 기업의 경우 1년 안에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 규모와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이런 재무 상황 탓에 이익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HBS라이프는 2022년까지 적자만 내다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해 영업이익 2억2483만원 중 이자비용으로만 1억8862만원을 지출한 탓에 당기순이익은 3290만원에 불과했다.

HBS라이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슬립앤슬립 신규 브랜드 론칭을 위해 많은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됐다. 2023년을 기점으로 손익이 개선되고 있다”며 “베개, 토퍼, 이불, 기능성 커버, 수면 소품 등 기능성 상품 개발 및 세계 최고 브랜드와의 협업 등 공간과 상품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활동에 많은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 탓에 높은 부채비율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연구개발(R&D)과 투자 여력은 감소하게 된다. 장기적으론 품질 수준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대리점주 등에게도 연쇄적인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6년째 적자에 빠져 있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가 그런 사례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1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던 카페베네는 급속도로 추락해 2022년 기준 가맹점 수가 176개로 줄어들었다. 그 주된 원인으로는 열악한 재무구조가 지목됐다. 해외 진출과 신규 브랜드 론칭 등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2015년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630%까지 급등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의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지만 부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광고마다 제각각인 HBS라이프의 연 매출액 ⓒ인스타그램 캡쳐
광고마다 제각각인 HBS라이프의 연 매출액 ⓒ인스타그램 캡쳐

SNS에서 과장 광고 논란 끊이지 않아

HBS라이프의 과장 광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HBS라이프는 지난해 깊은잠 베개의 백화점 판매가가 18만원대이고 이를 온라인에서 절반 가격인 8만원대로 특별 할인한다고 광고했다. 문제는 해당 제품이 당시 백화점 매장에서도 8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 ‘오늘까지만 반값 할인’ 등의 문구를 담은 광고를 게재했지만 실질적인 할인은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12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됐다. 다른 광고 영상에선 ‘경추 교정에 효과가 있다’ 등 깊은잠 베개를 의료기기로 오인할 수 있는 문구가 삽입되기도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공산품인 베개를 판매하면서 특정 증상에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내세우는 경우 허위 광고로 분류된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HBS라이프는 광고 영상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 삭제·수정했다. 업계에서는 HBS라이프가 표시광고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인정하고, 스스로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HBS라이프 측이 자체적으로 문제가 된 광고를 수정·삭제해 별도의 시정명령이나 제재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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