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尹 체포·구속 등 두고 가족 갈등 비일비재
尹지지율 세대차 확연…70세 이상 51.9%, 20대 39.6%
“부정선거 밝히자고 한 계엄이 애국이지, 왜 불법이냐.”
설 연휴를 맞아 본가를 찾은 전민기씨(36)는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아버지의 이같은 주장에 힘이 풀렸다. 전씨가 아버지에게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설명하며 맞서자, 아버지는 한 강성 보수 성향 유튜버가 게시한 영상을 가족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공유했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부정선거는 진실’이라며 ‘윤석열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다. 화가 난 전씨는 본가에서 2박3일 간 쉬다 오겠다는 계획을 접고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왔다.
설 연휴 밥상 주요 화두로 ‘비상계엄’이 오르면서 가족들이 반목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공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을 두고 부모와 자녀가 상반된 인식을 드러내면서다. 특히 극우 진영에서 공유되던 ‘부정선거설’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계기로 정치권 핵심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 역시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중 상견례를 진행하기로 한 한소정씨(익명·34)는 남자친구로부터 예비 시어머님의 ‘정치 성향’을 공유 받았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우리 엄마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계속 나가고 있다”며 “혹시 관련 질문을 하면 최대한 중립적 입장에서 답하거나 (탄핵에) 찬성한다고 말하지는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한씨는 “가족들이 모여서 좋은 얘기만 해도 모자른 시간에,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게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비단 이 같은 사례가 소수의 이야기는 아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정치 인식차로 인한 가족들의 분란을 우려하고, 호소하는 이들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전날(27일) ‘설날 금지어 1위는 정치 얘기’라는 뉴스를 다룬 한 종합편성채널 유튜브 영상 댓글란에는 “남의 일이 아니다”, “부모님과 크게 다퉜다” 등의 댓글이 다수 게시됐다. 동시에 “계몽시켜야해서 (정치 얘기) 해야함”, “당연히 (정치 얘기) 해야 한다”는 댓글도 많은 공감수를 얻으며 큰 인식차를 보였다.
실제 내란죄 피의자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은 연령별로,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모습이다.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18~19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에게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를 물은 결과 ‘지지’ 응답률이 42.7%, ‘비지지’ 응답률이 54.4%로 나타났다. 권역별로 보면, 부산·울산·경남(지지 52.7%)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비지지’ 응답률이 더 높았다.
연령별 조사에서는 30대(지지 50.0%)와 70세 이상(지지 51.9%)을 제외하고 ‘비지지’ 응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18~29세 ‘지지’ 응답률은 39.6%, 40대 ‘지지’ 응답률은 33.3%, 50대 ‘지지’ 응답률은 36.4%였다.
설 밥상 화두로 ‘정치’가 지목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연휴 이후 발표될 민심의 향방에 쏠리는 모습이다. 최근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차주 발표되는 여야 지지율 추이, 윤 대통령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메시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용한 조사는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월18일과 19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를 이용한 자동응답시스템(ARS) 여론조사 방법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6.7%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