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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류, ‘이길 대선후보’ 아닌 ‘차기 공천’에 유리한 후보 밀어
‘인물 경쟁력’ 내세우는 한덕수 vs ‘시간은 나의 편’ 버티는 김문수

국민의힘은 5월3일 전당대회를 열고 김문수 후보를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종합투표 기준으로 김문수 후보 57%, 한동훈 후보 43%를 받았다. 한동훈 후보는 지지층을 중심으로 하는 여론조사에서는 4%포인트 뒤졌고, 당원투표에서는 22%포인트 뒤졌다. 패배했지만,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 후보가 선출됐을 때 많은 사람은 이제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반전이 발생했다. 김 후보는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단일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문수의 변심’ 혹은 ‘김문수의 난’이라고 불릴 만한 일이 벌어졌다. 한편으로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소위 ‘쌍권 지도부’는 집요하게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자당에서 선출된 대선후보를 밀지 않고, 국민의힘 당원도 아닌 한덕수 후보를 밀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의 단일화 거부도 뜻밖이지만, 권영세-권성동 지도부의 단일화 압박 역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다. 세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국민의힘 지도부는 왜 이토록 한덕수 후보를 집요하게 밀려고 하는 것일까? 둘째, 한덕수 후보를 둘러싼 여론 지형은 어떠한가? 셋째,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의 단일화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월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월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8년 총선 공천권 내다보는 국민의힘

첫째, 국민의힘 지도부는 왜 한덕수 후보가 낫다고 생각하는 걸까? 선의로 해석하면, 한 후보는 역대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에 두루 등용됐던 경제·외교통상 분야 경제관료다. 트럼프의 통상 압박이 강한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한 후보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내용을 ‘명분’으로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의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 입장에서는 한동훈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캐릭터가 강하기에 거북한 존재다. 한동훈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당권’을 쥘 경우, 2028년 총선에서 자신들의 공천권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이들 입장에선 두 후보는 배제해야 할 후보다. 김문수 후보도 통제하기 어렵긴 매한가지다. 다만 당장의 당내 여론은 높은 편이기에, 김문수 후보를 ‘징검다리 삼아’ 한덕수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면 대선 패배 이후 당권 투쟁에 유리하다. 즉, 한덕수 후보가 6·3 대선에서 ‘이길’ 후보여서가 아니라, 지더라도 자신들의 당내 주도권에 도움이 되기에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한덕수 후보의 출마를 둘러싼 실질적인 여론 지형은 어떤지 살펴보자.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4월22~24일 3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샘플이 3000명이었던 전화면접 조사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통령선거 출마가 적절한지 물었다. 적절하다 23%, 부적절하다 70%다. 중도층의 답변만 보면, 적절하다 18%, 부적절하다 77%다. 한덕수의 출마에 대해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5월4일~5일 1007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한 최근 조사 결과도 살펴보자. 3자 가상대결과 양자 가상대결을 물었다. 한덕수가 포함된 3자 가상대결에서는 이재명 50%, 한덕수 36%, 이준석 8%다. 한 후보는 14%포인트 차이로 이재명 후보에게 뒤졌다. 김문수가 포함된 3자 가상대결에선 이재명 51%, 김문수 33%, 이준석 8%였다. 한덕수와 김문수의 차이는 ‘오차범위 이내인’ 3%포인트다. 한덕수가 포함된 양자대결은 이재명 53%, 한덕수 40%였다. 김문수가 포함된 양자대결은 이재명 54%, 김문수 38%였다. 한덕수는 40%였는데, 김문수는 38%였다. 둘의 차이는 ‘오차범위 이내인’ 2%포인트다.  

한 후보를 둘러싼 여론을 종합하면, 대선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전체 여론은 70%고, 중도층의 반대 여론은 무려 77%였다. 후보 경쟁력을 볼 수 있는 가장 최근의 가상대결 조사를 보면, 김문수 후보와 ‘오차범위 이내’에서 2~3%포인트 정도의 차이가 날 뿐이다. 오차범위 이내여서 ‘앞선다’는 표현을 쓸 수 없는 상태다. 

셋째, 단일화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자.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문수-한덕수 후보의 단일화 논란은 ‘OK 목장의 결투’에 비유할 수 있다. 등장인물은 셋이다. 김문수 후보, 한덕수 후보, 그리고 ‘쌍권총’이 등장한다. 쌍권총은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다. 김 후보는 5월3일 대선후보 선출 이후 비교적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단일화는 싫고, 한덕수 후보가 명예롭게 사퇴하라’로 집약된다. 

김 후보는 초기에는 이준석 후보가 포함된 ‘원샷 단일화’를 제안했다. 말이 원샷 단일화지, 실제로는 시간끌기용으로 봐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후보를 압박하자 5월7일 저녁 한덕수 후보와 처음 만남을 가졌다. 회동은 별 소득 없이 결렬됐다. 김문수 후보의 판단은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는 5월11일 이후까지만 버티면 결국 한덕수 후보가 등록을 포기하리라는 예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후보는 5월7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핵심 요지인즉,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는 5월11일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멋있게 보면 배수진을 친 것이고, 나쁘게 보면 ‘내 돈으로 선거를 치르지는 않겠다’는 선언이다. 한 후보의 이러한 입장 발표는 김 후보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5월11일까지만 버티면, 후보 단일화 논란의 최종 승자는 자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일화, 법원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유일한 변수는 쌍권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월8일 단일화 토론회를 진행하고, 김문수 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하더라도 ‘단일화 여론조사’를 강행하고, 11일에는 실시된 여론조사에 기반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는 전국위원회 소집 공고를 냈다. 김 후보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후보 교체’를 강행하겠다는 모양새다. 강 대 강 대결이다. 

단일화의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될까? 김 후보는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없고, 한 후보는 5월11일 이후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발표했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제로’ 후보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강 대 강 대결이 지속되면 그 결과는 ‘법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3주가 넘는 기간 동안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절차를 거쳤다. 그런데 당원 가입도 하지 않은, 한 후보가 ‘최종 후보’인 김 후보를 밀어내고 여론조사 절차를 핑계로 ‘후보 교체’를 하는 것은 정상일까?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국민적 상식에 의거한다면, 부당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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